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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May 08. 2022

인플레이션과 와인 시장

일반적으로 시장의 규모가 작을 때에는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외부 요인보다는 특정 집단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서 그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와인 시장은 과거에 비해 매우 커진 상태이기 때문에 대외 요인을 반영해야 하는 수준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와인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 좀 더 거시적 관점의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2022년 5월부터 실외 마스크 해제에 따라 눈에 뜨일 정도로 외부 유동 인구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나도 출퇴근 시간 지하철의 밀집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부분은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에너지 수입 금액 급증에 따른 여러 물가의 상승이다. 그리고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등 여러 악재가 겹쳐서 발생한다. 이미 지난 칼럼에서 1~3월의 코로나19로 인한 와인 시장 성장 잠재력 저하가 1~2%가 될 것이라 언급한 바가 있지만, 현재의 환율과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실질소득의 감소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금액적으로는 8~9%가량 성장할 수 있겠으나 물량 관점에서는 2021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2021년은 이례적으로 2분기의 물량 성장률이 그 이전 성장률을 비정상적일 것이라 할 정도로 높았기에 높은 물량/금액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022년은 시장 분석을 하던 시점(2월 중순)에서 현시점(5월 초순) 사이에 너무나 큰 외적 요인들이 발생하였다. 국내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와인 수입/유통 업체들의 일시적 매출 타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에너지 수지 적자 확대와 무역수지 적자, 중국의 도시 봉쇄로 인한 대중국 수출 감소, 불안한 환율과 시중에 풀린 자금의 불안정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 정권 교체기 등 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들이 매우 커졌고, 시장의 불안정성도 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복합적 요인이 발생했을 때도 시장에 대한 관점은 두 가지로 분석하는 것이 좋다. 이제부터는 다음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 수익성이 좋아지는가, 둘째, 주류 시장 내 와인의 점유율이 늘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와인 시장 내 구성원들의 수익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또한 주류 시장 내에서 와인의 점유율은 매우 적어서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언급했기 때문에 주류 시장 내 점유율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와인 업계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 바로 수입 와인의 수익성과 주류 시장 내 점유율이다.


현시점에서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각국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꽤 높은 물가상승률을 체험하고 있고, 주유소 들어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고유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사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수입 운송료, 현지 와인 가격, 국내 운송료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가격 상승 압박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거래처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에 가격 결정 정책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인기가 많은 와인에 대해서는 적정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겠으나, 잘 나가지 않거나 특정한 와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이익을 책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수입사 관점에서 2022년 남은 기간 수익성 하락에 직면할 확률이 매우 높다. 투자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빠질 것이며,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 등에 대한 압박이 크게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많은 현상이 마케팅 비용 절감, 온라인 매체 적극 활용, 경비 소모성 행사인 와인메이커 디너 같은 행사를 줄임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와인 홍보 및 유통 촉진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량을 늘려서 가격적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전통적 유통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는 모든 유통 업계에 불문율과 같은 것이다. 몇몇의 핵심 아이템이 여러 아이템을 먹여 살리는 형식의 구조는 와인만 특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산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니, 와인 업계도 앞으로는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량 중심 정책에 눈길을 더 두어야 할 것이다. 직원 월급은 그래도 매달 꼬박꼬박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와인숍과 같은 소매상도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매출은 어떤 방법으로든 채워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숍과의 경쟁 격화, 둘째는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매우 높은 민감도에 따른 가격 상승의 어려움, 인기와인 물량 확보에 대한 어려움과 수입사들의 배정 정책, 가격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어려움, 숍 전용 납품 와인의 수입사 정책 변경에 따른 마트 및 대형 유통체제 납품과 이에 따른 숍 납품 와인 이점의 상실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숍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마트 납품 이외의 인기 와인 확보 노력이 숍 운영의 핵심 사항이 될 것이다. 즉, 와인 선별과 물량 확보에 과거보다 더욱 까다로운 요구조건이 발생할 것임을 시사한다.     

수입하는 물량이나 금액 전체를 떠나서 수입사나 유통 단계 모든 구성원에게 자금의 압박(수입사는 환율과 물류비, 숍은 마진율) 이외에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으니 시장 상황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전략들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와인 업계 내부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치겠으나, 지금은 모든 업종에서 이와 같은 아우성이 들리고 있으니,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자조 섞인 결론을 내어본다.


나는 여러 와인들을 사서 마시는 소비자 입장이지만, 유통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모두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내 역할은 좋은 와인 잘 사서 감사히 마실 뿐이니, 이 글을 통하여 내가 좋은 와인을 사서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모든 와인 유통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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