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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Oct 31. 2017

와인을 마음 깊이 알아가기

마음에서 우러나게 와인을 마신다.

와인을 배우는 것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수월해졌다. 학원도 많고 온라인 서적, 모바일 앱, 그리고 전문 자격증과 대학 기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곳을 통하여 와인을 배울 수 있다. 전문적인 소믈리에나 와인 양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에서 과학, 그리고 양조장을 드나들 수 있는 강인한 체력에 이르기 까지 많은 능력을 요구하기는 한다. 그러나 꼭 와인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많은 와인 지식을 가지고 싶다면? 그리고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지식체계를 갖고 싶다면? 아마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와인 지식체계를 가져야 할 것이고 몇 가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대로 지금까지 경험한 바를 토대로 간략하게 정리해볼까 한다.  



1. 나만의 마음속 화려함 


간혹 어떤 칼럼을 보면 와인은 격식을 차려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말미에는 와인이 편안한 술이니 언제든 맘껏 즐겨라고 나온다. 읽고 나면 혼란스럽다. 뭐가 맞는 말이지? 글로 배운 와인은 글에서 끝난다. 지식으로 마신 와인은 가슴에 남지 않는다. 선입관을 가지고 만난 와인은 내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한다. 나는 감히 이야기하는데 어느 정도 화려하게 경험하되 겸손하라는 말을 내고 싶다. 그 출발점은 고마움이다. 고마움의 마음가짐과 격식은 전혀 관계가 없다. 격식을 따지지 않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행동이 달라진다. 예절에 좀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은 이해한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모든 출발점은 내 마음에 있는 셈이다. 내 마음에 따라서 와인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2. 홀로 여행하기 


와인을 가장 쉽게 배우는 방법은 현지답사다. 우리와 생소하고 다른 땅을 다니며 그 땅의 기운을 느끼고 포도밭을 바라보면 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양조는 어느 포도원이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즙을 짜고, 탱크에 담고, 발효하고, 저장하여 숙성하고, 병입 하여 제품으로 판매한다. 그러나 밭은 다르다. 단체로 떠나는 포도원 여행들이 있다. 물론 나도 많은 배려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긴 기억으로 남는 것은 2014년에 홀로 운전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포도원 몇 곳을 소개로 다녀온 것이다. 그 포도원의 이름은 머릿속에 가물거리지만 그 테루아는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뇌리에 박혀 있다.


수입사 대표들은 대개 이렇게 혼자 다니면서 자신들이 받은 그 경험, 그 기억, 그 포도원 주인장의 느낌을 생각하고 와인을 수입한다. 홀로 여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면의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이고, 그 결과는 당연히 소량 수입으로 이어진다. 와인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경험을 빨리 따라 배우려 단체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제안하는 것은 혼자 고생하며 다니는 것이다. 꼭 혼자가 아니더라도 소규모 그룹으로 다녀보기를 권장한다.  



3. 남의 선의를 기억하기 


우연히 남의 덕분에 좋은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바깥에 나가서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나도 로마네 콩티 라 타셰는 너무나 감격적이어서 칼럼으로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자랑을 좀 했다) 그러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그 와인 마셨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가? 그 사람을 대할 때 다음에는 저 사람의 어떤 와인을 한 번 마시고 싶다고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적어도 그렇다면 당신은 이기적인 것이다. 좋은 와인을 남 덕분에 마셨다면 단순히 “어느 와인을 마셨다가” 아니라 “그 사람 덕분에 내가 그 와인을 마셨다.”라고 기억해야 한다. 남의 선의를 기억하게 되면 다음에 자신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수입사의 테이스팅에 초대될 때도 있으며, 지인들의 모임에서 종종 지인이 멋진 와인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그들의 와인을 기억하려 한다. 남의 선의이므로 더 허투루 와인을 넘기지 못한다. 그 와인의 기억을 남기려 노력한다. 적어도 그것이 최소한의 예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넉넉하다면 그 자리에서 더 특이한 와인, 비싼 와인으로 자리를 빛내야 하겠지만, 오랜 내 경험상 그 끝은 와인만 남고 사람은 남지 않았다. 그리고 기록도 남지 않았다. 바깥에 어떤 와인을 먹어보았다는 자신의 뽐냄만 남을 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출발점은 남의 선의를 잘 기억하고 내 최선을 다해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1년에 한 번 올 수도, 여러 해에 한 번 올 수도,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 한 번의 경험에 더욱 감사해야 한다.  



정리하고 보니,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나만의 와인 지식이 생성된다는 쪽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세상만사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와인을 즐김에 있어서는 나만의 체계를 만들어가되, 주변과 상호작용을 생각하여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나만의 따스한 와인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간 나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나에게 좋은 와인을 경험하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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