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로또를 산다. 대개는 월요일,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로또 판매점에서 로또를 산다. 정정한다.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1등이 당첨된 로또 판매점에서 로또를 산다. 월요일 루틴인 셈이다.
자동으로 5천원치 주세요
월요일에 산 로또는 반으로 접어 휴대폰 케이스 안에 넣어다닌다. 지금까지 당첨금 최고액은 5천원. 수익률로 치면...휴...계산하면 슬프니 패쓰. 그래도 로또를 들고 다니는 일주일 간 즐거운 상상을 하며 생기는 엔돌핀을 생각하면 5천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로또 당첨되면 뭐하지? 당첨금으로 서울 새 아파트 한 채나 살 수 있으려나. 그럼 어디 상가 하나 사서 월세 받을까?
5천원으로 내가 사는 것은 로또가 아니다. 일주일치 희망이다. 5천원만 당첨되도 소리를 지를만큼 기쁘지만 낙첨됐다고 좌절하진 않는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니까.
로또를 사지 않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0%이니 꾸준히 로또를 사고, 그나마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로또 판매점(그 대리점에서 워낙 많이 팔아서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아몰랑. 이유 is 뭔들)을 찾는 노력 정도? 열심히 (로또를 구매)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로또 당첨은 신의 영역이기에. 당첨되면 땡큐, 낙첨되도 좌절하지 않고 로또를 산다. 이번주도 낙첨이었지만 내일 또 로또를 사야지
매주 토요일 로또 당첨을 꿈꾸는 것처럼 매달 당첨을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임신이다.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행위를 로또 당첨에 비유하다니 무엄하다...고 진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제가 결혼 1년 만에 귀하게 가진 아기를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내고 나니... 로또도, 임신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로또를 열심히 사면 아무래도 당첨 확률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확률이라는건 결과적으로는 당첨or당첨 둘 중 하나이다.
임신 노력도 좋은 것도 많이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계도 열심히 하면 확률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임신or비임신 둘 중 하나이고...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내가 열심히 해서 뭔가가 잘 될 이슈인지. 맞다. 내가 한때 잠시 임신했던 그때 임신 맘카페에 오지랍 넘치게 후기에 적기도 했다(그 오지랍 땜에 그 사단이 났다 생각도 든다...아...초기 유산은 엄마 탓이 아니라고 했는데...자책하지 말자)
마음을 비우니 아기가 오더라고요
여자의 몸처럼 예민한 것이 없어서 '임신해야지(궁서체)', '나 꼭 임신해야됨!', '나 당장 임신할꺼야!'라고 안달복달하며 스스로를 들들 볶을때 임신이 더 힘들어 진다고 한다(더라고요. 문송 나부랭이라 의학적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경험을 취합해보면 그러합니다). 나 역시 그 사실을 너무 잘 아는데...왜 늘 앎과 삶은 일치하지 않는가. 그걸 실천하면 성인(性人) 또는 철학자가 됐겠지. 앎과 삶이 따로 노는건 나뿐만은 아닐꺼야.
어제 마주한 로또 낙첨은 언제나처럼 '그래 일주일간 행복했으니 이걸로 됐다'며 휴지통에 로또를 구겨 넣는 것으로 쿨하게 해결됐는데 이번달도 '낙첨'으로 결론난 또 다른 로또 결과는 현타로 하루종일 나를 종일 뒤흔들었다. 한달 동안 가지 않았던 성당을 가서(매번 이 맘때쯤 가는것 같다. 생전 가지 않다가 이 현타가 올때)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기도를 하고 성가를 부르고 나서도 해소되지 않은 마음의 응어리는 러닝 1시간+웨이트를 30분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나서야 조금 가신것 같다.(아...옆에 계신 분을 두고 숨을 천번쯤 쉰 뒤의 일인 것 같다)
신의 영역을 왜 아직도 나는 놓치 못하는가. 이쯤되니 이주의 암송 구절이 참 기가 맥힌다(기가 막힘을 넘어서 기가 맥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