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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Feb 04. 2019

대기업 중심의 수입와인시장 체계

아마 10~15년 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롱테일의 법칙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자주 회자가 된 적이 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2004년에 먼저 이야기로 나왔다고 한다. 이 법칙의 주요 논지는 긴 꼬리 부분을 형성하는 20%에도 의미가 있는데 이 부분을 경제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로 아마존의 서적 판매를 예로 들기도 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신선한 설명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자연언어처리를 연구하는 나에게 이 것은 지프의 법칙(Zipf’s Law)라 하여 익숙한 법칙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연언어처리에서는 오히려 80%에 해당되는 부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영역, 그리고 누구나 잘 처리할 수 있는 분야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20%를 어떻게 잘 처리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80%의 지배적인 요소에 의하고, 20%는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추가요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80%가 존재하지 않는 20%는 없다. 이러한 법칙은 출판업계에서 보편적인데 몇몇 베스트셀러가 하나의 출판사를 먹여살린다. 와인 부문에 있어서도 이 법칙은 잘 맞아떨어진다. 수입사별로 주력 와인이 있다. 이 주력와인이 실질적 수익을 전담하고 나머지는 고객의 구색을 갖춘다. 와인 생산자들이 와인을 생산할 때에도 수익을 낼 와인을 대량으로 만들고 일부 라인업을 세분화 하여 출시한다.


전체 수입시장을 보았을 때에는 어떨까? 과거에는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이 지프의 법칙을 따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사회과학에서는 파레토 분포라고 하여 부의 불공평한 배분을 나타내는데 사용된다.) 혹자는 엘지가 시장에 뛰어들었던 2000년대 후반에도 그러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장 규모가 작았던데다가 시장에는 확정되지 않은, 스스로 강자라고 주장하던 시기가 있었을 뿐이다. 나는 2018년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을 측정하는 방법을 단순화 하자 오히려 시장을 보는 방법이 이 희한한 수학적 법칙에 점차 맞추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 칼럼에서 한국 수입와인시장에 대한 분석을 올리기는 하겠지만, 2018년의 출고가 기준(1) 시장 규모는 약 5,542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 시장을 누가 어떻게 나누느냐를 보았을 때 지프의 법칙을 나누어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될 것이다. 상위 몇 개의 수입사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10대 수입사의 매출이 약 4,400억이 되고 나머지 수입사들의 매출은 약 1,100억이 될 것이며, 전체 수익을 마진 30%로 보았을 때 수익의 80%는 실제 대형 수입업체들이 가져가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다. 단순한 추정이다보니 다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대형 수입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이제는 이 법칙에 의해 투자 여력이 발생하였고, 이를 통하여 인력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까? 전 세계 와인 시장을 살펴보게 되면 초거대기업들의 와인 시장은 대중들을 위한 와인시장으로서 그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그 이외의 작은 생산자들은 자신만의 판로, 마을단위 등으로 분류가 되며 나름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 몸집을 줄이거나, 형태를 바꾸거나, 혹은 서로간의 합종연횡을 통하여 몸집을 키우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강자가 되기도 하고(파란색 소가 나타나는 것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유통망이 확장되면서 독점성동 강해졌지만 수요 및 고객군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례로 연말에 만들어진 모 수입사의 시골 어르신 와인 동영상은 신선함을 주었다. 이 동영상이 작은 수입사를 의식해서였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큰 수입사들이 작은 수입사를 생각하는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더 큰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 관점에서는 다른 수입사의 주력 브랜드도 하나의 전술 무기로 간주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큰 전략적 목적에 따라서 그에 필요로 하는 제품군이 늘어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인력은 대기업의 이점으로 얼마든지 수급이 가능할터이니,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다양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수입사들 사이에서도 계급 아닌 계급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든 와인을 싸게 사서 마실 수 있으니(사실 와인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다), 좋은 일이겠지만 이 것 역시 대량 공급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시장은 이렇게 고정되었다. 혹자들은 규제 개선(통신판매, 종량제 세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다. 통신판매는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채 4%가 되지 않는다. 와인테크기업들이 아무리 나선다 하더라도 이 부분이 10%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고, 앞서 말한 법칙의 기준을 따른다면 시장의 수익성은 다른 곳에서 나게 될 것이다. 종량제 세금이 된다면 소비자들이 더 고급 와인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유통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중소수입사들에게 그 과실이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금만큼 가격은 내려갈 것이고 수익을 보장해줄 물량은 생각만큼 늘지 않을 것이다. 대량 공급을 하는 수입사만이 그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 수입와인시장은 지금부터가 통계가 통하고 측정이 가능하며 예측이 가능한 시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고객에 대한 촘촘한 판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큰 수입사들에 더욱 쏠리게 될 것이다. 각 수입사들이 택해야 하는 전략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고, 모든 수입사들의 건승을 기도할 따름이다.




(1) 시장 규모를 출고가 기준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견해를 준 김지형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올해부터는 소비자가 기준 시장규모와 출고가 기준 시장규모를 나누어서 산정하는데, 국세청 과세 표준에 따라 이전 연도 것을 추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시장 규모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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