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그다지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했던 구강상태... 아니 내 이빨.
물론 지금이야 치간솔로 사이까지 열심히 닦아대지만
여태껏 크게 아파본 적 없는건 지금 생각해보면 참 건치를 타고난 건 맞는 거 같다.
이십 대 후반경 처음 치통이란 걸 알았다. 잠을 잘 수가 있어야 말이지.
괴로운 밤. 며칠을 보냈는지 모르겠는데 찾아간 치과에서 사랑니라는 아름다운 진단을 받았다.
이게 이름과 다르게... 아니지 이름값 하느라.. 여하튼 그렇게 아픈 녀석치곤 원인이 뜬금없다.
마취 후 뽑아내니 아주 시원했어..
앓던 이를 뽑았다는 옛말.. 그래 옛말이 그냥 생긴 게 하나도 없단는걸 크게 알았다.
그렇게 몇 년에 걸쳐 세 개를 뽑았는데 아직 남은 하나가 어찌 계신지 갑자기 궁금하네?
매년 스케일링하던 병원에서는 치아가 세 개를 치료하라며 돈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견적을 받아오곤 했는데
뭐 당장 사는데 불편함 없고, 뉘 집 개이름도 아닌 그런 고액을 지를 만큼 넉넉한 것도 아니라..
그냥 덤덤히 넘겨왔던 거지.
언젠가부터 아랫 끝 어금니가 많이 시리다..
찬물이 들어오면 못생긴 얼굴 슬랩스틱 코미디 하듯 찡그리며 한참을 동작 그만.
8개월 전 이사 온 사무실은 같은 층 옆이 치과인데 부재중 택배라도 오면 받아줘서
이참에 상태나 보자는 심정으로 들어갔다.
바람을 불어 시린 이를 체크하고, X-ray..
그냥 바로 신경치료 들어간다..
'어어 이거 뭐야....' (하지만 앗 소리도 못하고.. 쩝)
나중에 알아보니 통증을 느끼는 치아 밑 신경을 죽이는 방식이고 신경치료를 하면 뭔가로 씌워야 한단다.
보기보다 깊게 썩었단다.
첫날 치료받으니..
그냥 사는데 지장 없이 시리기만 한 걸 건드려서 많이 아프게 된거같아 짜증도 나고...
그날 밤부터 며칠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첫날만 마취를 했고, 나머지는 그냥 치료받았다... 치료는 받을 만은 하더라고.
드릴로 지지고 뚫는데 난 볼 수 없어서 모르겠고, 목구멍을 막고 코로 숨쉬기만도 바쁘다.
치료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짧을 때도 있고 더 길 때고 있던 거 같고..
이빨 가운데 구멍 뚫고 약물 집어넣고 도로공사 중 임시로 복구하듯이 뭔가로 막아는 줍디다.
삼사일 간격으로 3번 더 그러고 나니 입안에 뭔가 넣고 물컹한걸 하나 물게 하는데..
이게 실리콘이구나... 그렇게 본을 떴다.
싼 걸로 씌울까 하다가.. 그래도 좋다는데 7만 원 더 주고 금으로 결정...
만 43년을 써온 몸.
잔고장 시작될 나이는 맞는데 거기다 부실한 관리로 방치했으니..
이제 부터 돈 들어가야 할 구멍이 여기저기 뚫리는게 아닐까 하는데
반성해야겠지.
몸에 해로운 짓을 좀 줄이고,..
몸이 기뻐할 습관을 하나하나 늘려야겠는데...
이젠 이빨 하난 더 열심히 닦아댈 거 같아.
이빨 하나 아프니까 돈은 돈대로 깨지고, 밥은 밥대로 맛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