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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Jun 21. 2018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별로 안 간단한 무쌈말이

그의 향기는 오래도록 손끝을 떠나지 않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완벽 그 자체인 엄마밥이 매일 제공되는 집에선 굳이 나까지 나서 요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직장인이 된 뒤 살인적인 출퇴근거리(왕복 60km)로 자취를 시작하며 제공되던 엄마밥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자취를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인분 음식의 재료비는 4인분 음식의 1/4이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탈탈 털린 내게 부엌에 5분 이상 서 있을 에너지 따위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진데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살자고 마음먹은 이상 요리는 피할수 없는 도전과제가 됐다.


그래서 30대가 될때까지 라면과 달걀후라이밖에 할줄 몰랐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 요리라는 것에 도전해보려 한다. 나같은 초초초초보를 위해 아주 상세한 기록도 남겨두기로.


첫 메뉴는 집들이 메뉴에서 빠지지 않았던 무쌈말이. 친구들이 "엄청 만들기 쉽다"고 말했지만...음...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라...


- 재료: 절임무 15장, 크레미살 5개, 달걀 2알, 오이 1개, 당근 1/2개, 무순 20g, 미나리15줄기

= 새우를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새우 다듬고 익히는게 어려울 것 같아 패쓰;;


-소스: 땅콩버터, 장, 초, 레몬즙, 탕, 꿀 각각 2큰술

= 원래 레시피엔 깨소금, 연겨자 각 1큰술, 땅콩가루도 있는데 부엌에서 못 찾아 패쓰;; 레시피에 따르면 땅콩가루는 소스를 다 만든 뒤 넣어야 맛있다고 함


= 재료 사오는 시간 빼고 재료 다듬기부터 시작해 입에 들어가기까지 소요시간 1시간

- 오이를 물에 박박 문질러서 씻은 뒤 1/3 크기로 잘른다. 이후 몸통부분 빼고 껍질쪽 부분만 채썰기 한다.

= 원래 레시피엔 오이를 껍질깎기 한 뒤 채썰라고 했지만...사과도 감자깎는 칼로 깎는 제가 오이를 뭐 어쩌라구요?;;; 나는 오이에사 삼각기둥을 제외한 오이 껍질과 껍질에 붙은 오이살 조금을 채 썬다는 느낌으로 오이 채를 썰었다.(뭔말이니ㅠㅠ)   

- 당근도 껍질을 벗긴 뒤 채썬다

= 초보들은 둥근 채소를 채썰기가 어려운데 사진처럼 한쪽면을 살짝 잘라내고 잘라진 평평한 면을 도마 바닥에 두고 썰면 상대적으로 쉽다.


= 채칼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채칼은 너무 얇게 썰리기 때문ㅠㅠ 채칼론 나무젓가락 굵기로 야채를 채썰기 어렵다 (그런 도구 아시면 알려주세요ㅠㅠ)

-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지단을 붙인다.

=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주는 도구도 있다지만 우리집엔 없고 요알못 주제에 도구빨만 세울수도 없...달걀 몸통을 그릇같은 곳에 탁 깬 뒤 달걀 껍질이 두 동강이 나면 하나는 버리고 한쪽에 노른자를 몰아넣은 뒤 흰자만 살살 빼내면 된다. 보다시피...잘 분리 안 됐지만 첫 시도치곤 잘 했다며 셀프칭찬함ㅠㅠ

= 엄마는 떡국에, 비빔국수에 늘쌍 달걀 지단을 올려주셔서 이게 간단한줄 알았는데...달걀을 얇게 큰 판으로 부치는 것부터 실패...ㅜㅜ

= 그래도 실패하면서 배운다고...흰자를 부쳐보니 달걀을 깨서 그대로 부치면 평평하고 얇게 절대 못 부친다...노른자는 쉐킷쉐킷

= 흰자 지단은 개망했지만 노른자 지단은 조금 그럴듯하게 됐다.

- 미나리를 데친다

= 냄비에 물을 반쯤 붓고 끓기시작하면 미나리를 넣고 20까지 센 뒤 꺼낸다

- 크래미를 채 썬 야채와 달걀 지단 등과 비슷한 크기로 잘 찟어둔다

- 무쌈에 준비된 재료를 넣고 돌돌만 뒤 미나리로 묶어준다

= 무쌈이 물에 풍덩 들어가 있는데 미리 채반에 바쳐 물을 빼주면 좋다

 

- 양념장 재료를 쉐킷쉐킷한 뒤 무쌈말이를 찍어먹으면 존맛♡

= 재료 손질해 싸면 된다더니...1시간이 걸렸...무쌈의 향기는 더 오래 손끝을 맴돌았드랬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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