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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Sep 23. 2021

정글 같은 가정, 아이보다 우리가 먼저인 부부.





우리가족, 식탁에 앉아 맛있는 새우를 먹는다. 나는 새우를 까서 다원이 접시에 올려준다. 근데 다원이는 맛있는 새우에 딱히 관심이 없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다원이한테 “다원아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아빠가 새우 다 먹을꺼야.” 라고 넌지시 말을 던진다.



매번 식탁 위에 풍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당황스럽지 않다. 지금은 그렇지만 처음 본 남편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대게 부모가 보이는 모습은 “그래도 먹어봐 이렇게 맛있는데?” 아이에게 먹을걸 권유하는 형태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껏 본 부모의 모습은 그랬다.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아이가 먹지 않을 때 두 번 이상 권유하지 않는다. 우리끼리 라도 맛있게 먹는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새우를 한입 먹는다.

(음 생각보다 맛이 괜찮네?)




남편은 다원이가 먹는 걸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고 옆에서 “어! 안 돼~ 우리가 많이 먹을 거야. 아빠랑 엄마는 새우 좋아한단 말이야”



다원이는 “왜! 나도 먹을 거야~” 하면서 새우를 먹는다. (먹으라고 하면 안 먹고 먹지 말라고 하면 먹는다.)


   


우리 집에 애가 둘이 있나 싶은데.. 남편은 다원이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첫 번째로 내어주지 않았다.  제일 첫 번째로 나에게 음식을 주고 그다음은 남편 그리고 마지막이 다원이다. 남들이 보면 너무하다 싶을 수 있는데 우리 가정의 형태가 이렇다. 부모가 우선순위로 돌아간다 아이는 언제나 맨 마지막이다.



남편은 매번 “혜리야 우리가 있어야 자식이 있는 거야 자식을 너무 위할 필요 없어 아이들은 크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어있어. 그때는 너와 나 둘뿐이야. 우리 둘이 행복해야 되는 거야”  

 










키키키린 이름부터 독특한 그녀.

글을 쭉 읽어보니 남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도 어느 정도의 실패의 순간들과 자신의 기준이 꺾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정 안에서 실패의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작은 실패에도 금세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떼를 쓰는 모습. (바닥에 드러누워서 운다.)  



가정 안에서는 내가 뭘 해도 첫 번째였고 최고였기 때문에 인정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똑똑한 아이라면 사회에 나가서 빠르게 적응한다. 깨지고 깨지면서 “아! 내가 최고가 아니었구나." 하며 단단하게 마음을 만들어나간다. 좋지 못한 경우는 그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에 대해 원망을 퍼붓거나 두려워서 세상에 발을 내딛기 어렵다.






  

남편의 행동이 어떨 땐 너무하다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해가 된다. 남편이 말하길



“다원이가 오빠가 없으니 내가 아빠 역할이랑 오빠 역할도 해주는 거야.”




그러면서 과자를 경쟁하면서 먹는다. 프링글스를 사다 놓으면 못 본 사이에 아빠가 다 먹을까 봐 미리 아빠에게 가서 다원이가 이야기한다. “나도 저거 좋아해 같이 먹자. 아빠! ”



식탁에서 프링글스를 앞에 두고 아빠가 금세 먹어 치울까봐 다원이도 빨리 먹는다. 자기 몫을 챙겨 놓는다.



우리는 정글 같은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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