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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Nov 05. 2021

수치심 가득했던 콘돔 이야기

우리집 탐정도 소개할께요.



요새 퇴근이 나보다 빨라진 남편은 5 , 집에 들어와 집안 정리를 한다.  시간대에 재활용 쓰레기도 정리하고 보리 차도 끓여놓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움직여서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집안 상태를 살펴보고 그날 내가 바쁘게 집을 나섰는지 아니면 여유 있게 집을 나섰는지 매서운 탐정의 눈으로 살펴본다.



위에 나열한 모든 걸 하고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샤워까지 맞친 후, 내가 일하는 학원 앞으로 차를 끌고 나오는 탐정님. 매번 나에게 셀프로 자기 같은 남편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훌륭 해. 방귀 탐정님!


​​​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묻는다.


​​​​




오늘 침대 밑에 뭐가 들어갔었나 ?”


​​


 “ 어떻게 알았어? 맞아. 오늘 침대 밑으로 물건이  개나 떨어졌어.”​


(남편은 내가 놀랄  하는 특유의 표정이 미어캣 그리고 개와 흡사하다고...)


​​​​​






내 얘기를 들은 방귀 탐정은 (옅은 미소를 띠며) -역시 자기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방귀 탐정이 내가 침대 밑으로 들어간   이유는 내가 바닥에 기어갔다 나온 방향으로 침대 먼지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사실같이 딸려 나온 먼지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날은 굉장히 바빴던 날이라 먼지를 외면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나, 탐정의 눈을 피할  없었다. (무서운 사람!)


좋게 말해 털털한 나의 행동거지를  알고 있는 남편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바람피우려고 해도 피기도 전에 나한테 들켜버릴걸?”


고개가 끄덕여지는 남편의 말. 나는 뭔가를 하기 전에 행동부터 티가 나서 남편을 속일 수가 없다.

​​


유통기한이 지난 냉동식품을 남편에게   적이 있는데 남편은 한입 먹자마자 나에게 물어본다. “이거 오래된  아니야?” 심지어 유통기한이 아주 짧게 지난 것도 알아맞히는 통에 쉽게 거짓말하기 어렵다. (입맛도 탐정이슈..)






나의 덤벙대는 행동거지에 대해 고민해 보다. 떠오른 옛이야기. 9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동기들과 저녁 약속을 맞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역이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동기랑 지하철 화장실 앞에 콘돔이 파는 걸 발견했다.

​​



“너 콘돔 본 적 있어?”



“아니..”


​​


가격은 기억 안 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콘돔이 궁금해함께 사보기로 했다. 2개 세트라서 여자 동기 1개, 나 1개 나눠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 , 내방에 들어와 아까 샀던 콘돔을 꺼내 보았다. 막상 보니 딱히   없는 고무 골무 모양이 오래 보지 않았지만 흥미가  떨어졌다. ​


.


.


. ​


며칠 뒤, 학교 가려는 나를 붙잡고 아빠가 말을 걸었다.



!  이게   방에서 나와. 이런  쓰면 !!! 큰일 나려고 그래!!!??!”


​​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어안이 벙벙해서 아빠 손을 확인해 보니 콘돔이...



대가리 굴려서 생각해보니 콘돔 구경 후, 흥미 떨어진 콘돔을 침대 한쪽 구석에 쑤셔놓고 세상 모르게 까먹어 버렸다. 억울한 마음과 당황스러움 합쳐져, 어버버하며 호기심에 친구랑 샀다고 이야기했다. 쓰지도 않은 콘돔을 들켜서 변명까지 하는 꼴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수치스럽다. ​


오늘의 이야기 교훈,​

콘돔 관리 잘하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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