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시흥갯골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굳어진 몸을 스트레칭으로 대충 풀고 달리기를 시작해 본다.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고 기온은 긴바지가 생각나게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비포장 길.
차 한 대 지나갈듯한 넓이 양옆에는 허리춤까지 자란 풀들이 가을을 담은 체 흔들린다.
이마에 땀 한 방울 흘러내릴즘 GPS 시계가 가리키는 속도는 5분20초/km.
아주 느리다 싶어 6분이 넘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속도가 잘 나온다.
어제 달렸던 11km 코스를 염두해 두며 대략 3km 지점쯤 지나서 숨이 차분해졌다.
러닝은 같은 코스를 달려도 항상 같지 않았다.
이미 어제가 아니였기에 시간이 달랐고, 날씨가 달랐고, 내 컨디션이 같지 않았다.
바람이 분다.
등 밀어주는 바람일 때는 그걸 도움으로 알지 못했다.
이리저리 방향을 꺾다가 바람을 안고 달리면 불편함은 잘 느껴진다.
계절은 이마에 땀이 줄어서 눈을 괴롭히지 않았다.
평평한 길.. 행인이 거의 없는 이 길.
천천히 달리고 싶었는데 잘 달려진 그것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었다.
지난주 바람 한 점 없는 더위가 지독 할때 짧은거리도 매우 힘들었는데
그것도 내 문제로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러너스하이를 만나적 있다.
매우 지쳐야 맞는 거리를 달렸는데 힘들지 않았다.
히어로 영화속 주인공처럼 끝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을것 같았다.
호흡이 찰지게 맛있고,
발걸음의 박자가 딱딱 맞았고,
머릿속에 그려진 내 자세조차 멋지다.
그건 미리 예측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왔었고
예쁜 아가씨가 스쳐 지나가며 향기를 남기듯 후각적 기억으로 남았다.
가을은 하와이 장면을 보다가 채널을 돌린것같이 바뀌었다.
다소 황량한 오늘의 날씨는 낯설지만
러닝의 계절이 성큼 다가온걸 온몸으로 맞아들였다.
잘 달리고 못달리고는 다 내 몸에 들어있다.
바람과 시원한 날씨는 제철 과일처럼 상큼한 맛을 선사한다.
세상 끝이 어딘지 나는 알 수 없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다 지치면 걸으면 되고,
걷다가 힘이 나면 다시 달리면 된다.
멈추는 곳.
내 인생 멈추는 곳은 어떤 풍경일지 알수 없다.
오늘의 골인지점은 다시 돌아온 내 차 앞에서 멈춘다.
이제 집으로 가면 편안한 휴식이 있다.
매일 사는 게 같은 주로를 달리는듯 해도
내일 만날 길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