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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Sep 19. 2016

혼자 달리며 떠오르는 잡념들..

일요일 아침.

더듬 듯 폰을 찾아본 시간 5시 50분. 
우리 동호회 여의도 훈련에를 갈까?
만사가 귀찮다. 
조금 더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온갖 생각이 들어 못 이기고 일어났다. 

철봉과 평행봉을 할까 싶어 차를 끌고 비둘기 공원엘 가는데 뭐에 이끌리듯 인천대공원으로 유턴을 하고 말았지.

그다지 길게 달리고 싶진 않았고, 몸만 풀고 오지하며 마음을 가볍게 정했어.

공수부대 정문으로 차를 진입한 시간은 6시 45분경.
대회를 방불케 하는 수많은 달리미가 나타났다. 그 에너지를 헤치며 차로 지나는데.. 
알 수 없는 경쟁심리가 피어난다. 아무래도 계획보다는 무리할 거 같은 뭐 그런..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움직였지만 다 풀리지 못한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빨라졌나 싶어 시계를 보니 페이스는 540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러면 오래 못 달리지 싶은' 생각을 했지만 나가는 몸을 말릴 수가 없다.
'그래 오늘은 거리가 얼마가 됐던 총 2시간만 달리자' 

대공원 동문 주차장을 출발, 대공원 정문을 돌고, 남문으로 나가서 공수부대 약수터에 도착하니 6.5km. 
머리에 계산이 빨리 된다. 

'3 바퀴 20km' 계획 수정.

약수 한 바가지 마시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달려 나갔다. 
올 때 지루하였던 오르막은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만났다.
속도를 올려서 4분 초반대로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어야지?




20대 때 강촌으로 수련회를 가서 나무보트 노를 처음 저은 적 있다. 
웬일인지 내가 노 질을 너무 잘하는 거야! 


배가 쭈욱 쭉 나가길래 그렇게 5분 탔나?
알고 보니 멀리 댐을 방류해서 물이 잘 흘렀던 것이다.
거꾸로 돌아올 때는 한 시간을 넘게 노질을 해도 못 올라오다가 힘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다.  
결국 모터보트에 견인당하고 말았어. 


달리기도 마찬가지로 오르막을 만나면 무척 힘이 든다.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길이 그냥 그런 것이다. 
반대로 내리막을 만나 잘 달렸어도 내가 잘해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삶을 살다 보면 항상 업다운이 반복하는데.. 
잘 된다고 해서 다 내가 잘한 게 아니고, 못된다고 해서 다 내 잘못이 아니다.
자책할 필요가 없이 그냥 그때그때 이유가 다른 것일 뿐. 






2회전을 돌아서 내 차가 있는 주차장이 가까워질 때가 13km였다. 
처음 계획으로는 한 바퀴가 남았지만 이제는 그만 끝내고 싶은 유혹이 강렬하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지나쳐 가본다. 걷더라도 20km 채워보지 뭐.

약수터에서 두 번째 급수를 마친 뒤 공수부대 정문을 뒤로한 채 달려 나갔다. 
이미 달림을 끝낸 수많은 동호회들이 보인다. 
이제야 가을 같은 기온이 된 듯 서늘하니 그런대로 뛸만하다. 
'만일 이렇게 좋은 날씨에 달리지 않았다면 아마 죄가 되었을 거야.'


결국 세 번째 달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는데 20km로 마무리하기엔 조금 아쉽다. 
하프? 그래 하프로 완성을 하자.. 21.1km

그렇게 개운하게 골인.~ ㅎㅎㅎ 
2시간 2분... 

(2주 전 철원 대회 2시간 7분에 비해 5분 단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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