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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an 17. 2023

와인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두운 터널로 가고 있다

연초에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우울한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 내 마음도 무겁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의 규모가 작을 때에는 소비층이 특정 영역(취미에 좀 더 가까운)에 머무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요인의 변화가 있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즉, 그들만의 리그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시장의 상황은 여러 변인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와인 시장이 지금 그런 위치에 있다.


우리가 만약 자동차도 없이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에서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해외 유가 동향이든 전쟁과 같은 대외적 요인을 신경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몰고, 해외 여행을 나가며, 여러 국가들과 교류하는 입장이라면 신경써야 할 것이 급속히 증가한다. 지금 와인 시장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덧붙여 대외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간단하게 나열해 보자면 코로나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그간 풀렸던 자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장 클 것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러 연쇄 효과(유가, 곡물가, 기타 운임 등)가 그 다음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금리는 우리 일상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기에 내 짧은 경제 지식으로도 눈에 다 보일 지경이다. 오른 금리는 대출 이자를 급등시키고 이는 사람들의 여유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인다. 그리고 오른 금리는 고소득층 보다는 저소득층에 훨씬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를 와인 시장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고소득층은 경기 상황이 좀 나빠지더라도 전체적인 자금 흐름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와인이나 본인이 원하는 기호상품(와인, 명품 등)을 구매하는데 부담이 적다. 주식의 경우에도 저가 매수의 타이밍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역시 가격이 떨어지면 보유 현금이나 주변 투자금을 통하여 새로운 투자처로 생각할 수 있다. 즉, 금융자본의 영향에서 상당부분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와인에 투자할 금액은 증가할 수 있다. 고가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저소득층은 금융자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매일 카드 결제대금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무이자 할부는 줄어들고 있으며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줄어들고 여러 생필품의 가격은 급등한다. 이 것이 주는 영향은 가용 소득(이자 등을 제외한)의 급격한 감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가 뒤를 잇는다. 결론적으로 맥주든 소주든 와인이든 술이라는 기호식품은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하여 돈이 들더라도 피우는 경우가 많으나, 술은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비를 쉽게 줄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는 저소득층의 현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해서 보아야 한다. 부동산 등에 물려 있는 자금이 금융자본에 의해 수급되었다면 더욱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액이 클수록 고통도 크다. 와인 시장에서 허리를 지탱하던 중산충의 와인 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급격한 시장 위축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을 1달 가량 거치면 사람들이 어지간한 추위에도 춥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는 추위를 훨씬 빨리 느낀다. 체감경기 마찬가지다.


같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인간에게 있어 아름다운 시절은 달콤하고 짧다. 어두운 시절은 쓰고 길다. 모두 부지불식간 와인 시장의 호황기를 누렸고, 그만큼 조정 시기를 다시 맞이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2007년 당시 금융위기때 있었던 유일한 현상인 12월 기준 와인 수입 물량/금액 감소 현상이 2022년에 다시 나타났다. 뉴스에서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라는 말이 나오며 간혹 경제전문가들이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유혹에 현혹되지는 말자. 현장의 목소리는 이미 충분히 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2023년은 많이 힘들 것이다. 이 이상의 말도, 이 이하의 말도 필요 없다. 그저 이 예상이 틀리기만 기도할 뿐이다.


ps. 다음 2월 칼럼에서는 시장 보고서에 기반한 시장 브리핑과 생존 전략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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