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창한오후 Aug 24. 2016

무좀약 로션이라니..  

군 시절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20년 전 군생활을 했었는데요. 같은 부대에는 동기가 딱 한 명 있었습니다. 
그 동기는 구릿빛 피부,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별명이 아놀드 였습니다.

보직은 전투병이지만 매일 햇볕 아래서 일을 하는 작업병이었습니다.
저는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행정병이었고요.  
하나뿐인 동기지만 묘하게 가깝진 않았습니다.  


힘까지 쎈 이 친구는 고생은 자신이 더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제대를 2주 빠르게 하는 것을 매우 기분 나빠하며 은연중에 괴롭힘이 있었습니다.  

뭐 그렇다 해도 자주 만나는 게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었어요.




더운 날에는 전투화가 땀에 젖은 채 생활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전에는 없었던 질병들이 생기는데요.

군 생활 훈장처럼 얻은 무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졌습니다.  

견디다 못해 의무대 친한 선임에게 보급용 무좀약을 얻으러 갔습니다.. 


의무대 이 병장님은

"김 병장 군용으로 나오는 무좀약은 효능이 떨어지는데, 내가 휴가에서 사 온 사제를 나눠 줄게!

그건 정말 효과가 좋아서.. 피부가 한 꺼풀 싹 벗겨지긴 하는데 무좀에는 직빵이야.
당장 소분할 병이 없으니까 내가 쓰던 로션 병 마저 쓰고 담아줄게"


참 고마운 이 병장님이십니다.




까맣게 잊고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세면장에서 씻고 있던 중 의무대 이 병장님을 만났습니다.  

"김 병장! 그전에 부탁한 거 여기다 놔두고 간다"
"네? 아아 네 감사합니다.^^"



예쁜 화장품병에 액체형 무좀약을 담와 왔더군요. 옆에 두고 가셨습니다.

아시죠? 이  제품... 성능은 이미 검증에 검증이 끝난 아주 지독한 녀석이죠.



비누로 짧은 머리를 감으며 세수를 동시에 하는데

마침 저보다 먼저 씻은 동기 아놀드 박 병장은 수건으로 얼굴 물기를 닦다가 문제의 그걸 발견했습니다.  


"오오! 이거 뭐야?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사진은 참조용 ㅋ>


저는 얼굴과 머리에 비누가 묻은 채 다급하게
"야야 그거 쓰지 마"

"넌 동기가 조금 쓰는 게 그리도 아깝냐?
"아냐 그게 아니고.."

순간 무좀약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안돼 안돼 그건 쓰면 안 되는 거라고~"
"너~무하네... 동기끼리 나눠쓰자~"
"안돼. 정말 쓰면 안 돼"


비눗물에 눈이 매워서 감은채 손을 휘휘 저어 뺏으려 하는데.. 이 녀석.
갑자기 들고 도망갑니다. 

다급히 쫒아갔어요.
"정훈아(가명) 그거 쓰면 정말 안돼~~~~~!!!!!"

그걸 뛰어가며 끝내 얼굴에 바르는 모습을 실눈으로 봤습니다.

손에 듬뿍도 쏟았는지 CF 모델처럼 얼굴에 촥촥~

무좀약이 사방으로 퍼지며 골고루도 바릅디다.


"으악."


그렇습니다.
이 친구 얼굴 제대로 한 꺼풀 벗겨진... 박피가 됐습니다. ㅋ


그러게 내가 바르지 마라니까..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아니어도 그런 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