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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 미술관 헝가리 와인 시음회

by 정휘웅

지금은 헝가리이지만 1차 세계대전 이전만 하더라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원이었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명주를 만드는 생산지가 많은 곳이 헝가리다. 오스트리아도 와인 산지가 주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지역을 시작하여 동유럽의 멋진 와인 생산지가 시작된다. 헝가리는 UFO 모양으로 둥글게 생긴 내륙국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헝가리를 두 번 가볼 수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은 학회로 가서 제대로 그 진가를 알 수 없었으나, 2019년에는 제대로 토카이 지역도 돌아볼 수 있었다. 당시에 발견한 멋진 푸민트 와인은 지금도 내 데일리 와인으로 박스째 사놓고 마시는 와인이다.


한국 수입와인 시장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나 국가들의 와인 수입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곳은 포르투갈과 함께 헝가리다. 2022년 9월까지 누적 비교로 본다면 토카이 지역의 스윗 와인들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화이트 와인 역시 그 주를 이루고 있다. 레드 와인은 아직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으나 의외로 엄청난 품질, 특히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와인은 어지간한 프랑스 와인들을 쉽게 뛰어넘는 것이 많다.


과거에 헝가리 와인을 전문적으로 수입한 수입사가 있었으나, 이번에 다시 진지하게 헝가리 와인을 수입하는 팀이 있고, 미술 전시회와 함께 하는 시음회가 있어 다녀올 수 있었다. 와인은 전체적으로 기존 와인들과 차별점 보다는 시장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와인들로써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본다면 문제가 전혀 없다는 판단이다. 소비자들도 좋은 와인에 대해서는 선입관을 갖지 말고 경험해보는 것이 와인을 알아가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내추럴 와인들도 수입되는데 그 캐릭터가 다른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매끈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니 꼭 시도해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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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와인들에 대한 시음노트다.


Bojt Eger Csillag 2021

드라이한 느낌으로 헝가리의 화이트 잠재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색상은 노란 톤을 유지하고 있으며, 리치 계열, 그리고 약간의 비오니에나 그뤼너 벨트리너의 특징도 보여주고 있다. 편안하게 마시기에 좋다.


Kristinus Balaton Utopia 2017

오크 터치가 느껴지는 와인이며, 묵직한 톤을 입 안에 전해준다. 대중적인 느낌을 많이 전달하나 가벼운 와인은 아니다. 가벼운 노란 색을 띠고 있으며, 복숭아, 자몽, 망고 계열의 터치도 약간 느낄 수 있다. 오크 터치 덕분에 약간은 바닐라 계열의 터치, 오일 느낌의 기분도 살짝 느껴볼 수 있으나 산미감이 좋아서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Kristinus Balaton Liquid Sundowner 2020

오렌지와인 입문자가 접하기에 좋다. 그렇다고 해서 막 까서 마실 와인은 아니고, 브리딩을 잘 하면서 마실 것을 권고한다. 오렌지 와인의 특성상 약간의 공기 접촉이 필요한데, 2~4일 낮은 온도의 셀러에서 디켄터 안에서 브리딩 한다면 정말 좋은 맛을 볼 수 있다. 산미감이 잘 살아 있으나 브리딩을 할 수록 산미가 살아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zaszi Balaton Cserszegi Orange 2020

제대로 만든 오렌지 와인이다. 오렌지, 단호박, 금귤 계열의 터치가 많이 전해지며, 적어도 2~3일은 브리딩을 시켜야 제 맛이 나기 시작할 것 같다. 색상은 탁한 편이며, 산미와 과실의 터치가 잘 어우러지는 와인이다. 이런 와인은 디켄팅이 필수이나, 곧바로 마신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빈티지를 따지지 말고 브리딩과 마시기 전 온도 조절이 중요한 와인이니 시음할 때 유의해야 한다.


Hummel Villany Pet-Nat Karasica 2020

내추럴 스파클링으로써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병 자체의 이스트 터치가 많으며 꿀 느낌이나 열대 과실의 터치가 많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아카시아 계열의 터치가 많이 전해지는데, 이스트가 계속 살아 있는 상태이며 침전물이 있으니 위의 맑은 부분을 마신 뒤, 아래의 이스트를 함께 엮어서 마셔보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마치 막걸리의 맑은 부분과 탁하게 만든 부분 모두가 매력이 있듯이 말이다.


Bojt Eger Bikaver 2017

켁프랑코쉬, 카베르네 소비뇽, 츠바이겔츠, 블라우부르군더의 블렌딩이다. 미디엄 보디에 루비색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모던한 와인이다. 지금껏 맛본 에그리 비카바는 좀 더 묵직하고 거친 느낌이었는데 이 와인은 그렇지 않다. 블랙베리, 블랙체리 계열의 터치가 전해지며, 산미감이 지지를 잘 해주고 있다.


Heimann Szekszard Birtokbor 2017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켁프랑코시, 시라의 블렌딩으로 미디엄 보디의 와인이며 약간의 단 느낌, 그러나 알코올이 주는 단 느낌으로 판단된다. 오크 터치의 느낌이 살짝 전해지며 바닐라 터치도 약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입 안에 무겁지 않은 터치를 전해주며 피니시가 깔끔하다. 타닌의 터치가 남아 있으나 과하지 않고, 집중력도 상당히 좋다.


Kristinus Cabernet Franc Balaton Holistic 2020

미네랄이 많이 느껴진다. 화이트에 미네랄이면 짠 느낌이 날 것이고, 레드면 좀 더 타닌의 느낌이 난다. 이 때 타닌의 통제가 중요한데 이 와인은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빳빳한 타닌의 캐릭터를 잘 통제하였다. 체리와 딸기 계열이 많이 전해지는데 교과서적인 카베르네 프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스타 계열, 특히 토마토 계열의 요리와 잘 어울리겠으며, 미디움 레어로 만든 스테이크에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겠다.


Kecze&Hady Balaton Szofia 2018

카베르네 프랑과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카베르네 프랑의 딸기와 체리 계열 터치가 많이 전해주나 카베르네 소비뇽이 구조김을 잘 지탱하고 있다. 오래 숙성시켜 만든 와인이며, 과실 자체의 터치가 많이 전해진다. 산미의 구조가 좋으며, 입 안의 밸런스도 좋다.


Hummel Merlot Villany 2013

아무리 생각해도 헝가리는 메를로에 투자해야 한다. 내가 좋은 메를로 지역을 생각해본다면 이탈리아 토스카나, 후리울리, 그 다음으로는 오스트리아, 마지막으로 헝가리다. 이 와인은 제대로 만든 메를로의 응집된 느낌, 동물의 가죽, 그리고 블랙베리와 블랙체리 계열의 터치를 보여준다. 부드러우면서도 야들야들한데 매우 부드러운 무두질이 잘 된 가죽 지갑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숙성도 잘 되어 있고 어지한간 포므롤 지역 메를로를 마실 것이라면 차라리 이 와인이 멋진 대안으로 보일 것이다.


Heimann Szekszard Barbar 2017

아직 많이 어린 느낌을 준다. 카베르네 프랑의 기분 좋은 레드베리, 체리 계열의 터치가 많이 나오지만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스파이시한 느낌도 준다.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타냐 이외 켁프랑코시라는 지역 품종을 블렌딩 했다. 진한 소스가 얹혀진 고기요리와 궁합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지금 마시기 보다는 5~6년 가량 숙성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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