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가면서 어떤 차들이 많은지 유심히 쳐다본다.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 강남과 수도권인지 모르겠으나, 요즘들어 유독 찾기 어려운 자동차가 있는데 준중형 신차다.(예를 들면 아반떼, K3 같은) 오히려 찾기 쉬운 차들을 들자면 제네시스 계열의 프리미엄 브랜드, 그리고 신호등이 멈췄을 때 보면 비엠더블유나 벤츠 같은 고가의 외제 차량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득 구조, 생활 구조, 소비에 대한 인식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생각한다.
이 것을 보며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에도 양극화가 아니라 초양극화 경향을 띠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져보고 있다. 즉, 소득이 적은 이는 작은 승용차 사기도 힘들고, 고소득층은 더욱 고소득층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뒤 해외여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여행 역시 고급화 되고 있다. 이 와중에 2023년 7월 1일부터 온라인 면세점 주류판매가 허용되었다. 우선 국세청 고시 사항을 발췌한다.
제3조의2(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 등) 다음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통신판매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관할 세무서장의 승인없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2023.7.1. 개정)
1.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 통신판매 수단을 통해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주류(1회 총 주문금액 중 주류 판매금액이 50% 이하인 주류에 한한다)를 배달하는 음식업자(식품위생법시행령 제21조의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는 자)
2.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 통신판매 수단을 통해 주문받은 주류를 판매영업장 안에서 직접 대면하여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주류소매업자
3.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 통신판매 수단을 통해 주문받은 주류에 대해 교환권을 배부하고 출국장 내 인도장에서 여권, 항공권 등을 확인 후 주류와 교환하도록 하는 시내면세점 사업자
4.전화, 휴대전화 앱(app) 등 통신판매 수단을 통해 주문받은 주류에 대해 교환권을 배부하고 외국을 왕래하는 항공기 또는 선박에서 주류와 교환하도록 하는 항공사업자 또는 선박사업자
(출처: 국세청)
여기서 4번 항목에 주목해야 한다. 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고를 수 있는 온라인 상품 선택의 범위가 확연하게 늘었고, 귀국시 와인을 픽업할 수 있다는 이점까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고객의 선택 이점이 명확하므로 이 시장은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조처로 두 가지 사항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고가의 와인 유통 채널에 면세점이 들어오면서 특급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유통 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독점 계약 수입체계가 정착되어 있는 프리미엄 와인들은 자신만의 유통채널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가의 와인을 유통하는 숍 채널쪽에는 꽤나 나쁜 소식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올빈이나 일부 희귀 와인들에 대한 재고를 유통하고 난 뒤에는 데일리 와인에서 마트에 밀리고 고가에서는 온라인 면세점에 밀리면서 생존에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 예상된다.
둘째, 내 생각에 언젠가 온라인 주류 판매가 전면 허용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 해 본다. 6개월 전에도 내가 칼럼으로 통신판매에 대한 주제를 자세히 언급했으니 그 때의 이야기를 복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세부 규정에서 주류의 통신판매를 막을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통신판매로 돈을 벌 수 있는가? 메이저에서 돈을 벌 구조를 충분히 준비해둬서 아마도 일정부분의 이익은 날 것이나, 오프라인 유통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나 유통 관련 업자들이 통신판매를 예상해서 이미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나요”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배송체계에 대한 유통 거버넌스가 이루어져 있어야 하며, 온마켓 가격과 유통사 마진을 생각한 온라인 가격정책, 그리고 수입사의 유통채널과 숍이나 대리점의 유통채널의 분리 등 아직 업계의 준비도는 매우 낮다. 준비도가 낮다는 것은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주류 판매에 대비하는 자세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B2C에 집중한다면 소비자는 희소성+싼가격 두 가지만으로 판단하기에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고, 이전 칼럼에서도 이야기 했다시피, 초거대 유통채널의 독식 구조가 될 것이다. 세상 돈 벌어 먹고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