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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Feb 25. 2019

2019년 한국 수입와인시장 전망


2013년부터 나는 한국 수입와인시장 분석 보고서를 배포하고 있다. 와인 업계를 주업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알아야 시장을 읽을 수 있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7년째 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은 보고서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 해 보았으나 결과는 약 11부, 총 4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까지 국내 와인 시장에 있어서 콘텐츠에 대해 돈을 바라는 것, 특히 비즈니스 데이터에 대해서 돈을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과 함께, 한 편으로는 그냥 사실 정보를 표로 바꾼 것 아니냐, 그런데 그 것에 돈을 받는 것이 합당하냐 하는 독특한 지적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각각의 의견과 시장을 보는 관점은 다 다를 수 있으나, 데이터에 기반한 시장 분석에 대한 내 신념은 명확하며, 2019년 시장 전망에 대해서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2018년 시장은 이메일로 배포하고 있으며 다음의 URL에 들어가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본 보고서는 지금까지 약 160부 가량이 배포되었으며, 무료이나 재배포는 허용되지 않는다. 반드시 직접 온라인 신청으로만 얻을 수 있다.


https://goo.gl/forms/BqZX95n2XWmQzzwI2


2018년은 보고서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대기업에 수익이 집중되고, 칠레와 프랑스가 강세를 보였던 해다. 해마다 여러 예측치를 내어놓고는 있으나 모두 다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특히 스페인이나 오스트레일리아가 시장에서 고전했다는 것은 특이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이 것은 칠레 와인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고 그 물량 압박의 요인이 상대적으로 스페인과 오스트레일리아에 미친 것이 아닌가 추정 해 본다.


2019년 1월 수입 동향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보여주었는데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 관련 논문의 방법론(김지형, 2017)을 반영하여 분석한 2019년 시장 성장 전망치는 약 1%로 정도로 나타나고, 중소수입사들 역시 12월의 매출이 전년 대비 매우 좋지 않다는 보고, 그리고 각 수입사별 시장 동향 의견도 좋지 않다는 방향이 많았는데, 실제 통관 물량은 늘어났으니, 어디에서인가 보이지 않게 웃고 있을 팀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계절적으로 여름에 통관량을 줄이는 경향도 줄어들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상반기 보다 하반기의 통관 물량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은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에 대한 세부 사항은 보고서에 상세히, 또 요약하여 기술해 두었기 때문에 칼럼을 통해 다시 언급하는 것은 지면 낭비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칼럼에서는 시장에 대한 중요한 흐름과 내 생각을 서술식으로 풀어본다.


오래전에 와인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 대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내가 보아서는 이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수입사들의 와인이 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고(여기에 들어간 수입사는 유통 종속성이 발생할 것이고, 들어가지 못한 수입사는 다른 이유로 비난을 하겠지만), 이 접근 방법으로 수입와인시장의 물량과 금액이 전체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2019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와인이 다른 주종(소주, 맥주) 대비 어느 정도의 시장내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중소수입사들의 노력도 있었으나, 큰 수입사들이 큰 경영전략 관점에서 접근하여 이룩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큰 수입사가 작은 수입사의 시장까지 모두 장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겠으나, 모든 시장에는 메이저와 그 이외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시장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수익모델이 있다.


2019년은 이러한 분리가 서서히 일어나는 시장이 되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2004년 당시 국내에 계속 있었던 까르푸 매장에 수 백 가지 와인이 판매되고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와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거기서 와인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그 와인들의 대부분은 시장 판매성이 좋고 접근성이 좋은 와인들이었다. 그렇다고 작고 역사가 깊은 와인숍들이 큰 유통망에 따라서 손해를 보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자본주의에 의존하는 상품 시장은 지프의 법칙(Zipf’s law)을 따르고, 와인도 이제는 그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시장 관점에서 2019년이 성장할 것임은 부인하기 어려우나,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1월 수입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2월을 보아야 하나, 상대적으로 2월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조업일수가 작고 설날 연휴도 있다. 2월 물량을 생각하여 1월에 당겨서 수입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2018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설이 1월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분기별 요인도 많이 작용하나 월별 요인도 상당히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세분화된 시장 분석 방법론이 나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수입와인시장이 전세계적으로는 0.13%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늘 이 콩알만한 시장에 많은 국가의 와이너리들이 방문해주고 와인 시음회를 개최하며 문화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대해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직업적으로 바빠서 거의 못가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직시해야 하고, 한국 시장의 볼륨이 커진다 하더라도 일본 시장의 1/3 이상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비중이 1.2% 가량 된다) 현재 약 5,100만 가량의 인구를 갖고 있는 한국이 소비할 수 있는 와인의 한계치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하여 출고가 기준 약 1조 가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추세로 보았을 때 10년 안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보고서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그 이익의 대부분은 큰 수입사들에 돌아갈 것이다.


물량이 이익을 만들어내는 시기가 되었으므로 이제 와인 시장도 일부 마니아의 시장이 아니라 대중 시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될 시점이 되었다. 와인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생각과 관점을 많이 바꾸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기로 넘어가는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혈기왕성하게 시음회를 개최했던 나는 이제 흰 머리에 탈모와 뱃살을 걱정하는 40대 후반의 중년이 되었고 그 사이 와인 시장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지만 지금과 같은 메가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기는 처음 목격하고 있다. 와인 시장은 앞으로 많이 변하게 될 것이고 그 기점은 2018년이라 생각한다. 불가에서는 ‘과거를 좇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지 말라.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오로지 현재 일어난 것들을 관찰하라.(중아함경)’ 하는 가르침을 주신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과거가 지나갔다 하여 이를 무시하고 지금의 나로 반영하지 못하면 영원히 발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성주괴공의 단계를 따른다. 그 것을 따르는 과정 자체에서 언제까지 주의 상태를 유지하고 언제 괴, 공이 오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지금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언제나 좋은 와인들을 수고롭고 열정적으로 많이 수입해오는 수입사 관계자들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 얼마나 수고로운지 겪지 않은 이들은 모를터이니 말이다. 바라건대 많은 수입사들이 올해는 많이 좋은 성과를 내고, 또한 나도 훌륭한 와인들을 좋은 가격으로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는 별도의 강연도 마련했으니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


http://www.insightplatform.co.k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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