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형님네 놀러 가서 함께 요리를 해 먹었다. 집에 가보니 형님이 라이브 쇼핑에서 판매하게 된 하림 닭고기가 가득했다. 닭다리 정육은 집에서 자주 해 먹는 간장 닭조림을 했고 어머님은 닭봉으로 도시락에 자주 싸줬던 치킨을 해 주셨다. 어머님이 튀김 옷을 입혀주고 나는 닭봉을 튀기며 귀로 형님 이야기를 듣는다. 최근 만신 포차라는 유튜브 채널 녹화를 하고 오셨는데 (유명 무당들에게 점사를 받는 프로) 어떤 점사를 받았는지 내용들을 가족들에게 말해주신다.
그중 하나는 집안 대대로 과부살이 있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단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 어머님도 아버님이 56살때 세상을 떠나셨고 40대부터 과부의 삶을 사셨다. 무당 이야기를 듣고 어머님이 그러신다. “그래도 너희 아빠랑 20년 넘게 살았으면 꽤 오래 산 거 아니냐?” 옆에서 남편은 그런다. “자기 앞날도 모르는 무당들이 뭘 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
이렇다 저렇다 할 무당들의 이야기를 시댁 식구들은 딱히 놀랍지도 않은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특히 내 남편)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인 질병과 악의 순환들. 폭력을 가진 아비는 아들에게 폭력을 물려주고 바람기를 가진 아비는 아들에게 바람기를 물려준다. 이런 고질적인 순환들이 질리게 반복된다는 게 참 억울하다고 느꼈다. 살인자의 아들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잠재적 살인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같은 피를 가졌단 이유로 같은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니야?
어떤 이는 고질적인 대물림을 끊기 위해 결혼하지 않고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온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온 사람은 불행한 가정을 만든다. 정말 슬프고 거지 같은 순환이다.
대물림을 피하는 방법은 내 삶을 매번 돌아보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거다. 핏줄로 연결된 부모의 삶을 생각하며 분노와 경멸보단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부모지만 난 그와 다르고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간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변명하지 말고 그렇게 살면 된다. 대물림에 대한 내 남편과 나는 생각이 비슷하다.
시댁에서 우리 부부가 대물림을 척결할 거다.
더럽고 악한 것은 물러가라. 오기만 해봐라 내가 꿀밤 먹여서 눈물 쏙 빼게 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