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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Nov 04. 2021

핑계 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환경 탓하는 사람들






요새 학원 수업이 끝나는 6시가 되면 뒷목이 뻐근하다.


아이들 미술수업은 언제나 비슷하게 흘러간다. 수업을 준비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고 본사에서 나오는 기존 커리큘럼을 내 방식으로 수정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 내 뒷목을 빳빳하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옆반 선생님.


​​


지금까지 6개월 이상 봐온 선생님의 모습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상황에 맞춰서 머리를 굴리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원장님이 안 오시는 날에는 항상 지각을 한다. 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유가 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나에게 와서 꼭 변명을 하신다.) 대부분 몸이 안 좋다는 것과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옆반 선생님의 지각은 나에게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그 외에 더 많은 요소들이 불편함을 주고 있다.


​​​


내가 지금 것 본 사람들 중 가장 아리까리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 이야기를 해보면 다르지 않을까 해서 더 말을 붙여본다.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도 조금 꺼내 놓는다. 남들이 느끼기에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굉장히 편한 사람으로 비춰지나 보다. 사람을 처음 만나도 금세 친해지고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반대로 깊은 나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얕은 부분만 보여준다.


​​​​




내가 옆반 선생님에게 물었다. ​​




“선생님은 엄마 많이 닮았어요? 아빠 많이 닮았어요?”

​​


“아 저희 엄마는 굉장히 미인이신데 저는 아빠 닮았어요.”


​​​

선생님은 엄마 이야기를 꺼내셨고 

나는 엄마 이야기를 덥석 물었다.

​​​



- 아. 선생님 엄마, 궁금하다. 굉장히 미인이시구나!


​​


“아녜요. 저희 엄마가 성격이 좀 이상하셔서..”




이야기를 쭈욱 들어보니 선생님 어머니가 굉장히 폐쇄적인 성향을 가지셨고, 그렇다 보니 과보호를 받으면서 자라오셨다.


​​

여러 이야기 중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이 대학 다니던 시절에 학교 과제 리포트를 아버지가 대신해 주셨다고 한다. 선생님이 살아오면서 직접 청소도 해 본 적이 없고 자라면서 엄마와 단둘이 놀았던 기억만 남아있단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환경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때부터 심리치료도 시작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내가 보기엔 여전히 폐쇄적이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느끼기에 이상할만한 부분이 있다.

​​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린 시절 자라왔던 환경이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느끼곤 한다. (부모의 삶을 살고 있는 나도 다원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



그래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 한편에는 지금 것 해 오신 행동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미술원장님은 옆반 선생님이 일을 못한다는 걸 충분히 알고 계신다. 그래서 하나하나 챙기시고 반대로 과도할 정도로 잔소리를 하신다.


​​​


신기한  우리 원장님은 자신의 사람을 과보호하는 면이 있는데 그걸  옆반 선생님에게 하고 계신다. ​​



베이킹 수업을 하는 , 나에겐 직접 반에서 구울  있는 오븐을 원장님이 넣어주셨다. 옆반 선생님에겐 오븐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우선 오븐을 선생님 반안에 넣지 않았고 원장님이 직접 하나하나 구워서 선생님  안에 넣어주셨다. 나는 이미  그렇게 행동하시는지 알고 있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모든 걸 도와주면 일이 늘지 않을 텐데 왜 그러실까?”



(원장님은 오븐을 안에 넣어줬다가 아이들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을 수도)

​​​



옆반 선생님이 어제 오븐 이야기를 언급했다.


​​​​


“원장님이 제가 오븐 하는 거 못할까 봐, 직접 하나하나 다 구워주시더라고요”

​​


처음에는 제가 직접 한다고 했는데 한사코 직접 하시겠다고 해서 그냥 말아버렸어요.”​​


.


.


.​​​


근데 원장님이  해주시니까 편하고 좋던데요?”






살아온 환경이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나로 하여금 이루어진다. 정말 변하고 싶다면 변하고자 하는 길로 나아가야겠지.


​​​​


우리 구질구질하게 환경 탓하지 말자.


부모 탓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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