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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Nov 08. 2021

수치심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아담과 하와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  사람은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악과를 먹지 말라던 하나님의 말을 어긴 , 자기들의 몸이 벗은  알았고 두려움과 수치심을 느끼고 무화과 잎을 엮어 치마를 만들었다.







어젯밤부터 수치심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이게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성경에서 말하는 수치심은 태초에 인간에게 없던 것이지만 사람이 죄를 짓고 생기게 되었다. 사회 일원이 되기 위해선 암묵적인 규칙들을 알아차려야 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데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사회적 규칙이지만 불필요한 수치심을 가지고 교육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누군가의 앞에서 옷을 벗고 있어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맨몸으로 있던 아이에게 부모가 “아이 부끄러워! 사람들이 다 쳐 본다. 옷 입어야지~” 하는 순간, 아이는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행동이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아이에게 수치심을 가장 먼저 가르치는 사람은 부모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 됐을 ,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 나이지만 발육이 조금 빨랐으니 가슴도  나왔었다. 샤워를 열심히 하고 있던 , 갑자기 아빠가 화장실 문을 벌컥 -! 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아빠는  몸은 보고선 “! 문을  닫고 샤워를 !!” 갑자기 화를 내고 문을 닫았다.


​​


처음엔 놀란 마음이 강했지만 아빠의 표정과 화내는 모습을 보고 수치심이 들었다. - 벌거벗고 있는 내가  부끄럽지. 아빠가  부끄럽나?




또 하나, 에피소드는 초경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에 주변 친구들은 초경을 모두 하지 않았는데 나는 4학년 말 무렵에 초경을 하게 됐다. 부끄러운 마음에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어느 날, 빨래통에 내놓은 팬티를 보고 알아차렸다. 엄마 표정을 보니 꽤 당황한 모양이다.



그날 엄마는 아빠랑 시장에 가서 생리대와 촌스러운 핑크색 생리 팬티를 사 가지고 오셨다. 팬티는 검정 봉지에 들어 있었고 그걸 안방에서 나에게 던져주셨다. 남들에 비해 내가 예민한 성격을 가진 탓도 있겠지만 부모가 나의 신체적 변화를 너무 부끄러워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반응했던 게 굉장히 수치스러웠다. 마치 내가 생리를 시작한 게 잘못된 일인 것처럼.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됐으니 부모님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한다. 두 분 다 어릴 적 살아온 환경에 의해서 교육된 수치심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겠지.







나는 다원이에게 사람 몸에 대해 수치심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몸은 엄연히 다르고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가르쳐서 그런가 다원이는 부끄러움이 없다.


​​


가끔 우리 앞에서 남자가 쉬싸는 모습을 재현해 보이곤 한다. 없는 고추를 잡고 쉬를 싸는 포즈를 하며 “남자는 이렇게 쉬 싸잖아 그치?” 하고 우리를 놀래킨다. 녀석.. 나는 네가 당당해서 참 좋다.


(어디 밖에 나가선 그러지 말고... 내가 부끄러워서 그래.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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