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잘 크는 것에 감사하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첫째 아들 견우..
솔직히 말하자면 전 폭력 아빠였습니다.
애기때 부터 뭔가 잘못한다 싶으면 체벌을 당연하듯 했던 거요.
형제 많은 집에서 많이 맞고 자라왔었던 것은 어쩌면 가정의 질서는 이런 것이라는 정의가 있었던 듯합니다.
저는 애기가 우는 게 그렇게 싫었습니다.
어린 저 또한 울면 뚝 그치지 못할 때 더 혼이나 야.. 아니, 더 맞았기 때문에 마음껏 울지 못하고 삼켜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내 자식을 똑같이 대하던 중
초 5 때..
운동삼아 아파트 계단 13층 두 번 다녀오라는 것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던 아들에 대해
화가 폭발을 했었습니다.
나무로 된 긴 구두 주걱으로 엉덩이를 많이도 때렸지요..
아주 나빴던 것은 술...
그때는 취했다고 생각지 않았는데요.
그다음 날 아침 인천대공원 수요 정기러닝을 달리며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것은 그 나무 구둣주걱을 부러트렸습니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솔직히 미웠습니다. 너무도 나를 닮아가며 크는 모습이 아주 미웠습니다.
아이는 집에 돌아온 아빠 보는 표정은 불안 공포였던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미움은 나날이 커졌던 듯합니다.
그 뒤 3년이 지났지만 부러트린 매의 맹세처럼 때리진 않았습니다.
중1, 조금 빠르게 찾아온 사춘기... 사실 처음 맞는 아들의 사춘기 반항에 적잖이 당황은 했지만
잘 넘기고 아주 평온한 아이가 되더군요.
그냥 믿기로 합니다. 공부를 잘하던, 운동을 안 하던.. 게임을 많이 하던...
다 자기가 깨닫기 바라면서요..
요즘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때 아빠를 보던 안 좋던 표정을요..
왜 그때 그랬을까 후회를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걸요.
스스럼없이 이 부족한 아빠를 사랑해 주는 아들을 느낍니다.
많이 큰 게 이유기도 하겠지만 아비보다는 많이 난 놈인데...
아비가 뭘 간섭해서 그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게 안 맞지 합니다.
그래도 때론 애들을 오냐오냐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최근 아들은 수업시간에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다가 걸려서 한 달간 압수를 당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전화를 주시더군요...
아무 화가 나지 않습니다.
퇴근 후 만나서 그래도 한마디 합니다.
"견우야! 수업 중에 그랬다며? 반장이 그러다 걸리니 쪽팔리지? ㅋ"
언젠가부터 이 녀석이 제 자부심이 돼 버린 듯합니다.
혼내기는커녕 같이 웃고 말았어요.
우리 견우 점점 표정이 밝고 맑습니다.
걱정되는 바 없다면 거짓말이지만요.. 이만한 녀석이면 최고지 합니다.
갑작스레 수운몽 형님 네 가족 신청한 영흥 마라톤 대회를 양도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마라톤 가자면 화들짝 하는지라 한번 갈려면 몇 개월 전부터 어르고 달래서 어렵게 함께 하는데요.
갑자기 가자고 했음에도 웬일인지 선선히 가겠다고 합디다.
지도 이렇게 믿어주는 아빠인데...
안 따를 수가 없었겠지요. 하하하
아빠가 변하니 가족이 변하게 됨을 느낍니다.
마라톤은... 우리 가족을 더욱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