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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Jun 21. 2016

강희대제 재독 독후감.

중국역사 특히 청나라 역사가 재밌습니다.


이월하 대하역사 소설 강희대제(12권)을 재독 했다. (20일 소요)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책은 가까이 못하고 있었다.

간혹 베스트셀러가 눈에 들어오면 몇 권을 구입했었지만 한 권 읽는데 두 달이 걸릴 지경이니 말 다했지.

웹에 일기처럼 잘도 쓰던 글인데 꽤 오랫동안 주제하나 못 잡고 있는 생각에 스스로 답답했다.

모처럼 도서관에 기웃대던 나는 6년 전 읽었던 '제왕 삼부곡' 즉, 강희대제부터 아들 옹정황제(10권), 건륭황제(18권) 총 40권이 눈에 들어온다.

'맞아 내가 이 장편을 2010년, 직장 생활하며 4개월에 독파했지?'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된 어린 견우는 학교에서 "우리 아빠는 책을 좋아해요"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왔다.

어쩌면 모범이 되는 아빠구나 하는 뿌듯했었다.




작가 이월화는 강희대제 서문에서 글을 휘 갈기듯 써내려 갔다고 고백하고 있다.

난 이 말이 매우 인상적 이였다.

책을 읽는 내내 아주 구체적인 강희제의 심리묘사는 그 인물에 작가가 흠뻑 빠져 휘갈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그렇게 등장인물 모두 개성이 살아 숨 쉰다.


삼국지가 으뜸 고전이라면 이 책은 중국의 최고위직이 탐독하는 신고전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시황제 이후 황제는 중국의 절대 권력자다.

단 한 명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묵직한 자리에 강희대제는 불과 8세에 즉위했다.


청태조 누루하치부터, 태종 홍타이지, 아버지 순치제에 이어 강희는 제 4대 황제.

조상들은 백두산 근처 부족으로 조선은 그들을 오랑캐라 불렀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 이웃으로 살아왔다.

함경도 사람은 만주어를 유심히 들으면 들린다는 말도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지원군 파병을 제안해 왔지만 선조는 흉악한 오랑캐를 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파병을 거절한다.


누루하치의 아들 태종 홍타이지는 조선을 두 번을 침략했다.

조선을 높혀왔던 그동안의 관계가 깨진건 정묘호란이다. 조선은 이때 동생이 되는 형제관계가 되었다.


병자호란으로 신하가 된다.

전쟁발발 원인중 하나는 인조의 친명배금 정책이다.

홍타이지가 친정을 한 전쟁으로 불과 10일 만에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포위된 남한산성은 40여일 만에 항복했고 삼전도의 치욕이란 단어를 남긴다.

삼전도의 치욕이란!

지금의 송파구 삼전동에서 조선왕 인조는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궤구고를 했고 삼전도비를 세워 청나라 속국임을 밝힌것을 말한다.


패전국으로 전락한 조선.

인질로 잡혀간 소현세자를 홍타이지는 극진한 대접을 했다.  

조선의 왕이 될 소현세자에게 만리장성을 넘어가는 자신의 부대를 일부러 보여주었는데 이는 마음도 무릎꿇게 하려는 것이였다.


헷갈릴까 봐 이야기하면 여진족의 최초 '금'을 세운 사람은 아골타(건국 1115년)이다.

후에 같은 지역에서 500년뒤 발원한 누루하치(건국 1616년)는 '후금'으로 정통성을 세웠고,

나중에는 이를 청이 됐다.


여진이란 이름은 한족에서 부를때 비하의 뜻도 있기에 스스로를 만주족이라 개명한다.


즉 여진족 = 만주족

아골타의 금(건국 1115년)  ===> 누루하치의 후금(건국1616년) => 홍타이지 청으로 개명


3대 황제 순치제에 이르러 어느 정도 안정화가 이뤄졌지만 명의 잔존세력이 많았다.

야사에 따르면 순치제는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너무도 상심을 한다.

수많은 학살을 했던 인간적 후회가 겹쳐서 황제는 오대산으로 출가한다.

24세의 젊은 황제가 갑자기 죽었다고 하니까 믿지 못해서 나온 말인지 정말인지 알 수는 없다.  


아버지 순치제의 유언에 따라 8세에 등극한 '애신각라 현엽' 강희제.

성장할 때까지 4명의 보정대신들이 권력을 나눠서 나라를 운영한다.

이중 '오배'는 세력이 제일 강했는데, 14세가 된  강희는 친정을 시작했지만 오배는 병권을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용상까지 올라와 황제의 목숨을 위협할 지경이 된다.

힘이 없어 모른 척 하던 강희는 드디어 치밀한 작전을 세워 오배를 유인한뒤 생포한다.





고등학교 시절 신필이라 일컬어지는 작가 김용의 영웅문을 사랑했다.  

소위 말하는 무협지. 이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이 분의 마지막 대하역사소설 '녹정기'에서 만난 소년황제 강희를 나는 너무 좋아했다.

영웅문(전 18권) 녹정기(전 12권)을 평생 열번 이상씩 탐독했고,

녹정기는 양장본으로 전 12권을 지금 소장할 정도로 사랑한다..





어느 날 케이블 방송에서 중국 사극을 하는데 제목이 '강희대제'였다..

드라마가 너무 길어 다 볼 수 없었는데

책으로 다시 만난 건 2010년 시흥 도서관이었다.

자석에 철조각처럼 빨려 들어간 거지.


강희제는 대단히 매력적인 황제다.

똑똑하며 현명한 군주였고 자상한 할아버지와 같은 멘토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만주어, 한어, 몽고어, 라틴어까지 포함하는 7개 언어를 구사했다.

또한 시, 의, 천문, 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서양인 수학 선생님은 본국 학생들도 6개월 진도를 단 1달 만에 강희가 이해했다며 밑천이 드러날까 가르치기 무섭다고 했다.  

업적으로는 대만 수복, 티벳 정벌, 위구르 정벌, 러시아와 국경선 정리... ...

특히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은 황하의 치수사업을 완료했다는 것.

황하는 길들여지지 않는 미친 강으로 매년 범람하며 엄청난 피해를 낸다.

치수가 불가능하다고 역대 정부가 포기한 흙탕물을 다스린 것이다.   




재위만 61년을 한 황제..

우리나라로 치면 영조대왕과 비교할만하다.  


그는 선제들이 이룩한 강토를 번영케 하는데 일평생 매진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황제였지만 그도 고민이 있었다.

충성을 맹세하는 수 없는 신하들 속에서 진심과 거짓을 가려내어야 했다.

황제는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여주십시오. 신에게 죄를 물어주십시오" 하는 것들만 만나다 보면 골치가 아프다고..


태어나자 마자 황태자로 지명된 둘째 아들 윤잉에 대한 사랑은 지대했으나 기대에 못 미쳐 두 번이나 폐위를 한다.

24명의 아들은 후계 자리를 목표로 파벌로 갈라져 있었는데

본인이 눈을 감는 날 골육상쟁이 벌어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하늘이시여 어찌 제게 저런 개 같은 자식을 주셨단 말입니까!' 라며 탄식을 한다.




마오쩌둥이 마지막 황제 '애신각라 부의'를 자금성에서 쫓아내며 중화인민 공화국을 세웠다.

한족들은 마오를 명태조 주원장에 비교하며 새로운 한족 황제라 여겼다는 말도 있다.

한족 정부는 만주족 역사를 멸시했다. 많은 만주족은 청이 망하자 집단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청에 대해 최근까지도 연구 논문이 별로 없을 정도였는데 만주족 정부의 역사를 깡그리 부인하자니 문제가 생긴다.

만주족이 발원한 요동은 동이족의 영토가 되고, 강희 옹정이 정벌한 신장 위구르와 티벳의 영토 영유권 명분이 떨어진다.

요새 동북공정이니 서북공정은 강희제가 이룩한 영토를 계승하기 위한 목적이다.


강희대제.

그의 조상들은 말위에서 국가를 건국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는 것.

강희제가 수성과 치세에 성공하며 제국은 반석위에 올려두고 아들 옹정제와 손자 건륭제까지 이어지는 청나라 최전성기의 문을 활짝 열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 시대를 일컬어 강건성세라 한다.


청나라는 전 세계 경쟁자가 없는 우뚝 솟은 G1.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황제가 된듯한 착각이 들었으며, 위기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는데

6년 전 읽을 때 보이지 않았던 내용을 볼 수 있어서 더 풍부한 역사공부도 됐다.





이제 옹정제(전 10권) 시작합니다.



* 대하역사소설 12권의 독후감을 마무리하면서..

황제와 다양한 인물들이 생생히 펼치는 암투, 권력욕, 자금성 관리들의 뒷골목까지 보며 느낀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옮기지 못했다.

아니 다 옮길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난 지금 살기가 힘겹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다 부질없는 것을 느낀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서 바라본 속세의 고민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만일 지금 살아가는데 힘이 든다면 일 독을 권합니다.






* 좋은 명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 대목을 사진으로 전해드립니다.  


이 세상에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당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권한이 없다.





장자가 그랬어! 재주 많은 사람 일복이 많고, 머리 좋은 사람 우울한 일이 많다고 말이야...





나무는 옮겨 심으면 죽지만 사람은 움직여야 살 수 있는 거야.

(2010년에 밑줄 긋고 이름을 써놓았군.. 내 책도 아닌데 너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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