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몇 번 없는 기회
사실 1년에 몇 번 있는 행사는 아니랍니다. 우리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경우는 크게 집 아니면 외부에서는 레스토랑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와인 행사가 있을 때에도 자리에 올 기회들이 간혹 있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이나 유명한 와인들이 한국에 와서 소개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자 공부가 된답니다.

2016년 1월 미국의 대표적 와인 산지들인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포도원들이 내한하여 전시회를 했고, 저녁에는 멋진 디너가 있었답니다. 감사하게도 초대를 받아 버선발로 날아갔지요. 서울 시청이 내려다보이는 프라자호텔 꼭대기는 전망이 아주 좋더군요. 이미 도착하니 와인들은 진열되어 있고, 저는 얼마전 제 글에서도 소개한 미쉘 브뤼 한 잔을 들고 주변을 바라봅니다. 와인디너에서는 주로 리셉션 타임이라고 해서 자리에 앉기 전에 와인 한 잔 들고 서로 이야기하거나 인맥을 쌓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잘 이용하면 인맥도 많이 넓힐 수 있지요.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한국계로 전세계에 200명 정도밖에 없는 마스터 소믈리에, 윤하님이 와서 음식과 와인에 대한 조화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학술적이거나 와인 자체를 탐구하는 사람들을 마스터 오브 와인, 줄여서 MW라고 합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보다 광범위하여 와인에 대한 풍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와인의 스토리, 그리고 와인과 음식에 대한 조합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답니다. 시험도 무척 어려워서 쏩이라는 영화에서는 이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여정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 영화에도 윤하씨가 나온다 하는데 저는 확인을 못해보았네요.

이 날 와인들은 오리건과 워싱턴 지역의 와인들로 주로 소개되었답니다. 오리건주는 날씨가 선선하고 일조량도 좋아서 주로 피노 누아라는 품종을 만들어 냅니다. 이 포도는 함부로 마시지 말라고들 하지요. 집안 거덜난다고들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는 이 피노 누아 품종 좋아하다가 돈 엄청 들인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로마네 콩티도 바로 이 피노 누아라는 포도로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죠.
행사는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가 음식과 와인의 조합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이후로 식사를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설명은 이런 식입니다. 이 와인의 신 맛과 단 맛이 이러한데, 처음에는 토마토의 어떤 맛이 보완을 해주고, 그 다음으로는 아래에 있는 어떤 식자재가 다른 맛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설명을 해줍니다. 당연히 마실 때 그 조합을 생각하게 되고, 더욱 멋진 음식과 와인 궁합을 맛보게 해준답니다.
그 날의 와인 느낌을 아래에 간단하게 시음노트로 남깁니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 일견, 사진을 넘기시면 그 날의 느낌을 알 수 있답니다.
그럼 다음번 웅가의 와인 시식기에서 만나겠습니다. ^^:

Chehalem Three Vineyard Pinot Gris 2014 - 밝고 맑은 노란 빛을 띠고 있는 와인이다. 전체적으로 산도와 당도의 기둥이 우뚝 솟아 있으며 와인의 양 측면을 잘 지탱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우면서도 구조감이 탄탄하여 꽤나 우수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두 구조감의 지탱력이 상당하여 어떠한 요리와 조합한다 하더라도 그 특성을 잘 보여줄 것으로 판단된다.
Milbrandt Vineyards Chardonnay 2014 - 바닐라 토스트 느낌이 살며시 올라오며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질감의 산도를 주는 샤르도네다. 입 안에 균형감이 있으며 약간의 오크 터치도 느껴지는데, 온도를 차게 해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색상도 밝은 노란 빛을 띠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전형적이며 차가운 지역에서 나오는 샤르도네의 느낌을 잘 설명하고 있다.
Gran Moraine Yamhill Carlton Pinot Noir 2013 - 녹색이 연상되는 피노 누아르다. 색상은 상대적으로 짙은 편이며, 크랜베리, 라스베리 계열의 아로마가 많이 올라온다. 좀 더 풀내음 같은 풋풋함도 함께 전해지며, 나쁘지 않은 피니시와 질감을 보여준다. 처음 느낌과 피니시가 비슷한 톤을 유지하며 적절하게 지나가는데 요리 조화력도 꽤 좋은 것 같다.
Firesteed Citiation Pinot Noir 2004 - 잘 익어가는 오리건의 피노 누아르를 먹어보니 좋은 경험과 풍미를 보여준다. 산도가 나쁘지는 않으며 보디감도 잘 살아 있지만 신선한 베리류의 아로마는 이제 좀 내리막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 오리건의 피노 누아르가 숙성 잠재력을 가지려면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브리딩을 하고 안정화 시킨다면 아직 시음하기에는 좋은 맛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Powers Cabernet Sauvignon 2013 - 민트향과 차가운 느낌이 강인하고도 지속적으로 전해지는 와인이다. 산도가 과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뭉근하지만 날카로운 설명력도 가지고 있는 느낌이 꽤 괜찮게 입 안에서 전해진다. 색상은 좀 강한 자주색을 띠고 있어서 아직 어리다는 느낌을 밭는데, 뜨거움 보다는 선선함과 시원함이라는 키워드가 더 와 닿는 와인이다.
Hedges Family Estate Red Mountain Red Blend - 2011입 안에서 맛있다는 단어가 가히 나오는 멋진 와인이다. 색상도 기분 좋은 자주색을 잘 띠고 있으며, 질감이 꽤 좋다. 전반적인 느낌은 오스트리아의 특급 와인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민트, 블랙커런트 터치에 덧붙여서 즐겁고도 기분 좋은 아로마와 산도의 조화가 입 안에서 좋은 경험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