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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Mar 29. 2018

정봉주의 신용카드와 이영선의 신용카드

덮고 가고 싶은 유혹 있었지만 스스로 공개했다? 수사과정서 밝혀질 내용

2개의 신용카드가 나라를 흔들었다. 하나는 전 의원 정봉주 씨의 신용카드 결제내역, 정씨는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당일 오후 켄싱턴 호텔에서 자신이 카드를 결제한 내역이 확인되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다른 하나는 전 청와대 행정관 이영선 씨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이다. 검찰은 이를 단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씨의 관저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공개되지 않았던 박씨의 7시간 중 박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저에 함께 있었던 사실은 28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 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보면 최씨는 참사 당일 오후 2시 15분께 청와대 관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초는 전 이영선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최씨 거주지인 압구정동 근처의 김밥집에서 점심 식사를 한 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후 이 전 행정관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이씨가 주로 사용하던 업무용 차량의 동선을 추적했고, 세월호 참사 당일 이씨가 남산 1호터널 통과한 내역을 확보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다양한 사건수사에서 수사기관은 특정인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활용한다. 이외에 탐문수사, CCTV 등도 활용된다. 이런 수사기법을 통해 이씨의 당일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동안 정씨는 "당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카페에 간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런 행위도 있을 수 없다(정씨의 보도자료 발췌)"고 주장했었다. 수사가 시작됐다면 경찰은 당연히 정씨의 당일 행적부터 확인에 나섰을 것이다.


사진출처=뉴스1


이씨의 세월호 참사 당일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했듯, 정씨의 사건 당일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당연히 정씨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했을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정씨의 켄싱턴 호텔에서의 결제내역은 즉시 확인될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정씨의 보도자료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자. 정씨는 "결제내역을 확인한 저는 이 사실을 변호인에게 알렸습니다. 저는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스스로의 눈으로 결제내역을 직접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되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저와 변호인단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만큼,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습니다"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정씨가 덮고 가고 싶은 유혹대로 행동했다고 해도 경찰은 곧 그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했을 것이다. 스스로 공개하기 싫어도 공개될 것이다. 정씨가 그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해 '스스로 공개한'것을 (일부의 평가처럼) 엄청나게 담대한 행동으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씨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지만 주어는 없었다. 다만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만 했다. 누구에게 미안한가? 피해자? 지지자? '관심법'을 배우지 못하는 나는 그의 마음을 읽을 방도가 없다. 물론 읽을 의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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