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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Nov 21. 2022

알자스 와인을 공부하고 싶다면, 샤토 드 리크비르

어린 시절 학교 수업에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것이 빠지지 않고 나왔다. 소설의 시점에서 당시 알자스 지역은 독일에 편입되게 되었고 오늘이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라는 이야기를 교사가 하며 말, 언어의 중요성과 민족적 자립을 이야기 했던 소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알자스 지역은 전통적으로 독일 지역이다. 대부분의 와인 이름이나 병의 모약도 보게 되면 독일의 것에 더 가깝지 프랑스에 가깝지 않다. 알자스의 가장 큰 도시인 스트라스부르그(Strassburg) 역시 독일의 길(스트라세)와 도시(부르그)의 합쳐진 말임을 뜻한다면 이 곳이 이미 독일어 중심지역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1800년대 후반기에 프랑스가 독일보다 국력이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는 것도 여러 역사적 증거로 드러나고 있다. 어찌되었든지간에 지금은 알자스 지역이 프랑스 영토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 곳을 운전하다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데 회전 교차로를 지나면 독일땅, 다시 회전 교차로 하나 지나면 프랑스 땅 하는 식으로 되어 있고 사람들은 평소와 같이 국경을 넘나든다. 다만 두 지역의 과세 표준만 다를 뿐이다.(역시 국가를 나누는 핵심 기저는 세금이다.) 지리적으로도 알자스 지역은 높은 산의 동쪽으로 밭들이 이어져 있어, 알자스에서 프랑스 쪽으로 이동하려면 정말로 긴 터널을 10유로 이상 통행료를 내고 지나야 한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이라 할 수 있다.     


알자스의 포도 품종은 화이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가 잘 알고있는 리슬링(Riesling) 이외에도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니느 피노 그리(Pinot Gris)가 있다. 이 세 개 품종을 개인적으로는 알자스 삼대장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리슬링은 특유의 과실향과 산뜻한 산미, 게부르츠트라미너는 그 나름의 달콤함과 뭉근함, 피노 그리는 섬세한 질감과 안정적 과실향, 안정적 산미 등으로 인해 그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품종이라 할 수 있다. 리슬링의 특징은 독일 지역의 것에 비해서 보디감이 좀 더 있고 살집이 있는 경향을 띤다. 독일의 것이 크리스피함과 쨍쨍한 햇살 같은 느낌이 있다면 알자스는 좀 더 둥근 느낌에 포근함을 많이 선사한다. 아무래도 모젤이나 라인가우 같은 독일 지역에 비해서는 남쪽에 있어서 그러할 것이다.     


알자스의 세 품종을 비교해서 맛보면 정말로 좋은 와인 공부가 되는데, 마침 이 세 가지 품종을 하나의 포도원으로 수입되어 소개한다. 포도원의 소개 자료, 그리고 내 시음노트를 함께 올리니 와인 선택에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Chateau de Riquewihr Riesling Alsace Grand Cru

리슬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 추가해서 설명할 것은 없다고 보며, 이 와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색상은 약간 노란 기분 좋은 톤을 띠고 있다. 라임, 레몬, 그리고 리치 계열의 아로마, 맛에서도 그 부분이 명징하게 느껴진다. 단 느낌과 산미의 밸런스가 대단히 좋으며, 금귤, 산도감이 좋은 잘 익은 붉은 사과 느낌, 사루비아, 아카시아 터치도 느껴볼 수 있다. 마시는 이가 누구든지 간에 이 와인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알자스의 잘 만든 리슬링이 어떤 것인지 명징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Chateau de Riquewihr Riesling Alsace Les Murailles 2018

약간 톤이 도는 노란 빛이 도는 화이트 와인이다. 숙성이 필요한 와인이며 1시간 가량 지나면 서서히 페트롤이나 특징적 캐릭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와인은 절대적으로 숙성이 필요하며, 산미감이 안정된다. 전반적으로 삼나무, 나무의 캐릭터가 도는 리슬링인데 클래식 캐릭터가 매우 강한 와인이다. 처음에는 당도가 느껴지나 그 기반은 산도이며,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     


Chateau de Riquewihr Pinot Gris Alsace Les Maquisards 2017

단 느낌이 많이 전해지지만, 산미감이 잘 잡혀 있는 와인이다. 대중적인 접근성이 꽤 좋은 와인이며, 브리딩을 할 수록 좋아진다. 쌉싸래한 느낌은 브리딩 이후에 나오는데, 단 느낌과 산미감을 잘 조율하여 멋진 밸런스를 보여준다. 너무 찬 온도, 그리고 너무 일찍 깔 경우에는 이 와인 성능의 50%도 내기 어려우니 시음에는 유의가 필요하다. 요리 궁합은 어떤 것에도 잘 맞으니 특별하게 걱정할 것은 없다.     


Chateau de Riquewihr Gewurztraminer Alsace Les Sorcieres 2018

색상이 약간 노란 느낌을 보여주고 있으며, 섬세한 와인이다. 단 느낌, 그리고 고구마, 밤, 단호박 계열의 터치가 많이 전해진다. 입 안의 느낌은 이 포도 품종의 특징인 달달한 꿀 계열의 느낌이 많이 전해지지만, 산미의 밸런스가 좋아서 기반이 꽤나 탄탄하다. 피니시에서는 고구마의 느낌도 많이 느껴볼 수 있다. 안정감이 있으며 몇 년 숙성을 해도 좋은 와인이다. 생산후 3년 가량 지났음에도 아직 어린 느낌이 많다. 디저트나 후식 계열, 혹은 전채요리에 함께 하면 좋을듯 싶다.     


Chateau de Riquewihr Pinot Gris Alsace Grand Cru Sporen 2018

이 와인은 디저트와 드라이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와인이다. 그만큼 포도 자체의 힘이 좋다. 구조감이 탄탄하고 유리알 같은 단 느낌 사이로 시트러스 계열의 캐릭터와 안정적인 유질감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며 알로에, 망고, 복숭아, 리치 계열의 터치가 많이 전해진다. 숙성이 되면 될 수록 더 좋은 느낌을 줄 와인이라 판단되며, 앞으로 숙성이 됨에 따라 더 재미있는 와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Chateau de Riquewihr Gewurztraminer Alsace Grand Cru 2018

이 와인에 대해서는 종류를 결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디저트로 할 것인가, 드라이로 할 것인가. 결론은 디저트라 보는게 맞다. 그만큼 포도 자체가 진득하게 익어 있다. 산미와 쌉싸래한 고구마의 느낌, 단호박, 밤 계열의 터치가 입 안에 같이 전해진다. 이면에는 밤꿀, 아카시아꿀 같은 계열의 터치도 느껴볼 수 있다. 복합미가 있으며, 산미는 아직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이면의 산미가 제법 강인하여 숙성을 많이 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알코올이 무려 15도나 되는데, 그 느낌을 전혀 받지 않으며 입 안에 전달되는 묵직함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앞으로 숙성 잠재력을 많이 기다려야 할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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