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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25. 2022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영향

와인시장 변동성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2022년 6월 중순 이 칼럼을 쓰는 시점에 많은 이들은 해외의 전쟁 소식에 따른 국제 물류 비용의 급증, 그리고 연료비와 여러 원재료가격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 소식을 매일 뉴스에서 듣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라면 이 때의 위기도 한 번의 위기라 할 수 있겠으나 이 시점에서는 예측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2022년 5월 집계가 마무리된 현재 2022년 5월은 54,670헥토리터 수입으로 4월 54,980헥토리터 대비 극소량 줄었다. 문제는 금액에도 5,344만 달러로 4월 5,457달러에 비해 극소량 줄었다는 점이다. 평상시 같으면 이 문제가 계절적 요인이라 치부될 수 있으나, 2022년 6월 관점에서는 이런 미세한 시그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시장 상황은 유동적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국의 물가 상승과 환율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미국의 경우 1갤런에 1.5달러 하던 유가가 2022년 6월 현재는 5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니 미국의 물가 인플레이션은 매우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산 와인의 수입 금액 폭등 및 물량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2022년 4월 7,800헥토리터 수입된 미국 와인은 5월에 6,203헥토리터로 크게 줄었다. 금액 역시 1,100만 달러에서 917만 달러로 큰 폭의 감소를 해주었다. 이는 현재 경제 상황이 와인 수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해지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그간의 양적 완화에 대한 연착륙 타이밍을 놓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시장 침체를 감수하고서도 초강력 긴축을 진행할 것이다. 이미 심심치 않게 점보 스텝, 울트라 스텝 이야기가 나오니 조만간 퀀텀 점프 스텝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2022년 전체 시장의 흐름은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물량은 감소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물량만큼 충분한 와인 수입이 이루어져야 하나 물류 문제와 유통 비용, 환율 문제로 인해 수입사들은 수입 시기를 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환율은 수입사에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둘째, 금액은 상당히 늘어 시장 2조 원은 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장의 확대에 의한 시장 규모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의한 시장 규모가 될 확률이 높다. 물가 상승은 여러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와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신호가 시장에 주는 영향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고소득층은 인플레이션에도 충분히 와인을 사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보다 나만의 와인을 찾고자 할 것이며, 사고 싶은 와인은 비싼 비용을 지불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구매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모든 소비시장에서 소비 양극화가 이루어지는 현재 시점에서 와인은 더욱더 그 현상을 강하게 나타내게 될 것이다.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기에 고급 와인 제품군이 좋고 고급 고객 목록을 잘 보유한 수입사는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둘째, 코로나 팬데믹은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에 와인이나 골프와 같은 매스티지로 간주될 수 있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과거 소주 맥주로 대표된 MZ세대의 주요 소비 주류는 와인으로 많이 옮겨갔다. 나만의 경험과 나만의 개성을 더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와인은 마치 패션에서 나만이 아는 옷, 패션 아이템과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최근에 인터뷰해본 20~30대 MZ세대들 사이에서 와인은 이미 접근하기 쉬운 주류로써 명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5~6년 전 시장 분석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스몰 럭셔리에 대한 선호가 디저트와 같은 스윗 제품에서 주류 분야로 빠르게 옮겨오고 있다. 위스키도 이런 관점에서 같이 바라보면 시장 이해가 빠를 것이다.


셋째,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어도 해외 와인 가격의 상승, 나쁜 환율, 어려운 작황에 따른 생산량의 감소 등에 의해서 해외 와인 구매의 이점이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며, 국내에 있는 숨은 와인들을 찾는 노력이 많이 경주될 것이다. 고가 와인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더 촘촘해진 출입국 모니터링 과정은 소비자들의 해외 와인 구매 패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빨리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해외 와인 구매의 주요 목적지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여행이 빨리 풀리지 않을 것이기에 소비자들의 해외 와인 구매가 빠르게 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및 각 와인 유통 주체들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1. 수입사

시작도 환율, 끝도 환율이 될 것 같다. 자체 지출 경비 절감 이외에 핵심 역량 와인의 현상 유지 및 유통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고급 와인의 경우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지의 물량 확보와 식검 등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병당 단가가 올라가고 매출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수입사의 수익구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환율, 물류비용 증가와 인건비 상승, 현지 와인 가격 상승 등 비용 상승요인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수입사의 경우 비용 절감과 고가 와인의 물류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기 와인만 잘 나간다고 해당 와인만 집중적으로 유통하다가 특정 와인은 재고가 없어 거래처를 잃고, 재고만 창고에 쌓이는 최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숍

과거 숍이 수입사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면 현재는 수입사들이 좀 더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샘플링 와인을 돌려야 했던 유통 환경에서 최근에는 샘플링 자체가 유료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인기 와인이나 희귀와인은 공급자 우선 시장이 되어 있어서 숍이 취할 수 있는 조처는 많지 않다. 인기 와인이나 전문 애호가들이 찾는 와인 물량을 확보하려면 현재 시장 특성상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하나 자금 흐름상 그 사이에 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숍 관점에서는 자금 압박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리스트, 고객 관리 기술과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좋은 고객 리스트 확보라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다.     


3. 소비자

지금 살 때가 가장 쌀 때이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본 다음의 문구를 떠올리며 칼럼을 마친다.     

“날씨야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냐, 술 사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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