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밝았다. 새해에는 글을 읽는 모든 와인업계 관계자, 애호가들의 일상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아쉬운 점은 시장 상황이 이런 덕담을 받아들이기에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와인은 계속 유통되고 있으며, 유통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별로는 여러 가지 희비가 나뉘는데, 국가별 통계를 가장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식검 데이터다. 수출입 무역 통계는 한 달의 집계가 마무리 된 뒤 15일이 지난 시점에 관세청 무역 통계자료에 정보가 올라오는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식품정보는 바로 이전 날짜까지 신속하게 올라오기에 정보를 분석하는데 매우 용이하다. 다만 새해이고 한 편으로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업계 순위 정보도 개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기에 사실 중심으로 올려본다.
식검 횟수 기준 기본 통계를 살펴보자. 2023년 1년동안 수입사들이 과실주를 통관시키기 위해 식검을 요청한 경우는 총 41,493회다. 면제된 통관 등은 수치에 들어가지 않으나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데 있어서 무리는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와인의 경우에는 연도가 바뀌거나 레이블이 바뀌는 등 약간의 변화가 있으면 반드시 식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수에 가까운 정보라고 생각한다. 이 중에서 최상위 10 국가의 순위는 식검 횟수 기준으로 그림 1과 같으며, 월별 식검 횟수 추세도 그림과 같다. 여기서 보면 프랑스의 10월과 12월 식검 횟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시장의 현재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1과 2 항목 기준)
월별로 살펴보면 시장 상황에 대한 감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자세히 보려면 분기별로 나누어야 한다. 차트를 월별로 나누어보면 좀 더 수치가 명확해진다. 그림 2를 보자. 가장 많은 횟수를 자랑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탈리아는 1분기 이후 꾸준히 횟수가 줄어들었고 프랑스는 3분기까지 식검 횟수가 유지되다가 4분기에 급격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원인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시장 상황이 나빠지는 원인, 포도원들과 거래 과정에서 물량 할당량의 부족(특히 부르고뉴)에 따른 원인, 특히 12월 되어서는 대외적인 요인인데 홍해와 같은 핵심 무역항로의 정세 불안정에 따른 수입 시간 연장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4분기 미국 와인의 식검 횟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느 수입사가 식검을 가장 많이 처리했을까? 식검 횟수가 기업의 매출이나 규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소량 생산하는 부르고뉴 와인만 집중적으로 들여온다면 그 횟수가 매우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트렌드를 보는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림 3을 살펴보자. 근소한 차이로 나라셀라가 2,195회 식검을 진행하여 1위, 신세계엘앤비가 2,144회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금양인터내셔날이 1,873회로 3위를 차지하였다. 그 아래로는 하이트진로(1,731회), 레뱅(1,454회), 롯데칠성(1,416회), 비티스(1,319회), 아영(1,232회), 에노테카(1,045회), 모엣헤네시(916회) 순으로 나타났다.
와인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차트를 보면서 부르고뉴 와인이나 나파 지역의 컬트 와인 등 소량 다품종을 수입하는 수입사들의 수치가 높이 올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수입사의 매출액 규모와 식검 횟수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수입사들의 수입 패턴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식품정보마루에서 자료를 찾아 분석할 수 있으니 해당 사이트를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