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창한오후 Dec 05. 2018

내가 마라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6인 릴레이, 구간마라톤 후기

아름다운 날. 

날씨를 걱정했지만 그런 날이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알 수 없이 인생이 확 비틀어지는데

내가 2012년 마라톤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과감한 복장으로 여의도 한 복판을 뛰 달릴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릴레이 달리기 팀명 트러블메이커.... 트러블??? 

팀이 결성되고 톡방이 만들어지면서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은 

내 안에 어떤 것과 부딪치는 트러블이 생기더군요. 


죄수복까지야 그런다고 치겠지만..... 

치마를 입으라니... 

치마라니..... 


정말 너무 싫고, 더구나 그런 복장으로 일반 시민들이 있는 여의도를 달린다는 생각은

대회 당일까지 트러블에 연속입니다. 


전날.... 초저녁 잠.... 

눈이 열리고 더듬어 찾은 폰 시계는 밤 10시 반...

그때부터 새벽 3시 반까지 다섯 시간 잠을 설치다 일찍 여의나루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팀 결성되고 처음으로 완전체가 됩니다. 

죄수복, 수염, 치마,, 사슬,, 수갑이 채워지며

트러블이 해소되듯 점점 빠져들어갑니다. 




 


포그류형, 소온, 러너 홀릭, 그리고 예쁜 두 동생 보라와 채찍 왕은

내가 어쩌다 이렇게 좋은 팀에 합류했는지 그리고 또 오늘은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어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네요. 


계속해서 나타나는 다른 팀들 보는데... 각양각색이란 말도 부족합니다. 

너무도 대단한 끼를 그동안 어찌 숨기고 살아왔단 말인가요! ㅎㅎ

이제는 내년엔 또 어떤 구간을 만들어야 할지 걱정이 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11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마라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새로운 도전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진 못했을 겁니다. 


트러블메이커는 내 안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가두고 

'나는 이런 존재야' 하는 고정관념일 텐데

변화를 갈망하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걸 알았습니다. 

달리기는 용기를 주는 그런 것인가 봅니다. 

전 오늘 그토록 거부하고 싶던 치마를 입은 게 아니고

변화와 잠재적 끼를 발산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날로 기억될 듯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덟 번째 풀코스 완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