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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07. 2017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 만들기(3)

이번은 세 번째 칼럼으로 그 이외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기술한다.



코드를 활용한다


앞 칼럼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와인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와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하는 담당자의 와인에 대한 지식도 감안해야 한다고 하였다. 레스토랑에 전문 소믈리에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으나 이직이 빈번한 서비스 시장에서 와인에 대한 정보를 빠른 시간에 숙지시키고 교육 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와인에 대한 코드를 부여하는 것이다. 유명한 와인 바에도 가게 되면 와인을 모두 코드화 해 둔 경우를 볼 수 있다. 와인 리스트에 코드를 써 두면 담당자는 고객이 지정하는 와인의 왼편에 써둔 코드를 보고 재고 창고나 셀러에서 해당 물품을 가져다가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 코드는 매출 집계하는 POS 기기와 함께 연동시키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처음에 POS 기기를 도입할 때 시스템을 구성하는 담당자에게 코드 체계를 알려주면 쉽게 구축할 수도 있다. 처음에 약간 신경을 써두면 이후 관리체계가 효율적으로 바뀌게 된다. 코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으로 할 수도 있다. 레드 앞에는 R, 화이트는 W, 스파클링은 S를 붙인 다음 R01, R02, S01, S02... 형식의 코드를 붙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고객이 와인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답하기 어렵다면 소믈리에 혹은 매니저, 레스토랑의 주인에게 보고하고 대신 응대하도록 만든다면 관리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경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리스트를 개편할 때 해당 코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즌에 와인을 빼고 새로 넣을 경우 코드체계가 흔들려버린다.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코드가 부여된 와인에 대해서는 가급적 변경하지 말고 새로 들어온 와인은 코드를 새롭게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와인 종류, 재고 관리 방법에 따라서 창고에 번호 순서대로 보관하는 경우에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수는 있으나, 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시즌별로 번호에 대해서 전체 교육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리스트의 제작에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간혹 가다가 주류 납품 대리점 등에서 대량 생산되어 영업용으로 배포되는 폴더식 홀더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영업 정보를 대문짝만하게 실어주는 대가로 리스트 인쇄를 대신 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인쇄 한 장에도 인쇄 전문점을 갈 경우 컬러 출력은 1천원에 육박한다. 양면이면 더 비싸다. 종류가 많아지면 인쇄비용도 늘어난다. 레스토랑에 리스트를 한 부만 보유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두세 부를 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흑백 출력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업장에서 단순히 일반 복사용지를 쓰는 것은 어쩐지 좀 성의 없어 보인다. 이때에는 특수 용지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문구점에 가면 특수 용지를 다양한 색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열 장, 스무 장 단위로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며, 흰 종이라 하더라도 두께가 있는 종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경우든지 간에 고객들이 보기 좋게 구성하면서도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의외로 감각 있고도 간편한 관리법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울러 리스트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도 리스트의 비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다. 가령 품종 정보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생각 해 보자. 와인의 지역과 품종 정보를 상세하게 넣기 위해서는 많은 집중도가 필요하다. 특히 어려운 보르도 와인의 경우에는 연도별로 블렌딩 비율이 바뀐다. 어떤 포도원은 블렌딩 비율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깐깐한 소비자라면 이 블렌딩 비율을 가지고 지적할 수도 있다. 오히려 정보를 많이 주어서 그로 인해 지적당하는 것은 여간한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미국 와인의 경우 주 품종이 70% 이상만 사용되어도 단일 품종으로 기재할 수 있다. 무턱대고 나파 지역 카베르네 소비뇽이라고 했다가 후면 레이블에 카베르네 소비뇽 80%이고 메를로 20%라고 기재 되었다면 고객이 클레임을 걸 확률도 높다.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 만약 이러한 부분에 대한 완벽한 관리가 필요하다면 전문 소믈리에를 고용하는 것이 좋다.


혹은 모바일 앱으로 레이블을 찍어보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완벽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이상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



업데이트 주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좋은 와인이 있다고 해서 그 때 그 때 리스트에 반영한다면 고객도 혼란스럽고 기존의 재고 정리 문제도 있으며 리스트를 출력하는 문제도 상존한다. 일반적으로 분석해본 바로는 레스토랑의 리스트를 완전히 정리하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개월(6주)이 든다. 현재 리스트를 검토하고 살생부를 결정하는데 1주일, 신규 목록을 선정하는데 1주일, 최종 결정하고 파일럿 테이스팅 하는데 1주일, 재고 정돈까지 3주일, 리스트 편집작업 및 교정 2주일, 최종 입고 일정 잡고 외부 홍보에 1주일 정도 해서 이러하다. 일반적으로 살생부를 짜면 재고 정돈 작업에 들어가며, 리스트 편집작업은 겹쳐서 추진이 가능하므로 이렇게 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입고 일정도 중요한데, 이 때 리스트들이 혼재할 수 있고 와인 코드도 엉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실수로 6만 원짜리 와인 번호표를 무통 로쉴드에 붙이고, 실수로 그 와인이 주문에 나가버렸다면? 고객도 인지 못하고 그냥 훌렁 마셔버렸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기 때문에 1년에 4번정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적어도 전문 소믈리에가 있는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1년에 두 번 혹은 1번 정도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이 때에도 리스트 선정시에는 수급에 문제가 없는 와인을 중심적으로 구성하고 한정 수량이 될 수 있는 와인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이 10번 물어 10번의 와인이 재고 없음으로 나오는 최악의 경우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재고 관리와 와인 리스트는 한 몸이다


악성재고는 자금의 흐름을 막는 암적인 존재다. 그런데 올빈 와인이나 장기 숙성형 와인은 불가피한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빈 와인을 들일 때에는 내가 마음에 암 하나를 늘리는구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들일 수밖에 없다. 판매되었을 때에는 큰 이익이 날 수 있으나 그 것이 1년 뒤의 일일지 내일일지 10년 뒤의 일일지 영원히 팔리지 않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엄연한 사실은 그 와인에 상당한 비용의 자금이 묶인다는 것이다. 만약 로마네 콩티를 한 병 들였다고 하면 직원 여러 명의 한 달 급여가 그 한 병에 묶여버리는 것이다. 매일 현금이 유통되어야 하는 레스토랑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와인이 행여 도난이 되거나 깨어지거나 한다면?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정기적인 재고 관리와 와인 리스트는 소믈리에가 직접 하거나 주인이 직접 하거나 아주 믿을만한 직원에게 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고가를 많이 다룰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손에서 미끄러질 확률도 높으므로 여유 있는 시간에 미끄러지지 않는 작업용 장갑(공사용 빨간 목장갑 말고)을 끼고 조심스레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런 재고의 문제는 리스트 개편 시기에도 발생한다. 새로 들어올 와인들도 중요하지만 리스트에서 빠지게 될 와인들은 반드시 개편 이전에 업장에서 빠지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 때 재고 관리 차원에서 면밀한 관리와 함께 와인 리스트에 올려주는 노력이 함께 경주되어야 한다. 만약 빠질 와인이라면 와인 옆에 “한정수량”, 이 문구가 좀 촌스럽게 느껴진다면 “limited offer”라고 써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 소진된 재고 와인에 대해서는 리스트 옆에 “sold out” 혹은 아주 자극적으로 “매진, 더 이상 입고 불가” 형식으로 글을 써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의외로 인간은 한정수량에 약하다.




이런 관점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정리한다면 “와인리스트는 묶이는 자금이며 재고이고 그 만큼 비용이 들어간다”로 정리될 것이다.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 가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의 관리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 리스트 관리를 우습게 생각하고 접근한 많은 레스토랑 오너들은 이 관리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이 글은 앞으로 와인을 넣으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썼다. 그렇다고 이것이 힘들어 와인을 넣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와인이 주는 즐거움은 이런 어려움의 이슈를 한 번에 날려줄 정도로 행복함과 세련됨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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