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춘천마라톤 대회.
하루 전 가방은 다 꾸려 두고 배번을 넣어 놓지 못한 걸 자는 내내 생각나는데요.
머릿속에 어디 있으니 아침에 잊지 말고 가져가야지 다짐을 했건만...
새벽 그곳에는 배번이 없었습니다.... 멘붕~
다그치듯 찾아 헤매다가 첫 전철을 놓칠 수는 없어서 결국 그냥 출발~
다행히 도착한 안내 부스에서 새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휴~~!!
최근 참가했던 대회 성적표는
10월 1일 강남대회 하프 15KM 기권.
10월 14일 상암 슈퍼블루 10KM 불안한 완주
10월 15일 부천 복사골대회 하프 8.4KM 기권.
풀코스 대회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던 가운데 참여한 대회들은
알 수 없는 오른쪽 무릎의 통증으로 기권의 연속입니다.
풀코스를 앞두고 한 달 전에 꼭 해야 하는 32KM 연습도 없었습니다.
이번 대회도 통증 염려가 있었지만.
안되면 기권하고 그냥 여행 삼아 다녀오자 여기고 있었어요.
당일 공지천변 스타트 지점.
9:15분경 D그룹 후미에서 출발~!!
배동성 씨가 내 단복을 보고 경쾌한 목소리로 외쳐줍니다.
"마라톤 114 출발~"
언제나 그렇듯 처음은 10KM까지 순조롭습니다.
다만 풀코스 거리에 대한 압박으로 조금 더 천천히 달렸을 뿐이고요.
아니나 달리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합니다.
'이거 아무래도 기권을 해야겠다'
12KM부터 걸었는데요. 남은 30KM에 대한 부담은 완주를 생각할 수 없었어요.
15KM 지점에 있는 엠블런스를 보며 여기서 멈출까 했는데
꽉 찬 주로를 뚫고 대회장으로 얼른 데려다 줄지 의문입니다.
에휴 조금 더 좋은 곳에 있을 엠블런스가 나올 때까지 걸어가야겠더군요.
17KM... 걷뛰를 살살하다 보니 조금 속도는 올라갑니다.
'21KM 지점에 있을 우리 동호회 자봉 있는 곳까지만 가보자'
어라? 점점 더 나빠져야 할 무릎 상태가 좋아지는 듯하데요?
6분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프 지점에 있는 자봉을 만날 때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기더군요.
그렇게 절반을 느릿느릿 2시간 15분경에 찍었습니다.
음수대를 만나면 무릎에 물을 끼얹으며 식혀줬고요.
조금만 힘들어도 걸었습니다.
참 많이도 걷는데요. 그러나 역시 춘천은 러닝 인파가 대단합니다.
끝도 없이 앞을 달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내 뒤를 따르는 알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
아! 잘 못 달리는 후미의 경쟁도 사실 엄청 치열한데요.
아주 키 작고 허리 굽은 아저씨한테 밀리고 싶지 않아서 분발을 하게 되고
힘겨워하는 연세 있는 분보다는 나아야지 하며 또 달려봅니다.
한참을 걷다가 카메라를 든 백천 형님 싸인을 본 뒤 잠시 달려봅니다. ㅎㅎ
28km 지점...
앞으로 남은 거리.. 멘탈 싸움 시작입니다.
아침에 글렌 님이 준 아스피린 두 알을 깨물어 먹었던 생각이 나는데 원래의 그 효과보다 큰 믿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무릎이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
차근차근 줄어드는 거리량..
새록새록 올라오는 배고픔..
점심을 넘어가는 시간이니..
중간에 나눠주는 초코파이, 바나나 허겁지겁 먹어도 어떤 갈망은 꺾이지 않는데요.
골인하면 준비해있다는 편육과 막걸리....
그냥 배고파요. 당장 밥 먹고 싶을 만큼...
40km 지점에서 대회 스텝 사진사에 걷는 모습이 딱 잡혔군요.
사진은 맘에 듭니다만..ㅋ
지난해 춘천 대회 4:05분에서 많이 늦었습니다만
완주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 챙겨갑니다.
대회 후 3일 지나니 대회 후유증도 다 사라졌고요.
무릎은요?..
웬걸 오히려 나아졌음을 느껴요.
춘천의 건강한 기운을 받아왔나 봐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