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 앞에서 방귀를 참는다.
한 번도 시원하게 뿡! 껴본 적이 없다. 그 모습이 너무 안 스러워서 시원하게 발사해도 된다고 한사코 이야기하는데도 내 앞에서 방귀, 낯을 가린다.
어제 남편과 티비에서 오은영 선생님의 상담 내용을 보았는데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 앞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정상적 퇴행의 모습이라고 한다.
결론은 부부 사이에서 시원하게 방귀 뀌어야 한다는 소리.
아무리 대세 오은영 선생님 이야기지만 그건 참 어렵다. 방귀까지는 저희 마음대로 해도 되지요?
결혼한 지 8년 차로 접어들었지만 남편 앞에서 시원하게 방귀를 뀌지 않는다. 간혹 가다가 괄약근 조절이 실패해서 뽀옹, (뿡! 나오진 않음) 소리가 나는 참사가 일어나곤 하는데 주변에 남편이 있는지 살펴보고 눈치를 살핀다. 그다음 엄청 큰 소리로 - 들었어??!!! 내 방귀 소리가 가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물어본다.
남편은 매번 못 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마 들었어도 못 들었다고 거짓말 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진실은 남편만이 알겠지..)
우리 부부가 가장 자유롭게 방귀를 뀌는 곳은
다원이 앞.
우리 부부는 다원이랑 단 둘이 있을 때는 뿡뿡이가 된다.
남편은 다원이 옆에서 뿡! 방귀를 뀌고 내가 옆으로 다가오자. 시치미를 뚝 떼고 “다원이 방귀 뀌었어?” 물어본다. 억울한 다원이는 발끈하며 “아냐! 아빠잖아! 나 아니야!” 매번 다원이에게 방귀를 뒤집어 씌운다.
나 또한 다원이 옆에서 방귀를 뿍. 뀌고 “아빠한테 내가 방귀 뀐 거 이야기하지 마~ 김다원~” 이야기한다.
다원이는 - 알겠어. 하고 약속을 지킬 때도 있고 남편이 우리 곁에 오자마자 “아빠! 엄마가 방귀 뀌었어!” 하고 비밀을 누설하곤 한다. 그럴 땐 허허 웃으며 내가 언제 그랬어. 하고 계속 허허허 웃는다.
우리 부부는 언제쯤 시원하게 방귀를 터 놓고 뀔 수 있을까. 뀌고 싶다. 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