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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pr 24. 2019

전문가 단상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나는 전문가인가?


나는 몇 년 전인가 칼럼을 통해서 “이제서야 내가 와인 칼럼니스트라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칼럼니스트라 이름을 붙인다”라고 글을 올린적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와인 전문가일까?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2009년 당시 김준철 와인아카데미에서 공부는 하였지만 블라인드도 틀리기 일쑤였고, 게으르기 짝이 없었다. 마시는데 더 집중했다고나 할까? 양조학 과정때는 더했다. 회사 업무 때문에 비싼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수업 빼먹기가 여럿이었다. 혼자서 와인 공부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나는 와인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와인 업계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양조학이나 와인 생산 과정, 와인의 거래 및 무역거래, 이 분야에 있어 엉프리뫼의 패턴과 Liv-ex 등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군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안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국내의 와인 수입사도 이제는 내가 친분이 있느 수입사만 제한적으로 알고 있지 그 이상을 알기에는 시간도 자금도 업무적으로도 한계가 따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의 전문가일까? 스스로 이야기 한다면 와인 통계 데이터에 대해서 준 전문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왜 준 전문가이냐 하면 일단 난 통계 전공자도 아닐뿐더러 기반 자료의 표본 추출, 분포, 회귀분석, 미래 예측 분석 등 여러 기법을 이용하여 시장의 흐름을 추론하기에는 주변의 도움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정의하자면 와인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라 칭할 수 있다. 매년 내는 보고서 역시 이 한 단계 점프하는 것이 어렵고 수입사들에 대한 설문 문항 거버넌스가 부족하며, 설문문항 결정과 목표모델 설정 등 연구방법에 대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나를 전문가라 칭하기는 어렵다. 세상의 일이란 들어가보면 매우 어렵고 정교한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그래서 TV를 보거나 여러 매체를 보면 소위 ‘엉성한 전문가’들이 나와 여러 이야기로 대중을 호도하는 경우를 보는데 걱정이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와인 앤 다이닝 분야나 밀리터리 분야, 보건사회 및 의학 분야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의 산업에 특히 자발적 ‘전문가’가 꽤 많다. 문헌 조사와 실제 업무에 적용하지 않고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특정 분야의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 하고 해당 분야를 잘 이해했다고 한들 그 아랫단의 더 전문적인 업무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이상 전문가라 할 수 없다.


나는 최근 스스로 ‘전문가’ 칭호를 하나 내려놓은 부문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 분야다. 2012년까지는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전문가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2018년 다시 복귀하여서도 일정기간 스스로를 ‘나는 전문가이자 1세대 연구자’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이 것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고, 자만심에 불을 당겼다. 외부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최신 연구 트렌드,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지금 현 시점에서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논리적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나는 설계하는 사람이기는 하나 실제 구현을 요즘도 계속 해보면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밤을 세워서 최신 인공지능 이론들 중에서 언어처리와 관련된 중요 학술 연구들을 빠짐없이 읽고 있다.(이미지는 내 전공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고)


읽을수록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세상의 전문가들은 더 많고 더 빠르게 진보하고 있으며, 그 진보를 따라잡아야만 나도 조금은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사안을 볼 때에는 분리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치사회적 요인이나 개인적인 요인이 전문영역 분야에 스며들고 이 것이 외부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하게 되면 최근에 사회경제적으로 이슈가 되는 탈원전이니 하는 이슈들이 편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는 과학적 분석이나 근거에 의하여 준거와 대안을 내세울 때만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전문가는 아니다. 칼럼도 쓰고 주변에 많은 지식을 이야기 하지만 와인 전문가는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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