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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04. 2022

베네토의 아마로네, 그리고 Monte del Fra

가격 좋고 정말로 멋진 클래식 아마로네


20년 전 내가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 공부를 시작했던 동네는 프랑스가 아니고 이탈리아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남들이 어렵다고 하면 더 달려들어 탐구하는 성격에서 기인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전생에 이탈리아 사람이었는지 모를 일이나, 나는 이탈리아 와인 지역과 품종 이름은 이상하게도 쉽게 외우고 이해도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다.(거꾸로 프랑스의 포므롤과 포이약 지역은 지금까지 혼동해서 페트뤼스를 포이약이라고 부를 때가 간혹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은 내게 와인의 시작점과 같은 곳이라 하겠다.


이탈리아의 지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사람들 성정도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이탈리아는 지진이 많고 한국은 없다는 정도일까? 산맥을 넘어넘어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농업과 공업의 핵심 지역인 롬바르디아 평야 일대를 들 수 있다. 밀라노에서 시작하여 베네치아에 이르는 북부 이탈리아의 드넓은 평원은 고속도로로 계속 달려도 끝 없는 평원이다. 특이하게도 알프스 산맥은 이 평원에서 마치 바다 위의 섬처럼 불현 듯 갑자기 우뚝 솟아난다는 것이다. 그런 특징 사이에 지형적 영향으로 유명한 코모 호수나 가르다 호수 같은 굴지의 휴양지들이 산재해 있다. 영화에 보는 그림 같은 이탈리아의 명소 사진들은 대부분 이 근처라 생각해도 된다.


지리적으로 좋은 자연환경과 식생을 지녀서인지, 이 곳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베로나가 있다. 이탈리아의 빈 이태리가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며, 로마시대 건축된 아레나가 아직도 현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그만큼 와인의 유서도 깊고 생산량 역시 상당히 많은 지역이며, 수 많은 DOC와 DOCG가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20년 전에는 DOCG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현재는 아마로네를 포함하여 총 14개에 이른다. 사실 DOCG라는 제도는 어느 마을이나 지역에서 표준화된 양조 기준을 맞추고 이에 따라 품질을 일관되게 만들어내면 얻을 수 있는 제도인데, 워낙 관련된 포도원이 많고 제각각의 양조법이 다르다 보니 일관된 의견을 모으는 것이 매우 어렵다. 덕분에 최근의 DOCG는 넓은 동네 보다도 의견 일치를 보는 좁은 지역이나 마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로네는 한동안 와인 애호가들에게 왜 이 뛰어난 지역이 DOCG가 안되었는지 의문이기는 하였다. 아마로네는 201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DOCG를 부여받았는데 그만큼 생산자가 많고 지역도 상대적으로 넓은 것에 기인할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발풀리첼라(Valpolicella)와 겹친다. 발풀리첼라는 4개의 생산지역과 중복되는데, 아마로네, 레치오토, 발풀리첼라, 발풀리첼라 리파소가 그 것이다. 각각의 양조 방법과 가공 방법 등이 약간씩 다르다. 물론 이 4개 중에서 아마로네가 최고봉인 것임은 당연하다.


다른 이탈리아지역의 와인에 비해서 높은 알코올 도수인 14도를 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잔당 역시 14도인 경우 리터당 9그람 이상, 이 이상인 경우에는 리터당 12그람 이상을 함유해야 한다. 그만큼 단 느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단 느낌을 내면서도 밸런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산미감을 갖고 있어야 하므로 좋은 아마로네일수록 산미감이 어느 정도 잘 살아 있는지 살펴야 한다. 내게는 없어서 못마시는 멋진 명주임에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랜 기간 아마로네를 맛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클래식하고 대단한 아마로네를 소개 받아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가 상당하였다. 가격은 특히 더욱 착하게 잡혀져 있어서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 시대에 빛줄기 같은 와인이라 생각했다. 바로 몬테 델 프라(Monte del Fra)다.



몬테 델 프라의 아마로네는 모던함 보다는 클래식함을 좀 더 강조한다. 그리고 브리딩이 필요하며 동물적이고, 좀 더 진득한 계열, 나무 계열과 한약 같은 느낌을 많이 보여주는 와인이다. 오래간만에 아주 훌륭하고 가격 역시 시중의 아마로네에 비해 착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꼭 사서 마셔보아야 할 와인이라 추천하고 싶다. 세 개의 아마로네 모두 다 훌륭하고, 각각의 개성이 다르다. 물론 가격에 따라 맛의 차이는 있지만, 작은 가격차이 대비 맛 차이는 상당히 성큼성큼 크게 나타난다. 이런 포도원은 무조건 가장 비싼 와인을 사는 것이 가장 남는 장사다. 어떤 포도원은 작은 품질 차이도 큰 가격 차이로 출시하는데 이 포도원은 거꾸로인 셈이다. 1958년 설립 이래 천천히 영역을 넓혀 왔으며, 이 지역의 아이콘적 테루아를 나타내고 있다고 감베로 로쏘에서도 소개하고 있으니, 선택해서 실패할 일은 없을 듯 하다.  


추가 귀뜸을 하나 더 하자면 이 집의 카 델 마그로(Ca del Magro) 비앙코 2019 빈티지는 2022년 감베로 로쏘에서 트레 비키에리(잔 3개)를 받았다. 최고 등급을 받은 것에 비해서 가격을 알게 되면 눈이 휘둥그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Monte del Fra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DOCG Riserva Scarnocchio 2016 

아주 젊고 감미로운 와인이다. 섬세하면서도 기품 있는 감초, 말린 자두, 말린 블루베리, 크랜베리 계열의 터치가 아로마에 전해지며, 담배, 커피, 다크 초콜릿 터치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동물적인 아로마도 있는데 브리딩이 될 수록 더욱 좋아질 것이다. 보디감이 대단하고 산미감이 아주 좋다. 피니시에서 약간의 단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것 자체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입 안에 멋진 질감을 전해준다. 고기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이며, 바비큐 이외의 힘이 있는 요리들과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색상은 맑고 기분 좋은 루비색, 알코올은 15.5%이나 그 알코올의 힘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균형감 있게 만들었다.


Monte del Fra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DOCG Casa Capitei 2017

약간의 갈색 톤을 두고 있으며, 진득한 느낌을 준다. 입 안에서는 단 느낌이 들며 단팥, 대추 같은 느낌이 잘 전해진다. 달인 대추차 같은 질감과 산미감, 블루베리와 레드베리 계열의 아로마 이면에 감초와 동양적인 캐릭터가 함께 전해진다. 산미와 당도의 밸런스가 매우 좋아서 누구나 마신다 하더라도 맛있다 할 것이다. 아마 이 가격에 이런 맛의 아마로네를 맛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맛이 꽤나 안정적이다. 입 안에 들어가면 피니시가 나쁘지 않고 오래 가며 과실의 향이 오랫동안 가는 와인이다.


Monte del Fra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DOCG Tenuta lena di Mezzo 2017

약간의 갈색 톤이 돈다. 감초, 오크의 터치가 전해진다. 브리딩이 필요하며 단 느낌이 함께 전해지는 와인이다. 산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와인의 보디감과 베리류의 터치가 잘 전해진다. 입 안을 가득 채워주면서도 깊이감 있는 오크, 나무향, 감초 계열의 터치가 잘 전해진다. 무겁지 않고 입 안에서도 풍성하며 기분 좋은 터치가 섬세하게 전달된다.


Monte del Fra Custoza Superiore DOC Ca del Magro 2019

베네토의 유명한 도시인 베로나의 바로 옆 지역으로써, 소아베를 만드는 가르가네가를 기반으로 지역 품종들을 블렌딩한 와인이다. 오크 숙성은 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약간의 노란 빛을 띠는 영롱한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입안의 질감은 부드럽고 매우 드라이하다. 산미감이 잘 올라오며 피니시의 질감이 좋다. 처음 까면 좀 어리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자몽, 살구, 복숭아 계열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고 배, 약간의 생강 같은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미네랄 느낌이 강하며 해산물 파스타 계열에 잘 어울릴 듯 싶다.


제품 문의: 가자주류(02-406-2220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167 (문정동))


- 본 글은 가자주류의 시음와인 제공에 이후 칼럼니스트의 시음, 정보검색 및 의견을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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