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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04. 2022

발음 힘들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Cordero di Montezemolo Barolo

요즘 일본에서 많이 유행하는 라이트 노벨(줄여서 라노벨)은 이름이 무척 길기 때문에 이름을 줄여 읽는 경우가 많다.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는 줄여서 “던만추”라고 부르며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는 줄여서 “전슬라”라고 부른다. 와인에서도 이렇게 줄여 부르는 일이 많은데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에는 카쇼 혹은 캡쇼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처럼 길고 발음하기 힘든 것은 줄여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10대들의 대화 역시 그들만의 단어 이전에 긴 대화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활동으로 보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왠열”과 같은 표현은 지금 10대들이 줄여 쓰는 함축적 의미에 자신들만의 접미사인 “열”을 붙인 형태가 된다.


바롤로가 바르바레스코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알려진 이유로는 단어가 더 간단해서일 수도 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보다 키안티 같이 입에 착 붙는 지역명이 있으면 사람들은 상품을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름이 어려우면 여러 면에서 손해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 다음의 이름을 한 번 보자. 정조경천명도홍덕현모문성무열성인장효선황제(正祖敬天明道洪德顯謨文成武烈聖仁莊孝宣皇帝).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가? 대략 감을 잡아서 알겠지만 이 이름은 정조의 정식 시호다. 신분이 높을수록 이름이 길어지는 것은 국내나 국외나 마찬가지다. 해외의 경우에도 귀족 집안인 경우에는 주로 이름이 길어진다. 그러니 지금 소개하는 이 포도원 이름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역시 듣는 순간 “아, 뭔가 귀족이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서론이 좀 길었다. 긴 이름은 부르기 어렵고 너무 유명한 경우 사람들이 줄여서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점 아닌 단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이름에 기억되기 꽤나 어려우니 눈에 띄이기는 어렵고 팔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으나 그 덕분에 숨은 와인으로 아는 사람만 사서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근래 맛본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가격과 맛 모든 면에서 나를 완벽하게 만족시킨 바롤로가 있으니 바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다. 일단 이름부터 길고 부르기 복잡하니 앞의 정조 시호를 생각하면 맞다, 바로 귀족 집안이다. 더 이상 아는척 하기 보다는 생산자측에서 제공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분명한 것은, 나는 맛본 뒤 이 와인의 가격과 맛에 반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와이너리는 바롤로의 중심인 라 모라(La Morra) 마을에서 1340년부터 약 660년간 19세대를 이어 상속되어 온 가장 역사적인 포도원인 몬팔레토(Monfalletto)를 단독 소유하고 있다.  


이 포도원의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고도300m)에는 거대한 레바논 삼나무 우뚝 솟아 있는데, 이는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가족의 조상인 코스탄조 팔레티 디 로델로(Constanzo Falletti di Rodello)와 그 부인이 그들의 결혼을 기념하고 그들의 고향에 대한 애정의 상징으로 1856년에 심은 것이다. 이 고목은 몬팔레토 포도원 뿐 아니라 바롤로 전체의 풍광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바롤로의 역사와 전통의 일부로 이기도 이다. 이 나무를 중심으로 마치 컴퍼스처럼 바롤로의 모든 생산지역이 360도로 펼쳐진다. 한 때 이 고목은 이탈리아 공군에게 네비게이터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몬팔레토는 바롤로 성의 옛 소유주이자 바롤로 와인 탄생에 막대한 기여를 한 역사적인 귀족인 후작 팔레티(Falletti) 가문이 소유했던 영지이다. 그 역사는 1340년 팔레티 가의 피에트리노 팔레티(Pietrino Falletti)가 라 모라 마을의 영주가 되면서 인데 수 많은 세월을 거치며 그 땅은 대부분 분할되거나, 팔리거나, 손실되었지만, 몬팔레토는 660년이 넘는 기간동안 단 한 번도 팔거나 인수하거나 분할 된 적이 없이 되물림 되었다.


이곳의 고대 이름은 몬스 팔레토룸(Mons Fallettorum)이었다가 이후 몬팔레토(Mont Falet)라 불렸는데 이는 팔레티 가문의 산이라는 의미와 일맥 상통하기도 한다. 후작 부인 루이지아 팔레티 디 로델로(Luigia Falletti di Rodello)는 외동딸로 가계의 마지막 팔레티였으며, 그녀에게는 스페인 출신의 피에몬테 귀족 가문인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와 혼인한 외동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들은 슬하에 아들 파올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를 두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안타깝게 그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났고, 그는 외할머니인 루이지아 팔레티 밑에서 자랐다. 1941년 루이지아 팔레티가 세상을 떠나면서 몬팔레토를 포함한 그녀의 재산은 그녀의 유일한 핏줄이었던 파올로 코르테로 디 몬테제몰로에게 상속되었다. 팔레티 가문의 계보는 후작 루이지아 팔레티가 세상을 떠나며 사라졌지만, 몬팔레토 영지는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가족의 이름으로 후세에 계승된다. 파올로가 1988년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아들인 지오바니(Giovanni)와 엔리코(Enrico)는 2007년까지 영지와 포도원을 관리했으며, 엔리코는 그의 지분을 지오바니의 딸과 아들인 엘레나(Elena)와 알베르토 (Alberto)에게 매각하였다. 현재 엘레나는 관리와 홍보를 담당하고 있으며, 알베르토는 와인 양조와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



알베르토는 1981년생으로, 알바의 양조 대학에서 공학 학위를 받았으며, 2004년 토리노 대학에서 경영 및 경제학 학위를 취득했다. 라 모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포도원과 셀라에서 일과 생활을 같이 했다. 졸업 후에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근무 경험을 쌓고, 2005년부터는 와이너리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부터는 알베이사(Albeisa)협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는 현재 28ha의 몬팔레토 포도원 외에 알바(Alba)에 11ha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고 있으며, 1965년에 매입한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 마을의 빌레로(Villero) 크뤼 포도원(2ha)에서는 이 집의 최고급 바롤로 와인인 엔리코 6(Enrico VI)을 생산한다. 또한 라 모라의 장기 계약된 10헥타르의 포도원에서 네비올로와 바르베라를 생산하며, 로에로 지역의 장기 계약된 5헥타르의 포도원에서 아르네이스를 생산한다. 총 56헥타르의 포도원을 직접 관리하고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상적인 점은 대부분의 바롤로 생산자들의 포도원은 소규모로 멀리 떨어진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반면에,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의 포도원들은 다른 마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매우 근접하게 모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포도원 관리와 포도 재배를 가능하게 하며 각 구획의 품질 측면에서 높은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하게 된다.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포도원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만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포도원은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아, 친환경적 접근방식을 통한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한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몬팔레토 Cordero di Montezemolo Monfalletto 2017

◎ 평가 : James Suckling 97점 (2021년 James Suckling TOP 100 이탈리아 와인 선정), Wine Enthusiast 94점, Robert Parker 93+

◎ 포도원 : 바롤로의 라 모라 마을에 위치한 역사적인 포도원 몬팔레토에서 생산한다. 포도원은 고도 250~300m의 언덕에 남동향과 남서향으로 펼쳐져 있으며, 포도나무의 수령은 15~50년이다. 점토와 석회질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아함과 동시에 복합적인 캐릭터를 표현해낸다. 

◎ 품종 : 네비올로 

◎ 양조 특징 : 포도원을 구획별로 구분하여 분리 수확, 분리 양조하며,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에서 4~5일간의 침용과 추가 10~12일간의 발효를 진행한다. 이후 각기 다른 사이즈의 나무 통에서 젖산 발효한다. 프렌치 및 슬라보니안 오크 배럴에서 18~24개월 숙성하고 블렌딩 하여 병입 한뒤 1년 동안 병에서 숙성한다.

◎ 테이스팅 노트 : 붉은 꽃과 체리, 라즈베리, 담배잎, 향신료, 나무향이 조화롭고 풍부하다. 순수한 과실과 젖은 돌과 광물의 풍부한 미네럴 특색이 느껴지며, 섬세하고 고운 입자의 탄닌이 입안을 감싸는 풀바디 와인이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갓테라 Cordero di Montezemolo Gattera 2017

◎ 평가 : Robert Parker 94, James Suckling 95, 

◎ 포도원 : 갓테라 크뤼 포도원 (바롤로의 공식 MGA* 포도원 중 하나)은 라 모라의 최상급 크뤼 포도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총 면적은 30ha가 넘는데 그중 11ha를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가 소유하고 있다. 이는 몬팔레토의 레바논 삼나무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갓테라 크뤼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남서향의 포도원이다. 이 포도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마을의 경계선이 위치해 있는데, 이에 이 포도원에서는 바롤로 지역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토양 특색이 겹쳐져 나타난다. 그 중 하나는 라 모라, 바롤로 마을에서 주로 나타나는 석회질 이회토로 구성된 토르토니안(Tortonian)토양으로 좀 더 섬세하고 향기로우며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게 하며, 다른 하나는 몬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 세루랑가 달바(Serrulanga d’Alba),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glione Falletto)에서 주로 발견되는 좀 더 척박한 모래와 사암으로 구성된 헬베티안(Helvetian)토양으로 무게감과 구조감이 뛰어나고 파워풀하며 긴 숙성 잠재력을 보여주는 와인을 생산하게 한다. 이 두 토양의 조합으로 갓테라 크뤼 포도원에서는 매우 우아하면서도 복합미가 뛰어나고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닌 파워풀한 특별한 바롤로가 생산된다. 또한 작은 포도원 임에도 불구하고 포도나무의 수령, 클론, 토양 구성, 언덕에서 나타나는 각기 다른 미기후에 따라 8개의 구획으로 구분하여 별도로 관리, 수확하며 분리 발효한다. 한정된 수량만 생산되며 2017 빈티지 생산량은 5,300병이다. 

◎ 품종 : 네비올로

◎ 양조 특징 :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6~8일간 침용을 진행하며 이후 10~12일 간 발효한다. 발효를 마친 와인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젖산 발효를 진행하며, 19~21개월 간 천천히 숙성되어 간다. 

◎ 테이스팅 노트 : 

잘 익은 라즈베리, 체리, 말린 블루베리, 라일락, 트러플향, 감초 향 등 복힙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 뛰어난 구조감과 함께 매우 정교하고 조밀한 탄닌을 느낄 수 있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 MGA (Menzione Geografica Aggiuntiva)는 2010년에 바롤로 지역에 지정된 뛰어난 품질을 생산하는 특별한 포도원을 구분하여 공식화한 것이며, 영어로는 싱글빈야드, 불어로는 크뤼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바롤로에는 총 181개의 MGA가 지정되어 있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랑게 아르네이스 Cordero di Montezemolo Langhe Arneis 2019

◎ 평가 : James Suckling 91, Robert Parker 90+

◎ 포도원 : 몬팔레토 포도원의 바로 아래에 붙어 있으며, 라 모라, 구아레네(Guarene in Roero), 고보네(Govone in Roero) 마을에 걸쳐 있다. 

◎ 품종 : 아르네이스 

◎ 양조 특징 : 가지를 제거하고 압착한 다음 여과한 과즙을 13~15°C로 온도 조절된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에서 약 1개월 동안 발효한다. 이후 효모 앙금(Lees)와 함께 약 3개월간 숙성한 다음, 병입 후 2개월동안 숙성하여 출시한다.

◎ 테이스팅 노트 : 

복숭아와 아카시아 꽃, 카모마일과 멜론, 노란 꽃 향기가 다채롭고 향기롭다. 신선하면서도 좋은 산도감과 풍만한 볼륨감을 표현하며, 전형적인 아르네이스의 특징인 쌉쌀한 끝 맛도 나타난다.


(정보 제공: Ethicawines, 롯데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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