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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12. 2017

2017 올해의 와인

웅가가 시음한 620종 와인 중에 올해의 최고는?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칼럼은 지난 4월에 쓰기 시작하였다. 그때 올해의 와인을 마음먹고 그 사이 대체가 가능한 와인이 나오면 대체하고 아차상으로 내리기로 했다. 올해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은 올해의 화이트 와인이 잘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것인데, 다행히도 최근 만나게 되었다. 2017년 올해의 와인은 두 개다. 그리고 둘 다 스위트 와인이다. 모두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스위트 와인에 대해서 포도원들이 어떤 지향점을 만드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한 시점이라서 그렇다. 하나는 주정강화 와인이고, 하나는 그리스의 빈산토다. 레드 와인의 경우에도 일찍 결정이 되었다. 스파클링은 일찍 결정이 되었다가 중간에 뒤집힌 케이스가 되겠다. 어느 경우든 본 리스트에 올라온 와인들은 내 기억에 명징하게 각인될 정도로 좋은 품질을 보여주었다. 2016년 1,150종의 와인을 시음한 것에 비해 2017년은 620종에 불과했는데, 2016년은 프로바인 방문 및 여러 행사 참석이 영향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2017년은 그런 외부 활동이 전무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와인의 트렌드는 계속 주의 깊게 살피고 있음은 명확하다. 그러면 내가 선택한 올해의 와인을 제시한다.


올해의 와인



Dow’s Vintage Port 1985

2017년 올해의 와인은 너무나도 명시적이고도 확정적으로 빨리 결정되어서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그러나 이 와인은 모든 와인 아로마의 집결체이자 온전함 그 자체다. 선명한 루비 색상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견과류, 장미, 그리고 정향, 보이차, 대추, 다크 초콜릿, 블루베리 등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아로마가 이 안에 조화롭게 응집되어 있다. 보디감의 기저에는 산도와 좀 더 힘을 가지고 있는 단 맛이 전체적인 특징을 잡아주고 있으며, 남성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빗대어 보자면 킬 빌의 녹엽정 결투 장면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선혈이 낭자하면서도 그 깊이 있는 선, 날이 서 있는 칼날 뒤로 비치는 사람의 모습, 그리고 단호하고도 압도적인 에너지, 그 모든 것이 이 와인에 서려 있다. 무인의 기질을 가진 와인이지만, 그 촉감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강철과도 같다고나 할까. 어느 경우든 이 와인을 뛰어넘는 와인이 나오기는 백만분의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Sigalas Santorini Vinsanto 2004

이제야 이탈리아 시칠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의 주정강화 와인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빈산토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로 귀한 와인인데, 이 안에는 산도와 당도에 대한 정직하고도 친절한 설명이 제대로 포함되어 있다. 묵직하면서도 앞에서 전해지는 밤, 꿀, 견과류에 버무린 것 같은 깊이 있는 아로마가 전해지며 입 안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감초, 화사하면서도 깊이 있는 약간의 동양적인 강황, 정향 아로마가 살짝 돌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감 있는 보약 같은 느낌이 든다. 약간의 경옥고 같은 질감도 전해지면서 입 안에서는 끈적거리는 느낌 사이에 깊은 통찰력이 전해진다. 색상은 거의 한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짙은 불투명한 빛을 띠는데, 이 와인의 가장 깊은 매력은 피니시에서 전해지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산도에 있다. 아주 안정되면서도 그 어떤 스위트 와인에서도 맛볼 수 없는 정갈하고 깔끔한 산도가 전해진다. 가히 이제껏 만난 스위트 와인 중에서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


본 사진은 2006 빈티지나 선정은 2005빈티지임


Charles Ellner Champagne Prestege 2005

너무나도 엄청난 균형감을 가진 샴페인을 마셔서 이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을 맴돌 것임에 틀림없다. 다섯 가지 요소가 있는데, 기포, 이스트 느낌, 견과류 느낌, 안정적인 산도감, 그리고 섬세한 타닌감이다. 견과류 느낌은 크뤼그의 그것에 잣 같은 담백한 느낌이 좀 더 많이 들어가 있으며, 이스트의 터치는 고소하지만 무겁지 않은 기분 좋은 캐릭터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기포가 내부에 잘 녹아 있어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입 안에 가글링을 하면 언제 그랬냐 하는 듯 풍만하고도 기분 좋게 올라온다. 놀랍도록 진중하고 무리하지 않는 느낌이 매우 기분 좋게 전해지는데, 위대했던 2005년 빈티지, 그리고 그 숙성의 느낌이 입 안을 벅차도록 행복하게 채워준다. 다섯 요소가 무엇 하나 튀지 않고 입 안을 아련하고도 기쁘게 채워주니 이 아니 감동할쏘냐.


화이트 와인


출처: cellartracker.com


Ram’s Gate Chardonnay Carneros 2012

이 놀라운 샤르도네는 어지간한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을 뛰어넘고 미국만의 독특한 풍미를 온전하게 완성하고 있다. 쌉싸래한 질감의 톤이 인상적인 이 와인은 처음에 꿀, 허니서클, 백합과 같은 꽃향기와 꿀 향기의 톤을 매우 많이 발산한다. 그 이후에는 귤(말린 귤껍질), 사과, 파인애플과 같은 질감도 만들어내며 무염버터와 약간의 스파이스 한 느낌도 준다. 자몽의 쌉싸래한 질감이 아로마에도 잘 표현되는데 다면체의 복잡다단함을 잘 머금고 있는 와인이다. 질감이 대단히 좋으며 산도는 당도와 완벽하게 붙어서 옹골찬 구조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도의 구조감이 잘 짜여 있을 뿐만 아니라 산도가 이를 온전히 지탱하고 있어서 대단한 구조감을 만들어 낸다.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이 있고 입 안을 꽉 채우면서도 밝고 환희에 가득 차 있다. 색상은 진한 노란빛을 띠고 있으며 힘과 섬세함과 화려함을 모두 다 갖춘 몇 되지 않는 샤르도네라 칭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고가의 나파 컬트와 같이 아주 복잡다단함, 디캔팅, 심각함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 절묘한 균형감을 갖고 있는 와인이라 보겠다. 수작이다.


레드와인



Cesari Amarone della Valpolicella Riserva DOC Bosan

(2004) 진하디 진한 깊은 색상을 가진 이 와인은 오랜 시간의 숙성 속에서도 아직 자신의 숙성이 많이 남았다고 강변한다. 이 내면에 두 개의 다른 와인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하나는 마치 주정강화 와인인 것처럼 약간의 오크, 다크 초콜릿, 블랙커런트, 캐러멜 계열의 아로마가 입 안에서 함께 전해지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젊은 진한 체리 계열과 블랙베리 계열의 아로마가 입 안에서도 동일하게 전해진다. 브리딩이 되면 될수록 점차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어떤 와인들은 변화무쌍하지만 이 와인은 어느 정도의 모습이 보이고 난 뒤에는 그 상태를 꽤 강인하고도 길게 유지한다. 10년 이내에 이 와인을 테이스팅 할 것이라면 가급적 1시간 이상의 디캔팅을 권장하며, 10년 이상 된 빈티지인 경우에도 1~2시간 정도 계속 그 변화를 느껴가며 시음할 것을 권장한다.


아차상


아차상은 1등에 계속 있다가 새로운 와인이 등장하는 바람에 밀려난 경우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파이널리스트로 분류했으나 그러기에는 아까운 듯하여 아차상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즉, 올해의 와인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Andrea Franchetti Terre Siciliane IGT Passobianco 2015

화이트라 하지만 레드, 가죽, 좀 더 가벼운 캐릭터를 더 많이 보여주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명하지만, 미네랄, 호박, 그리고 치즈와 같은 집중력 있는 느낌이 좀 더 많이 전해지고 있다. 약간의 동양적인 느낌, 치즈라는 단어는 서양의 단어고 내가 볼 때에는 좀 더 동양적인 홍차, 그리고 약간의 카모마일, 메밀 차의 캐릭터가 전해지고 있다. 색상은 노랗다고 하기보다는 볏짚 색상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으며, 그 깊이는 대단히 훌륭하여 피니시는 10초 이상의 시간을 가면서 은은하게 전달을 해주고 있다.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유려하고, 중후함을 함께 보여주는 놀랍도록 멋진 와인이라 생각한다. 


Dufour Par Charles Champagne blanc de blanc extra Brut la sauvage b07

포도 입장에서는 이런 와인메이커를 만나면 좀 곤란하다. 포도를 최대한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 1,5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희귀 샴페인은 내추럴 방식으로 생산된 포도 원주를 거의 8년 가까이 병 속에서 숙성한 뒤, 2015년 되어서야 데고르쥬망 했다고 밝힌다. 이 괴물 같은 와인은 그 안에서 서서히 기포를 쌓아가며 시간의 깊이를 마련한다. 집중력이 대단하면서도 은은하고 깊이가 있는 산도, 가글링을 해야만 전해지는 기포지만, 그 기포의 내공이 남달라서 입 안에서는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와 좀 더 깊이 있는 견과류의 풍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명실 공히 올해 시음한 샴페인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유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집중력이 대단하며 질감도 아주 뛰어나다. 피니시에서도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서 괴물 같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Finalist


Tomas Cusine Costers del Segre DO Ausells 2016

이 입에 착 감기는 쌉싸래한 화이트는 일면 소비뇽 블랑의 풀내음을 살짝 가지고 있으면서도 샤르도네의 은은한 열대 과실 느낌도 가지고 있다. 매우 드라이하면서 이탈리안 허브, 바질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와인이다. 피니시에서 혀를 완전히 매료시킬 정도의 산도와 아로마가 폭발적으로 올라오는데 매우 집중력이 있고 관능감도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색상도 약간 톤이 있는 노란빛에 약간 녹색 톤도 비치는 것 같다. 피니시가 쌉싸래하면서도 아주 오래가는데, 자몽, 이탈리안 허브, 파슬리, 샐러리 같은 계열의 드라이한 질감과 아로마가 잘 전해진다. 품질로 보아도 수작이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머스트 아이템이다.


Breton La Dilettante 2014

이 와인은 뒤끝이 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처음에 주는 느낌보다 그 뒤에 주는 느낌이 수 갑절 더 놀라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화이트일 것이라 생각하고 입에 넣는다면 큰 오산이다. 오렌지 느낌과 귤, 그리고 약간의 석류 느낌에 이르기까지 산도감이 있으면서도 피니시에서 전해지는 적절한 단 맛의 느낌이 은은하고도 깊이 퍼지는데, 입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침이 지속적으로 고이고 있다. 이 엄청난 추출력, 입 안에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어 버리는 느낌은 마시는 입 안에서 아찔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게 만들어 준다. 색상은 밝은 노란빛을 띠고 있으며 묘하게도 묵직한 터치를 입 안에 잘 전해준다. 오픈을 해 두면 둘수록 정말로 멋진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이 와인의 진가는 절대로 첫 모금에 나지 않으니, 오래오래 최소한의 인원과 오래 즐겨보기를 권장한다.


Vidal Fleury Condrieu 2014

아마도 이 날 최고의 와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화사한 꿀, 그리고 쌉싸래한 터치와 비오니에의 궁극을 보여주는 우아함과 섬세함, 그 이면의 백합과 아카시아의 꽃향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마시는 이의 코를 완벽하게 지배한다. 입 안에서는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질감, 약간의 달콤한 느낌이 입 안에서 지속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아름다운 와인을 다시 만난다면 더없이 사랑스러운 키스와 눈 맞춤을 전해주리라. 색상 역시 약간 짙은 루비색을 톤으로 하여 깊이 있게 전달된다.


Kir Yianni Naoussa Diaporos 2011

바롤로다. 색상은 아니지만 입 안의 느낌은 영락없다. 풀 보디가 아니면서도 풀 보디라 이야기하며, 입 안에서 은은하고도 깊은 질감을 선사하고 있다. 색상은 적절한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잔 주변으로 타고 내리는 알코올의 느낌을 보았을 때 매우 정제가 잘 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입 안에 착 감기는 타닌과 산도의 균형감, 유려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드라이한 알코올의 터치에 이르기까지 아주 은은함과 깊은 질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제대로 시음하려면 시음하기 약 2시간부터 브리딩(특히 디캔팅)을 해주어야 하는 와인이라 생각된다. 매끈하면서도 깔끔한 질감을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이런 와인은 3~4시간 동안 이 변화의 깊이를 서서히 느끼면서 즐겨보기를 권장한다. 그만한 가치와 숙성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와인이다.


Vinya Oculta Penedes El Fi 2013

송진의 와인이다. 소나무, 그리고 나무, 향나무, 온전한 이스트와 기분 좋은 응집된 견과류의 터치가 같이 섞여 있는 와인이다. 약간의 피스타치오, 레진 같은 케미컬 캐릭터도 많이 전해진다. 색상은 오렌지 톤이 돌 정도의 노란빛이며, 입 안에서는 유질감이 많이 전해지는 두루뭉술한 캐릭터를 전해준다. 그래서 입 안에서 침과 잘 섞이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잘 형성하는데, 대단히 잘 만든 와인이라 평가할 수 있다. 혀 끝에서 전해지는 보디감과 섬세함이 훌륭하며, 피니시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가 되지만, 지금 마시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적인 화이트라 한다면 어떻게 비칠까 모르겠으나, 그런 동물적이고 남성적인 질감이 꽤나 많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Poggio di Sotto Rosso di Montalcino DOC 2014

달콤함과 약간의 오크 터치가 전해지며, 감미롭고 부드러운 풍만함이 전해지는 와인이다. 색상은 매우 밝고도 깊이 있는 루비색을 띠고 있다. 입 안에서는 보이차, 홍차, 약간의 견과류 계열의 깊은 차 느낌과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평안한 캐릭터의 보디감이 전해진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평안하고 풍성하다. 질감이 대단히 부드러우며 무겁지 않고 안정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피니시 역시 여성적이며 무겁지 않고, 보리수, 붉은 과실 계열의 터치가 함께 전해진다. 피니시에서 모카와 붉은 차 계열의 아로마가 많이 전해지는데, 로소 디 몬탈치노 중에서도 상당히 오래 숙성을 시킬 수 있는 와인으로 본다.


Domaine Paul Pillot Chassagne-Montrachet Les Mazures 2014

이 와인의 재능을 30%도 채 확인하지 못했다.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아한 와인인데, 아직도 매우 젊은 톤의 민트 계열 아로마와 라임 계열의 아로마가 전해지고 있으며 약간의 풀내음도 전해진다. 브리딩을 오래오래 할 경우 점차 느낌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산도가 보디감에 덮여 있어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겨울잠을 자는 느낌이 든다. 온도가 낮으면 산도는 살아나나 아로마가 죽고 온도가 오르면 산도가 타닌에 묻혀 버린다. 결론은 잠시 휴지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3~4년 뒤에 테이스팅 한다면 얼마나 괴물 와인이 될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질감은 너무나 부드럽고 여성적이지만 그 내면의 옹골찬 힘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온화한 톤의 노란 빛깔 역시 아주 영롱하니 잘 드러난다.


DRNK Pinot Noir Anderson Valley 2013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지역에 대한 탐구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점차로 그 구분이 세분화될 뿐만 아니라 테루아의 개성도 강해지는 것 같다. 이에 덧붙여 양조기술의 발달에 따라 정말로 부르고뉴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미국의 캐릭터가 잘 배어나는 아주 맛있는 와인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정의에 딱 들어맞는 와인이다. 아주 맛이 있다. 체리, 딸기, 크랜베리에 약간의 블루베리 터치와 안정적인 오크 터치, 그리고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산도, 미디엄에서 약간 라이트로 간 보디감 등 여러 가지 측면에 있어서 아주 훌륭하고 마시기 좋은 피노의 전형을 보여준다. Domaine de la Cote 이후에 아주 진득하면서도 멋진 캘리포니아의 피노를 맛보는 것 같다. 숙성 잠재력도 상당하지만 지금 마시기도 대단히 좋은 훌륭한 와인이다.


Petaluma Riesling Clare Valley Yellow Label 2014

미국 워싱턴의 잘 만든 리슬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건조하면서도 선선하고, 아직은 많이 어리지만 브리딩을 할수록 리슬링 특유의 기분 좋은 복합적인 아로마들이 잘 올라온다. (호주 와인이라 페트롤이라는 표현보다는 라임, 자몽, 멜론, 천도복숭아, 미네랄 느낌이라 하겠다) 입 안에서는 매우 드라이하지만 그 질감을 여성적이면서도 안정감 있게 뽑아내어서 전혀 가볍지가 않다. 대개 리슬링은 라이트 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 와인은 미디엄 라이트 정도로 리슬링 중에서는 꽤나 독특하고 좋은 구조감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숙성은 10~20년 이상 더 해도 무리 없이 견뎌낼 것 같다.


Franz Haas Gwurtztraminer Alto Adige DOC 2015

신선하면서 고구마 뿌리 부분의 쌉싸래한 터치가 잘 전해지는 와인이다. 색상은 약간 노란 톤의 안정감 있는 느낌을 전해준다. 알자스의 그것에 비해서는 좀 더 가볍고 크리스피 한 느낌을 많이 살려두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트라미너의 뭉근하고도 따스한 단 맛의 터치를 잘 살려두었다. 집중력이 있고 아로마는 봄날의 꽃, 백합, 사루비아 같은 계열에 자몽, 복숭아 터치의 과실 느낌도 잘 전해지고 한 편으로는 허니서클의 꿀내음도 경험할 수 있다. 잔이 클수록 좋으며 온도는 낮을수록 좋을 것 같다. 입 안에서 피니시도 안정감 있게 잘 전해진다. 착 감기는 매력이 돋보이는 와인인데, 몇 년 숙성해도 좋은 맛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Domaine du Colombier Hermitage 2012

놀랍도록 맛있고 놀랍도록 세련되었으며 대단한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와인이다. 안정감이 있으며 섬세하지만 달콤한 첫 느낌과 기막힌 블루베리, 후추, 산뜻한 오크 터치의 질감이 코와 입 안에 여지없이 스며든다. 색상은 아직도 짙은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앞으로 2~3년 이내에 휴면기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처음은 달콤하고 감미로우며 아로마를 강인하게 뿜어내지만 1~2시간 브리딩 후에는 단단한 타닌과 함께 드라이한 산도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계열의 질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우나, 그 느낌이 매우 부드럽고 입을 자극하지 않는다. 섬세함과 명징함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탄탄한 보디감이 균형을 갖추고 있다. 매혹적인 갈색 피부의 모델을 보는 느낌, 건강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피부의 광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관능이 펄펄 살아 움직이는 와인이다.


Vine Cliff Vineyard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Rock Block 2009

아주 강인한 과실의 느낌이 잘 드러나는 와인이다. 디캔팅을 2~30분가량 해 주는 것이 좋으며, 전체적으로 진한 루비 색에 아직도 어린 느낌이 많이 난다.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의 카베르네 소비뇽 느낌, 특히 잘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느낌을 아주 잘 보여준다. 미디엄 풀 보디에 안정감 있는 산도와 단 느낌의 조화가 잘 드러난다. 약간 짭조름한 요리와 함께 마신다면 아주 깊이 있는 풍미의 과실 느낌이 폭발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이 와인이 입 안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도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운 균형감과 순응을 느낄 수 있다. 


Bodegas Muga Rioja Reserva 2012

이 포도원의 와인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 과실의 느낌, 블루베리와 함께 기막히게 조화로운 블랙베리 블루베리에서 단 맛을 조금 더한 느낌의 균형감이 너무나 훌륭하게 전해진다. 다듬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고 선명하지만 사려 깊으며 마시는 이를 자극하지 않는다. 이토록 멋진 와인은 언제든 만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만나면 거리낌 없이 선택해야 한다. 시대의 명주다. 과거에 비해 품질이 더욱 좋아진다. 앞으로의 빈티지가 더욱 기대된다.


Mud House Sauvignon Blanc Marlborough Woolshed Vineyard 2015

매우 밝고 맑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마치 레몬 즙 같다. 필터링이 잘 되어서 선명하고도 밝은 색상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이하면서도 레몬, 라임, 그 이면으로 약간의 풀내음과 페트롤, 미네랄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이다. 입 안에서는 자몽 느낌이 매우 강하게 전해지며, 그 이면으로 레몬, 비타민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인상 깊은 산도가 전해진다. 침이 입 안에 계속 고이게 만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감은 상당히 부드럽다.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움을 모두 다 품고 있어서 소비뇽 블랑을 신선하면서도 상당히 멋지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 안에 착 감기는 느낌이 꽤나 오래가서 적어도 피니시는 20초 이상 가는 것 같다. 코, 입, 목 넘김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수작이다.


Donatien Bahuaud Menetou-Salon Les Criottes 2014

와인이 음식과 얼마나 좋은 조합을 보여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와인이다. 이 와인 자체는 매우 드라이하면서도 풀내음, 소비뇽 블랑의 특징적인 자몽, 쌉싸래한 드라이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색상은 밝은 노란빛을 내고 있다. 질감이 드라이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워서 입 안에서 큰 자극을 주기 않는다. 산도를 잘 다듬어두었기에 입 안에서 무리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해산물 요리에는 정말로 좋은 조합을 보여주며 해산물의 바다 내음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준다.


Luigi Bosca Malbec Lujan de Cuyo Single Vineyard 2013

이 와인은 블루베리의 아로마가 가득 차 있어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와인은 아주 응집되었으면서도 밝고 기분 좋은 화사함을 주는 묘한 특징을 가진 와인이다. 한 편으로는 노출이 심한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노출이 심하지 않다. 은근하면서도 관조적이고 신선한 듯하면서도 숙성된 듯하다. 풋풋한 것 같으면서도 잘 익은 캐릭터가 보이기에 꽤나 야누스적이거나 팜므파탈 같은 이미지를 주는 와인이다. 색상은 짙은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블루베리와 복합적인 장미꽃, 사루비아 꿀 같은 아로마와 느낌도 전해진다. 전반적으로 즐거우면서도 섬세하고 뇌쇄적인 매력을 내뿜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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