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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l 06. 2023

슈퍼투스칸의 시작, Querciabella

내게 이탈리아 중부 키안티 지역에서 무조건 가보고 싶은 곳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퀘르치아벨라를 선택할 것이다. 가장 오래되어서가 아니고, 가장 맛이 있으면서도 진중하고, 산지오베제의 맛을 끌어내는 포도원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산지오베제 100%만으로 만들고자 하는데, 사실 이 품종은 색이 옅고 산미가 높기 때문에 진한 색을 내기 어려운 품종이다. 그래서 콜로리노 혹은 카나이올로, 그 이외 외부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등을 섞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은 100% 산지오베제만으로 만든다. 오래전부터 자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이미 바이오 인증을 받았으며 비오디나미 방식으로 생산한다. 게다가 오너가 비건이기에 비건 인증도 획득했는데, 오래전부터 쓰던 정책이 지금은 제도화가 된 케이스라 하겠다. 그만큼 미래를 내다보고 꾸준히 투자되어온 곳이다. 그런데 포도원을 방문하려면 비포장 도로를 건너가야 한다. 먼지 나는 거리를 힘들게 가면 잠시 포장 도로가 나오고 이렇게 포도원이 나타난다.

주소가 애매하고 가도 아무나 들여다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귀한 방문을 했다고 하겠다.

쿼르치아벨라로 가는 길

사무동은 아담하지만, 토스카나 전통 주택 구조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다.

쿼르치아벨라 사무동

다른 포도원은 방문하면 어디 상을 받았네 뭐네 이야기를 하지만, 이 집은 몇 개 받았냐 이야기 하니 너무 많아서 세기 어렵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평가지들, 감베로 로쏘, 루카 마로니, 에스프레소, 두에밀라비니 등 기라성 같은 책들이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는 전문가라면 저 책만 봐도 하루종일 붙들고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퀘르치아벨라 시음동

게다가 정말정말 탐이 났던 지도.지형의 특징과 포도원들의 위치를 잘 설명한 3D 형태의 지도. 온라인 검색하니 340달러 하는데, 하나 사서 집에 걸어두고싶다.

키안티 지역 지형을 설명해주는 3D 지도

생산 시설은 이처럼 지하나 언덕 아래 약간 숨은 공간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되는 이유는 포도를 수확하고 온 뒤, 이를 분류하여 점차 지하쪽으로 내리는 방법으로 양조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포도를 위로 끌어올리지 않기 위함인데, 돈이 있는 포도원은 다 이렇게 한다.

생산시설 주변
생산시설 주변

발효조는 와인의 레벨에 따라서 분리하여 진행하는데, 각각의 포도들을 수확하여 분리한 뒤, 지정된 발효조에서 진행된다. 아래 사진은 카마르티나, 팔라프레노, 키안티 그랑 셀렉지오네 같은 고가의 와인들을 발효하는 곳이다.

발효시설

여기는 키안티, 키안티 

발효시설

와인들은 규정 그리고 양조 기법에 따라 오크 숙성을 진행한다. 이 때 양조자들은 마치 빈티지를 따지듯이 여러 오크통의 특성을 고려하여 양조를 한다. 또한 오크 특성이 포도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오크통을 테스트 한다.

오크 숙성고

이렇게 큰 보떼에서 숙성하는 것은 포도 자체의 맛을 내도록 하기 위함인데, 최근 이탈리아 중부 생산자들은 이 트렌드를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오크 숙성고

하나의 오크통 생산자라 하더라도 여러 버전들이 있고, 그에 맞추어서 오크통을 여러가지로 블렌딩 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생산 연도, 특성, 몇 번이나 숙성했는지 등에 따라서 다양한 오크 통을 조정한다.

생산을 위해 여러 실험을 하는 다양한 오크통

이 포도원의 명성에도 큰 영향을 준 바타르를 숙성하는 시설. 다른 건물의 지하 숙성고인데, 이 곳은 묘한 기운이 전달된다.(마치 우주의 기운이라고나 할까나) 가만히 있으면 오크통이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비오디나미 생산 방법을 생각하는 포도원은 우주와 땅과 포도, 사람 사이의 조화, 그리고 자연의 법칙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 배치나 양조 과정도 묘한 이끌림과 인연법에 의해 여기까지 도달한다. 이 시설의 기운은 다시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는.


바타르 생산 공간

돌아와서 시음실에서 테이스팅을 한다. 최신 빈티지의 명주들을 맛보니 입이 호강이다. 운전을 해야 하니 마실 수 없음에 절망한다. 그러나 맛을 보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고 영광인가? 지금은 키안티 지역 이외에 남부 마렘마 지역에서 나는 와인들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2023년에는 피렌체 인근에 좀 더 접근성 좋은 시음 및 판매시설과 산학협력으로 양조학교 비슷한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라 하니 접근성이 좋아질 것 같다.

시음 와인들

이 집에는 귀한 병을 보관하고 있는데, 사실상의 첫 슈퍼투스칸(사시까이아라 생각하지만 틀렸고 이 와인이 진짜다)인 카마르티나 1981년 빈티지의 병이 보관되어 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다.

최초의 슈퍼투스칸, 카마르티나의 병(1981년)

(수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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