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에 감당할 만한 어려움

2024년 돌아보기

마흔여섯 번째 해에 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되어 내 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해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흔일곱 번째 해는 마흔여섯 번째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 한 해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 날들이 여러 날 있었다. 그 정도는 감당할 만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 뚜벅뚜벅 걸으며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걸어왔던 2024년을 돌아보면서 올해 배웠던 무척 소중했던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첫째, 실패를 직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실패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그저 보내지 않고 그 의미를 날마다 곱씹은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회사를 스무 해나 다니면서 나 스스로의 노력뿐이 아니라 동료와 리더의 지원, 좋은 파트너들, 알 수 없는 행운의 도움으로 많은 지원부서에서 KPI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전방 부서인 영업에 왔을 때 최선을 다해도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넘어서는 폭풍을 산업 자체가 함께 맞닥뜨릴 때는 닿을 듯 닿을 듯 목표에 닿는 것이 녹록지가 않았다. 마흔일곱, 직장인 이십일 년 차, 그럴싸한 상무였지만 회의에서, 월마감할 때 눈물을 삼켜야 했고, 어떤 날은 울었다.


그러나 이런 좌절과 어려움을 맞닥뜨릴만한 감당할만한 리더가 되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독이면서 점점 더 단단해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때때로 마음을 함께 나눌 따뜻한 동료 리더들이 있었고, 압박은 특권이다 (Pressure is a privilege)라고 말해주는 멘토가 내게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월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위한 재원과 마케팅과 서비스 부서의 지원 그리고 현장에서 매일 고객을 만나며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파트너들, 그리고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제품이 얼마나 소중한, 이미 내게 허락된 자원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좌절이라는 계곡의 바닥을 지나 이제는 이 시간이,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할 거라고 보이지 않는 점들이 연결되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삶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깨닫는 성장의 언덕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기나 정치적인 외부 환경은 어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배운 소중한 깨달음으로 조직이 내게 맡겨 준 역할을 내년에는 더 잘해 내볼 용기가 생긴다. 아직도 나를 믿고 지원해 주고 중요한 태스크를 맡겨주는 일터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년에 팀에게 나눠주고 싶은 것은 ‘실패가 아무렇지 않아지지 말고, 안주하지 않으며 실패하는 것이 너무 싫은 그래서 어제 실패해도 오늘은 작은 매일의 승리를 위해 도전하는 마음‘이다. 흑백요리사를 아직 못 봤다. 그러나 그곳에 나와서 구성원들을 승리하는 팀원으로 만들었던 리더 셰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에는 꼭 그런 리더가 되어 보고 싶다. 이런 소망을 가지기 위해서 올해는 꼭 필요한 만큼 견딜 수 있는 만큼만 힘들었나 보다.


너무나 간절히 사업부의 목표 달성을 원했지만, 그리고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서 나는 이제 노력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것들로 인해서 실패하고 좌절하고 눈물짓는 사람들의 마음과 형편을 조금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둘째,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직장생활의 소중한 20+@ 나날들과 배움과 깨달음이 날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이 순간들을 더 온전히 살기 위해서 일과 삶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다.


셋째,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했다. 혼자되신 친정 엄마, 아흔이 넘으신 시어머니, 남편과 중3 아들과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려는 딸아이까지 내게 돌볼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그리고 이렇게 모두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더 온전히 사랑하고 함께 이 유한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몇 해 전에 아이가 아파서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된 어느 날이 있었다. 병원에서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뒤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그날 나는 울어도 괜찮은 상황이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결연하고 다부진 맘이 들었다. ‘세상에 이 아이를 가장 많이 사랑해 주고 기다리며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구나. 그래서 내가 이 아이의 엄마가 되게 해 주셨구나.’ 하고 하나님의 엄마로서의 부르심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이 올해도 찾아왔고 더 자주 찾아와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게 나이 듦이 나쁘지 않은 이유인 것 같다.


2024년은 마흔일곱의 내가 감당할 만한 어려움과 시험이 찾아왔지만 돌아보니 그 시간이 내게 꼭 필요하였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 한 날에도 참혹한 비행기 사고로 많은 사람들의 생과 사가 갈리었다. 2024년 12월 29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삶의 몫을 더욱 성실히 살아가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