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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04. 2022

나파 컬트와인, Quintessa

국내에 어지간히 들어올 미국 컬트 와인은 다 들어왔다 생각하겠지만 여전히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여기저기 숨은 관록의 생산자들이 즐비하다. 그 중 컬트 와인 생산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을 꼽자면 단연코 나파 밸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나파 밸리 하나만 이야기 하면 대부분 설명될 정도로 와인 정보가 부족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변하여 나파 밸리 하나만 이야기 해서는 이 넓고도 섬세한 토양과 기후를 지닌 이 지역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빗 아서(David Arthur)의 elevation 1147은 1147피트(해발 350미터)로 나파밸리로 치면 낮지 않은 고도에서 난 포도로 생산된다.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도 그늘 하나, 개천 하나 사이를 두고 여러 가지 식생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포도원을 관리하고 매일 자연과 교감하는 이들에게 이 섬세한 변화는 얼마나 경이로울까? 소개하고자 하는 포도원은 아직 국내 수입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컬트로써 엄청난 숙성 잠재력과 힘을 가진 와인이다. 운 좋게 아직 출시되지 않은 2019 빈티지 와인을 시음해보고 그에 대한 느낌, 그리고 포도원의 정보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 해 본다. 나파 러더포드 북동쪽에 자리잡은 퀸테사는 자체 포도원을 활용한다. 새삼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캘리포니아는 양조용 포도 거래도 매우 활발하다. 그래서 하나의 포도밭에서 난 포도가 여러 포도원의 와인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규모 포도밭을 보유하거나 확장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1990년부터 포도밭을 일군 퀸테사 포도원은 자체 포도밭을 넓게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토질도 여러 가지로 나뉘어서 다양한 특질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재배된다. 각 토질마다 특징이 틀리고 고도도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관리와 함께 수확도 각각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작은 지역이지만 수확은 놀랍게도 1달에 걸쳐 한다. 포도원을 운영하거나 양조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1달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비가 오는지, 그리고 포도가 언제 과숙할지 전혀 알 수 없다. 포도밭 관리자는 거의 포도밭에서 뜬 눈으로 지새워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 포도원은 인내심을 갖고 산재된 3개의 밭 영역과 각 밭의 경사각, 일조량, 고도, 포도 숙성 정도를 따져서 개별 수확한다. 이 포도밭의 관리자가 경력 20년으로 이 밭에 상주하여 살고 있다고 하니 가히 포도에 쏟는 정성은 상상 이상이라 하겠다.


포도밭의 테루아는 물과 땅의 조화가 맞는, 동양 사상으로 이야기 하자면 풍수가 매우 좋은 곳이다. 옆으로는 나파 강이 흐르고 있으며, 포도원 가운데에는 용의 호수(Dragon Lake)라는 곳이 있다. 이 호수의 역할은 포도원의 온도를 조절하고 아침에는 안개가 끼게 하는 등 이 포도원만의 독특한 기후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포도원 내에서도 이처럼 식생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포도 특질에 맞는 재배와 관리는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강이나 물가의 포도들은 습기를 잘 머금고 아침 시간은 온도가 더 낮아질 것이며, 물에서 먼 포도들은 오히려 건조하고 응집력이 있을 것이다. 이런 미묘한 변화의 차이점을 하나의 응집력으로 묶어내는 와인이 퀸테사라 볼 수 있다.


내 관점에서 과학적 측면과 인간의 감성과 교감의 측면 모든 것을 잘 아우른 와인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좀 비싸도, 좀 독특해도 그에 걸맞는 충분한 와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Quintessa Napa Valley Rutherford(사진은 2018 빈티지)

 

Quintessa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Rutherford 2019

나파의 러더포드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있어 최상의 테루아라 할 수 있다. 물론 과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지역 내에도 여러 토질과 테루아로 구분되지만 나파 내에서도 러더포드가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지역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와인은 그 핵심 구역에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으며, 단단한 소비 지지층을 바탕으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와인이었다. 그런 와인이 이제는 국내에도 소개되었으니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만드는 이 와인은 정말로 진하고 깊이감이 있다. 화사함 보다는 진중함과 깊이감을 띠는데 레이어가 여럿이라 바로 개봉한 뒤 시음은 절대 금물이다. 적어도 2시간 이상의 브리딩, 혹은 4~5년의 숙성 뒤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나의 경우 12시간 가량을 1잔 따른 뒤 병을 닫고 세운 상태로 브리딩 후 다시 30분 가량 브리딩 하니 제 모습을 드러낸다. 말린 베리류의 진득한 아로마와 함께 피니시에서 제대로 올라오는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의 캐릭터는 미국의 제대로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의 진수를 보여준다. 블렌딩으로 들어간 카베르네 프랑이나 프티 베르도의 도움으로 화사한 특징까지 잘 살려져 있다. 컬트 와인으로 손색이 없으며 충분히 시음 환경을 갖춘 뒤 천천히 음미해야 할 와인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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