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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Mar 16. 2019

와인과 인공지능

보이지 않게 바뀔 와인의 세계

오래전부터 내 전공은 밝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인지과학이라는 분야다. 정확하게 정의하면 사람과 기계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학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고, 이를 위해 인간 본연에 대한 탐구와 기계 본연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좀 더 통찰력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인간의 뇌를 닮은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내가 연구할 당시에는 너무나 허황된다고 하거나 지엽적인 부분의 시스템으로 많은 이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비슷했는데 나처럼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왔던 연구자 이외에 정말로 묵묵히 연구를 했던 연구자들은 최근에 와서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실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여러 단체나 담당자,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면서 만감이 교차하기는 하지만 나는 늘 이 것이 어떻게 인간을 도와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베트남 군사원조사령부 연구관찰단(Military Assistance Command, Vietnam - Studies and Observations Group; MACV-SOG)이라는 조직을 운영한다. 이 조직의 업무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전쟁의 종료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탱크의 투입대수 대비 적 사망자 수 비율, 아군 대비 적군 사상자 비율과 같은 것이었다. 1964년 분석에서 전쟁의 종료 시점은 1965년으로 나왔다고 하니 측정값을 통해서 분석을 하기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 전쟁은 1975년에 끝이 났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컴퓨팅 파워도 약했고 수치화하는 것이 어려운 시점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변화하여 베트남전이 종전된지도 45년이 되었고 인공지능의 기술은 더욱 발전되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의 와인 생활을 바꾸고 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우선 요즘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와인 앱인 비비노(Vivino)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와인 애호가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성능은 자꾸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미지 인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는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이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와인 정보를 달아주고 유사도를 측정하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취향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에 달려 있는데 그 부분은 그들의 핵심기술일 것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쉽게 와인 정보를 검색하여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잡초제거 로봇이나 드론의 등장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공지능이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분명히 나오게 될 것들은 이러한 것들일 것이다. 첫째, 제초 및 농약 로봇이다. 실제로 이미 스마트 팜을 적용한 해외의 많은 농장에서 제초제와 같은 농약 사용률의 90%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둘째, 가지치기 로봇이다. 가지치기의 최적 시점과 컷팅 각도를 계산하며, 품종을 접붙이기하는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 포도원은 추운 겨울에서 봄이 되기 시작할 때 각 포도나무마다 접붙이기를 하고 그 사이를 묶어주며 고랑 사이를 갈아주는 작업을 통해 포도 뿌리의 통기성을 개선시키는 등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들이 그러한 일을 대체할 확률이 높다. 농업분야는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매우 수월한 분야다. 10년 전부터 이미 나오고 있지만 이 가격과 생산성이 높아지면 더 혁신적인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셋째, 그린 하베스트 로봇이다. 포도는 익으면서 알갱이마다 발육 상태가 상이하다. 이런 과정에서 싹수가 노란 포도(불규칙한)를 미리 잘라버리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생산량은 줄더라도 보다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을 것이다.

넷째, 채광 관리 로봇이다. 포도가 받는 햇빛을 최대화하기 위해 잎이 덮는 햇빛의 분량을 줄이는 것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인데 일은 로봇이 하나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아마 지금의 발전 단계라면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인 시음 분야에 있어서는 생산자의 기술 정보(산도(ph), 오크 숙성기간, 사용한 오크, 병입 숙성기간, 젖산 발효 여부, 스테인리스 스틸 숙성 기간, 숙성시 리(lee)의 존치 여부와 기간, 남은 당분(residensual Sugar) 등)을 통해 이 와인의 시음 적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앞서 이야기 한 베트남전의 연구 관찰단이 연구했던 “언제 정도에 전쟁이 끝날 것인가”와 “이 와인의 시음 적기는 언제인가”하는 질문은 목표만 다를 뿐 방법론은 동일하니 이러한 부분에 많은 기술들이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먼 미래에는 1982년과 같은 최고의 빈티지와 테루아의 영향, 토질을 분석하여 그와 유사한 환경을 컨테이너 내에서 만들어 내고 포도를 인위적으로 생육시켜 최고 품질의 포도를 공장처럼 찍어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아펠라시옹의 의미도 점차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대중이 접하는 일반적인 와인의 시대는 점차 없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이 다가와 있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여전히 와인은 인공지능과 거리를 두고 싶다. 내게 휴식을 주는 것을 일로 생각하는 순간 이 것을 즐기는 아름다운 마음은 많이 반감될 것이니 말이다. 시간이 날 때 이러한 것을 실제로 하고 있는 해외 연구팀이나 기업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볼 생각이고 칼럼으로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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