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Nov 15. 2020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이야기

가장 위대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 생산 가문의 이야기

지금까지 도멘 르플레이브의 서자 혹은 메종 와인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가문의 명성을 이어가는 관점에서 이처럼 극적인 포도원도 더 없으리라 본다. 물론 올리비에 르플레이브를 이야기 하기 전에 도멘 르플레이브를 빼먹을 수 없다. 가장 유명한 화이트 생산자이며 지금까지 그 명성을 계속 유지하는 궁극의 포도원이니 말이다.


르플레이브 가문은 이 풀리니 몽하쉐(Puligny Montrachet) 지역에서 16세기부터 살아왔다. 그러나 이 가문의 와인 시발점은 조셉 르플레이브(Joseph Leflaive, 1870~1953)으로 보는 것이 맞다. 젊은 시절 프랑스의 첫 잠수함을 제작하는 팀에 참여를 하던 조셉은 결혼 이후 집으로 돌아와 필록세라로 황폐화 된 포도밭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각 토질에 맞는 뿌리를 별도로 찾아 심기 시작했으며, 이는 지금의 포도밭 기원이 되었다. 그의 열정은 두 아들인 뱅상(Vincent)과 조(Joseph-Regis)에 상속되었으며 두 아들은 포도원을 잘 운영했다. 실제로는 뱅상이 1990년까지 르플레이브를 운영했으며, 조는 경영적인 관점을 더 맡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1982)


이후 포도원은 조셉의 아들 올리비에(Oliver)와 뱅상의 딸 앤클로드(Anne-Claude, ~2015)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앤클로드는 포도원을 비오디나미(Biodynamic) 농법에 적용되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도멘 르플레이브는 1997년 모든 포도원을 비오디나미로 전환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앤클로드와 함께 조의 아들 올리비에의 역할인데, 올리비에는 1994년까지 도멘의 운영을 맡은 뒤, 메종 올리비에 르플레이브(Maison Oliver Leflave)를 만들어 독립했다는 점이다. 조가 82년 이후에는 도멘 르플레이브의 양조를 올리비에에게 맡겼음을 알 수 있다.


올리비에는 1965년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으며 경제학 학위를 받는다. 파리에서 생활하던 올리비에는 1981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1982년부터 그는 자신의 삼촌, 뱅상 르플레이브와 함께 포도원을 운영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 조의 뒤를 이은 셈이다. 뱅상이 1990년 은퇴한 뒤에는 앤클로드와 포도원을 함께 운영했지만, 올리비에에게 있어서 뱅상의 존재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앤클로드와 함께 한 4년 보다, 뱅상과 함께 한 8년이 훨씬 큰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후 올리비에 르플레이브는 2010년 은퇴하고, 자신의 딸 올리비아(Olivia)에게 운영을 물려준다.


도멘 르플레이브가 가문의 플래그십 역할을 한다면 올리비에는 비즈니스적인 감각과 와인 생산 두 가지 요소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온 포도원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테루아를 섭렵하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 아마도 이는 추정해볼 수 있는데, 1990년에서 1994년까지 올리비에와 앤클로드의 스타일이 꽤나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점이다. 원래부터 풍류를 즐겼던 올리비에는 좀 더 자유분방하고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중시하여 다양성을 고려했을 것이며, 앤클로드는 포도밭 자체의 응집력, 비오디나미에 대한 생각으로 철학적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르플레이브라는 대전제 앞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은 하나로 수렴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조셉과 뱅상으로 이어지는 양조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리비에 르플레이브는 생산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관광호텔도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많은 거래선을 갖고 있으나, 와인 양조는 테루아의 특성을 매우 깊이 분리하는 기본 방향성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포도 자체의 특성을 추출하기 위해 별도의 필터링을 하지 않고 침용 이후 아랫부분의 와인(약 40% 가량)은 모두 버린다고 한다. 필터링을 하면 훨씬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지만 품질을 위해서 이 깐깐함은 버리지 않은 것이다.


비록 우리가 도멘 르플레이브의 와인을 맛보기는 매우 어렵지만,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덕분에 그 품질에 가깝게 다가가는 멋진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 르플레이브의 피노 누아르까지 수입되고 있다. 퀴베 마고는 올리비에의 셋째 딸 마고(Margaux)를 기념하여 이름지웠으며, 넷째 발렝탕(Valentin)을 기념하여 샴페인도 만들고 있다. 즐겁게도 최근에는 다수의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와인들이 많이 수입되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올리비에 르플레이브의 와인을 시음해보길 권장한다. 풀리니 몽하쉐 주변 마을에서 르플레이브 가문의 깐깐함으로 만들어진 화이트들이다. 마을단위들은 대부분 5~6년 이상의 숙성 이후 훨씬 맛있어지기에 장기 보관용으로도 좋다.


마지막으로 힌트를 하나 주자면,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와인 중에서 유일하게 황금색 라벨의 와인이 있는데 바로 올리비에의 삼촌에게 헌정하는 와인 옹클 뱅상(Oncle Vincent)이다. 법제상 부득이 부르고뉴로 기재되어 있으나 산재된 풀리니 몽하쉐 밭에서 발췌된 포도만을 갖고 만든 와인이라 한다. 시음해본 바로는 엄청난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니, 올리비에 르플레이브의 금색 라벨을 숍에서 본다면 주저말고 무조건 잡기를 권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크 오베르, 컬트 와인의 천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