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Nov 13. 2020

내눈이 어때서!

껍데기에 대한 이야기.



© nynnes, 출처 Unsplash







눈 앞에 두 개의 선물 상자가 있다.

하나는 예쁘게 잘 포장된 상자 또 하나는 볼품없는 상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쁘게 잘 포장된 상자에 좋은 물건이 들어있을 거라고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그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는 까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포장지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아이였다.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다양한 평가로 인해 나의 얼굴이 객관적 미의 기준과는 가깝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1, 엄마와 달랐던 나




커다란 눈에 오똑한 코,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어딜 가나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으셨다. 학부모 면담이 있을 때 지겹게 들었던 소리는 “어머~~ 어머님 너무 미인이시네요. 우리 혜리는 아빠를 닮았구나 하하!!”  전혀 웃기지 않는 찝찝한 우스갯소리.


엄마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셨다. “혜리는 눈도 코도 엄마랑 똑같이 닮았는데 저 선생님 이상하네!” 엄마랑 닮지 않았다는 거 알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이야기해주면 기분이 좋았다.









2 , 자존감 도둑




나의 자존감을 긁는 존재가 하나 있었는데 큰고모는 매번 명절 때마다 나에게 몸무게가 몇이냐고 물어보며 나랑 동갑인 자기 딸은 몇 킬로 밖에 안 나간다는 이야기를 매번 했다. 또 남자한테 인기가 많다며 너는 남자 친구는 있냐고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대체 왜?

나는 학창 시절에도 그리 살이 찐 적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는 건 큰고모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큰오빠 (우리 아빠) 대한 자격지심이 자기 자식과 오빠의 자식과의 경쟁과 비교를 통해 대리 만족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이제야 연민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큰고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해만 주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라는 프로그램, 그 안에 나오는 모델들은 나랑 눈이 똑같은 모델들이 무수히 많았다. 쌍꺼풀 없는 민눈에 위로 찍 찢어진 눈들. 아 동양적이고 멋지고 매력 있다. 나도 저렇게 멋져져야지.

내가 입고 싶은 옷,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다녔다. 누구 뭐라 해도 나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니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귀담아듣지 않았다.


혜리는 옷을  과하게 입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과하게 입는다는 기준이 뭐지? 내 기준으론 너는 옷을 재미없게 입는다.라고 되받아 치지도 않는다. 왜냐면 굳이 분란을 일으켜서 생각이 재미없는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설명하기엔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테니까....

대학교 동기가 내 뒷모습을 보며 혜리 언니는 신께서 모든  주셨는데 눈을 주시지 않았어...”?????? 신께서 모든 걸 주셨다는 이야기보다 눈을 주시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꽂힌다. 대체 내 눈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되지? 농담이라는 포장으로 평가를 하고 헛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평가당하는 거엔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똑같이 농담을 해주면 되려   그딴 농담해?” 이런 소리를 듣기 마련.... 유머도 그 정도의 짬과 그릇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것. 제발 되지도 않는 기분 나쁜 농담은 하지 말자. 재미도 없고 반대로 받아서 상처 받지 말고.






남편은 나에게 매번 이야기한다.
“혜리야 너는 눈이 예뻐.”




...


순박한 진돗개 같거든........


© pdjch66, 출처 Pixabay


작가의 이전글 연장자의 말, 다 들을 필요 없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