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기준 수입와인시장 동향 분석
지난 칼럼에서도 시장의 상황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2022년 4월의 통계 자료가 수집된 지금에서 시장은 이전에 비해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물량은 상당히 줄었으나, 금액은 늘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시장 상황에 대해서 몇 가지 알아보고자 한다.
1월~4월까지 수입물량과 금액 누적 연도별 추세
1.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사회경제적 주제가 와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 물량은 줄어들었으나, 금액은 올랐다. 전반적으로 와인 가격, 운송료, 모든 부분에 있어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물량이 줄어든 것에 반해 금액은 늘었으니, 금액 상승분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특히 달러 강세에 덧붙여 미국의 물가 상승은 고스란히 와인 가격 상승으로 전가된다. 미국의 주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와인의 가격 상승은 현재 수입된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나면 즉각적으로 와인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다만 와인 가격의 상승분을 유통 유연성을 위해 수입사들이 흡수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와인의 수입물가 자체가 급등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작은 수입사보다 큰 수입사에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인데, 큰 수입사에는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것이라 판단된다. 왜나하면 큰 수입사의 경우 가격 유연성이 떨어지고, 물량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자금의 압박도 클 수밖에 없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작은 수입사에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작은 수입사의 경우 유통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전체적 운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급처에 대해서 무조건 그 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원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수입사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점이 올 것이라 본다.
분명한 것은 내가 시장 성장성에 대해서 이전 칼럼에서 2~3%의 물량 감소를 예측했는데 4월 통계에서 이 수치를 3~4%로 더 높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와인 시장이라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외부 요인에 따라서 와인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 요인을 고려한다면 물량기준 연초 10%가량 성장을 예상했던 부분이 6~7% 성장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금액 관점은 당연히 성장한다. 다만 이것이 시장 성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의한 성장이기 때문에 마냥 즐거워할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 성장은 어느 경우든 물량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2. 칠레 와인 점유율의 지속적 하락
2022년 1~4월 사이의 누적 시장점유율을 보았을 때 칠레 와인은 21.32%까지 떨어졌다. 2위인 이탈리아 와인(18.25%)과 점유율 차이가 불과 3%다. 칠레 와인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많은 소비자의 취향이 칠레 와인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한다. 애초 예상으로는 많은 소비자가 와인 시장에 진입하는 촉매제로써 칠레 와인의 역할이 오래 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후 지속적 와인 소비자 유입이 적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칠레 와인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상대적으로 와인 시장에 신규 소비자들 진입이 낮아지고 있다는 간접증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와인을 접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프랑스나 미국 와인으로 그 취향을 옮겨가고 있겠으나, 새로운 소비자들은 칠레 와인을 일반적으로 먼저 찾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는 논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처음 와인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칠레와인이 아닌 미국이나 프랑스 와인으로 시작할 수도 있겠으나, 접근성 측면에서 칠레 와인이 시장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즉, 칠레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의 입구가 되어주는 영역인데 칠레 와인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신규 유입 소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도 될 것이다.
시장을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칠레 와인의 시장점유율 감소가 와인 시장의 양적 감소 및 소비시장의 확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량으로 지탱되지 않는 시장은 어느 상품이든지 간에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일부 매니아층을 위한 시장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칠레 와인의 수입시장 물량 점유율과 금액 점유율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2022년 4월까지 칠레 와인의 금액 점유율은 11.65%로 프랑스(34.19%)-미국(18.79%)-이탈리아(15.12%)에 이어 4위이며 비중이 자꾸 낮아지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 물량을 지탱해주는 주요 요인은 칠레와인으로 보아야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니 수입사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3. 샴페인 천하통일
2022년 1~4월까지 스파클링 와인 통계에 있어서 드디어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의 금액 점유율이 70%를 넘어섰다. 사실상 독점 이상이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크레망 일부를 생각한다 하더라도 샴페인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는 시장 양극화와 직결되기도 한다. 소득 양극화에 따라서 중간층 소비자가 점차 줄어들고 고소득 소비층이 늘어날수록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샴페인의 금액과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한국 수입 와인 시장에서 샴페인의 위상은 확고부동하다. 소득 양극화에서 발생되는 고급 소비재의 소비 증가는 다른 고급 소비재의 수입 증가와 궤적을 같이 한다. 이제 샴페인 시장도 세분화되기 시작하여 초고가 샴페인과 일반 샴페인으로 점차 나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레망과 비슷한 가격의 샴페인이 있는가 하면, 그랑크뤼급 이상의 희소성을 갖는 샴페인 시장으로 분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샴페인은 한국 수입와인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샴페인 시장은 별도로 분리하여 분석해야 할 정도로 독특한 시장이 되었다고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스파클링=샴페인이라는 공식이 굳어지어 가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샴페인 시장은 지속해서 살펴야 할 대상이다.
총론
지난 10년간 와인시장을 분석하고 지켜보면서 지금처럼 급작스러운 변화를 관찰한 적은 없다. 외부 요인에서부터 내부 요인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과거에 2개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다섯 개가량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예측도 어렵고 현재 데이터가 던져주는 신호가 지금까지 분석 패턴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수입사나 유통 관계자(숍, 레스토랑 등)들이 느끼는 지표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변화의 시대에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힘들 때면 절약하고, 웅크리며, 미래를 위해 빵조각을 조금씩 모아두는 것이다. 지금은 배가 고프겠으나 미래에는 풍족할 것이다. 이미 확장보다 생존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었으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시장 규모가 크면 무엇하겠는가, 내 수익이 남지 않을 확률이 높은데 말이다. 모두 충격에 대비하자. 안전띠를 잘 매고 손잡이를 꼭 잡은 이는 살아남을 것이고 방심한 이는 사고로 크게 다칠 것이 지금 시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