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의 죽음과 첫 손의 탄생
갑작스러운 소식에 강원도 화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간밤에 서리가 내린 내리막 길에서
큰형은 1톤 트럭이 미끄러져 하천으로 추락 전복된 사고를 당했다.
개천 건너 연병장에서는 새 대대장 취임식을 하고 있었다는데
목격한 군인들이 바로 달려와 응급조치를 할 때 이미 절명하신 듯하다.
낯선 곳, 낯선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어찌할 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례식장과 협의하며 일 처리해 나간다.
사람이 오는 것도 이유 없듯이 가는 것도 그런 것인가!
어릴 때부터 일만 하고 살아온 거친 삶의 오십칠 년인데 너무 간단히 떠나는구나.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깊게 와 닿는다.
상주와 함께 조문객을 맞아 절을 한다.
그들이 볼 때 나는 원래 이곳에 있던 사람일 것이다.
나도 조문 갔던 장례식에서 봤던 상주를 그렇게 봤던 기억이 난다.
출산 일주일 남은 만삭의 조카며느리도 제 할 도리를 하려고 하지만
보기에 위태스럽기만 하다.
뭐가 이리 급했는지 애기를 좋아해서 끔찍이 이뻐했을 제 손주인데 못 보고 갔다.
큰 형과는 그동안 살아오며 생긴 앙금에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서른 넘은 조카 새끼 꺽꺽 울음 먹는 소리에 결국 한두 방울 떨구고 말았다.
어느 정도 평소 감정은 죽음 앞에 녹아지는 걸 느낀다.
매우 느린 삼일은 지나고, 화장, 봉안, 삼우제..
사람 가듯 시간도 간다.
뱃속 애기는 제 할아비 가고 엿새만에 건강히 태어났다.
장손인 내 조카도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보름 만에 태어났는데
할아비 복 없는 유전을 똑같이 대물림한 사실이 무섭다.
삼우제 끝낸 이튿날 신생아실.
새롭게 태어남을 기쁨으로 맞이하는데
축복받으며 온 녀석을 온 식구가 돌아가며 바라본다.
그 전
한 사람이 일평생 만들어 놓은 한 시대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장례식
본인이 만든 각자의 애증은 이 참에 화장장에 끌고 들어가 다 태워지는 듯하다.
태어남과 살아감과 죽음...
따지고 보면 슬플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을 것인데
뭐에 그리 집착하고 살아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