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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04. 2017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 만들기(2)

이전 칼럼에서는 레스토랑에 와인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개략적으로 소개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리스트를 만들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주의사항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추상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어디서부터 접근을 해야 할지, 어떻게 검토하고 결정할지에 대해서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본 글과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리스트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거래처 선정과 관리, 목록 나열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이외의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거래 수입사는 1~2곳과 거래한 뒤 늘리는 것이 좋다


와인의 병에는 반드시 수입사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현행법상 반드시 기재해야 하므로 없을 수가 없다. 만약 주변에 와인 수입사를 아는 곳이 전혀 없다면 이렇게 한 번 해 보자. 우선 평소에 마셔보고 좋았던 와인 몇 가지(최대 다섯 가지)를 마트나 숍에서 골라서 고른다. 집에서 와인을 마셔보거나 운영 중인 업장이 있다면 업장에서 음식과 같이 매칭 해본다. 괜찮다는 결론이 나오면 와인에서 수입사의 연락처를 알아낸다. 해당 수입사에 전화하면 영업이니 아마도 신속하게 접촉 제의가 들어올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두 곳 가량의 수입사에 연락해서 일정을 잡는다.


수입사를 만나게 되면 고민거리를 이야기하고 리스트를 1~2개 수입사 중심으로 꾸미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전략이므로 수입사들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대금결제 방법이나 리스트 구성, 납품 가격, 경우에 따라서는 비품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의 협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세상에 공짜가 없어서 무상지원의 대부분은 결국 와인 가격이든 어디든 다 녹아 있으니, 공짜에 현혹되지 말고 와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와인 수입사의 수가 제한되어 있으면 행정비용이 많이 절감된다. 와인 주문도 1병 단위로 하기 어렵고 여러 병 모아서 발주해야 하는데 수입사의 수가 많고 수입사 별로 종류가 적을 경우에는 1병을 주문하기 힘들므로 주로 발주 시 6병 단위 혹은 12병 단위로 하게 되는데 재고 부담이 늘 수 있다. 아울러 수입사들에 따라서 대리점과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수입사와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방법으로 처음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점차 수입사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다양성을 위해서도 좋으며 와인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와인에 대한 매출이 늘고 주변에 소문이 나게 되면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수입사들이 점차 접촉을 해오게 되며 접촉이 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와인도 많이 알게 되고 노하우도 많이 늘어난다. 이때 늘어나는 협상법이나 니즈를 이야기하는 방법, 레스토랑의 콘셉트는 오로지 레스토랑의 주인 역량에 달려 있으므로 언제나 레스토랑의 콘셉트에 맞는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국가별이나 가격별이냐 종류별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와인 리스트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국가별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와인 보유 7~80종 이상이 아닌 경우에는 국가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필수 분류는 종류다. 레드/화이트/스파클링 구분은 명확하게 하되 레스토랑의 특성에 따라서 화이트를 먼저 둘 수도 있고 레드를 먼저 둘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모션을 먼저 정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종류별로 구분하여 기술하는 것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어느 순서로 나열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종류가 많을 경우에는 국가별/지역별로 나눈 뒤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에서 높은 가격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많이 쓴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배려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서 상당히 유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와인을 잘 아는 고객들이 많을 경우에는 고객들이 원하는 와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와인 이름을 기재할 때에는 어떤 경우에는 마을 이름을 쓰고 포도원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고급 와인바에서나 통할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본 로마네가 여러 병 있고 등급도 여럿 구분되는 레스토랑이라면 마을 이름을 먼저 쓰고 생산자를 써도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마을별로 구비되지 않고 부르고뉴 통틀어 두세 종을 구비했는데 마을 이름을 먼저 쓰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대부분의 와인들은 마을 이름까지 구분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와인의 종류가 몇 되지 않고 자주 유통되는 경우에는 빈티지를 쓰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생산연도를 기입하는 것이 생산국가에서 법적 의무사항은 아닌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쉽게 생각해서 여러 빈티지의 포도를 섞으면 빈티지를 쓸 수 없다. 샴페인의 경우에도 여러 해를 섞는 NV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도를 기재하지 않는다. 만약에 법적으로 빈티지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빈티지를 기술하게 되면 언제나 해당 빈티지를 살펴야 하는데 수입사에서 신규 물량이 들어와서 빈티지가 바뀔 경우에는 보유한 리스트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고객에 따라서 깐깐하게 빈티지를 따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만약 빈티지를 쓰는 경우에도 리스트 하단에 “와인의 빈티지는 수급에 따라서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주문 시 문의해주세요.”라고 써두면 고객들의 클레임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코드를 활용하는 방법, 리스트를 제작하는 방법, 재고 관리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하고 전체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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