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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Nov 26. 2021

순결의 모호함

순결한 가래떡



순결한 가래떡




순결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면  명이나 당당하게 손을   있을까? 나는 순결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순결에 반대말은 불결 또는 죄라고 생각할  있을  그것도 순전히  생각이다. ​​


요새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옥이라는 영화도 우리가 생각하는 죄에 대한 생각을 파장시켜 만든 것 같다. 내가 여러 번 고민했던 인간의 죄 그리고 신의 심판에 대한 궁금증을 다룬,  근데 지옥 시리즈 다 보고 느낀 건.. “너도 나에게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하는구나!” 고구마 먹은 듯, 속이 답답했다. 2편에선 답을 내려줄까? 당언 컨대 작가도 답을 모를 거다.

​​​


중학교 3학년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우리 반 일찐 친구들 사이에서 첫 경험이 유행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한 친구가 귓속말로 “쟤 00학교 남자친구랑 섹스했대, 그리고 쟤도 남자친구랑 섹스했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잘나가는 친구들은 첫 섹스도 같이 하는구나.



학교에서 찐따였던 나는 이 충격적인 유행이 그리 달갑진 않았다. “중학생이 무슨... 몸도 다 안 컸을 텐데?” (나는 그 당시에 섹스를 하기만 하면 바로 임신이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성인도 아닌 중학생이 섹스라니.



나는 섹스라는 단어도 부끄러워서, 학교 매점에 가서 음료를 주문할 때 “사장님! 오렌지 쌕쌕 하나 주세요!  (쌕쌕 이 부분은 개미 똥꾸멍 마냥 작은 목소리로 얘기함) ” 쥬스 하나 달라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질 못 했다.



대체 쥬스 이름이 그게 뭐야. 너무 강렬하게 지었다. 근데 그게 뭐라고. 대답을 우물쭈물했을까?


나는 참 부끄럼이 많은 학생이었다.

​​​




내가 고등학생쯤, 엄마랑 치킨집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다가 순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엄마의  마디만 머릿속에 뚜렷이 기억이 난다. “혜리야. 남자는 순결을 중요시해.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지키는  좋아.” ​


엄마 말로는 순결이 남자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거라고 하셨다. 근데 남자한테 선물로 준다는 순결의 의미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왜 나만 선물을 줘야 하는 거야. 그럼 너는 뭐 줄 건데?" 남자한테 그렇게 묻고 싶을 것 같았다. 그렇게 떠오르던 내 생각들은 머릿속에 감춰두고 엄마 앞에선 고객만 두 번 끄덕였다. 그건 엄마 생각의 동조한다는 뜻은 아니었고 지금까지 연습한 습관적인 반응이었다.


​​


커뮤니티에서도 순결에 대한 질문들이 넘쳐난다.  재밌게  순결에 대한 질문  하나는 “어느 정도의 성행위까지 순결에 해당할까?” 키스, 포옹, 애무, 등등의 기준으로 대체 어디까지가 순결로 봐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거다. 역시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질문에 달린 댓글들도  재밌게 보았다. 성기 삽입전까지 행위는 순결에 해당된다고 보는 사람들,  부류들은 처녀막의 유무로 순결을 따진다.  반대파는 성기 삽입 빼고   모든  했는데 그걸 과연 순결하다고   있냐는 거다. ​​



나는 순결에 대한 의미가 메뉴판에 있는 음식들처럼 어떤 매뉴얼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본다. 어떤 이는 처녀이지만 여러 남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다니고 내가 이익을 보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나는 그 관계가 순결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같이 순결은 성관계의 유무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단순하게 성관계로만 순결을 따지기엔 천지를 창조하신 신이라는 존재가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시험지에 답이 있는 것처럼 그걸 어길 경우 “넌 땡이야. 탈락!” “너는 맞았어. 정답!”  



최소한 내가 아는 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


잃고 싶지 않았지만 순결을 잃은 사람들도 세상에 많다. 세상이 바라보는 잣대에 불결한 사람으로 찍혀서 자신을 학대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순결은 마음속에 있고 그걸 지키는 건 나만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며칠  가래떡을 먹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간장과 참기름에 찍어 먹으니 황홀하다.  가래떡이  순결하게 느껴졌다. 그걸 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다고 순결하지 않다고 볼까? 그냥 순결한 가래떡이 김에 쌓여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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