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아 너는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는 것 같아?”
“당연하지.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있어. 친구들이 산타 할아버지랑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다던데?”
“어제 우리 반에 00이가 선물 다 어른들이 주는 거라고 산타 할아버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들 모두 화났어!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있는데, 자꾸 없다고 하잖아”
일곱 살 다원이는 아직까진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를 믿을 때까진 부모는 오롯이 비밀스러운 산타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도 열심히 산타가 되어 줄 예정이다.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다, 초등학교에 가면 서서히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을 텐데 이젠 크리스마스 전날 한껏 기대하는 다원이의 표정과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업 된 모습으로 선물을 뜯으며 “이거! 엄청 가지고 싶었던 거야.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았지?” 하는 모습도 못 볼 테니. :: 으앙 아쉽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맡에 양말을 걸어두었다. 크리스마스 양말이라기엔 너무 초라했던 평소에 자주 신던 양말 한 짝이었다. 그런데도 머리맡에 걸어두며 엄청난 기대를 품었는데 한편으론 “양말이 너무 작은가?” 선물이 들어가기에 너무 작은 것 같아 걱정도 됐다. 그렇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양말에 딱! 맞는 선물을 주시는 똑똑한 분이실 테니 괜찮겠지..
대망의 크리스마스 아침,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자 양말을 살펴봤다. 이미 겉에서만 봐도 양말은 흐물흐물 속 안에 뭐가 있을 수 없는 분위기지만 혹시 모르니 양말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뎅구르르 - 아주 작은 실버 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어젯밤 내가 양말에 넣어 논 작은 종. 그것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난 그날 이후로 산타를 믿지 않았다.
당시에 산타가 없는 것도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내 양말에 작은 무언가라고 넣어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 오백 원짜리 동전이라도 넣어주실 순 없었을까! 사실 큰 선물 아니고 작은 크리스마스 카드였어도 좋았을 텐데.
오늘 남편에게 텅 빈 양말 한 짝 이야기를 해주니
“당신이 텅 빈 양말을 보고 어떤 표정 지었을지 상상이 되네. 아유 안쓰러워라” 내 남편은 아주 사소한 거에도 부인을 너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뭐 그렇다고 나쁘진 않고!
남편의 아이디어로 이번 크리스마스엔 우리 가족 양말 한 짝씩 벽에 걸어 둘 예정이다. 나에게 양말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으면 좋겠냐고 묻는 남편.
나는 어떤 게 들어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근데 작은 양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선물이 뭐가 있지? 반짝반짝 빛나는 거면 더 좋고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