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책을 만들면서 나도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기록을 남겼었다. 가끔씩 출판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인사를 받을 때도 있어서 흐뭇했는데,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고민이 많았다. 일단 칼럼 형식으로 연재를 하다가 묶어서 책을 만들자는 제의였는데 연재는 시작했지만 뭔가 책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회성 경험담을 기초로 하고 있기도 하고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존재했기에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콘텐츠가 있어도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여러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여러 번 책표지를 낙서해보면서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아직 출판되지 않은 책에 대해 상상해 보아야 했다.
정말 내가 봐도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친' 것 같아서 북치고 장구치는 장면을 넣었다. 나는 왜이리 허접미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 전자책으로 제작을 한다기에 이런 저런 카피도 넣어보고 했지만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메 많이 맴돌았던 것 같다. 저자가 꼭 권위 있는 사람이어야만 된다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이런 책을 쓸 적임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조금 방향을 바꿔서 출판 탐험기 같은 컨셉으로 잡아봤다. 이걸 그리고서도 제목과 그림을 어찌 배치할지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쓰이지도 않은 책표지지만 그냥 만들어보는 과정이 재밌다. 그냥 사각형 틀 안에 글자와 그림을 배치하는 것인데, 새삼 디자인이 어렵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닫고 만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되돌아 보다가 <구석탱이 출판 탐험기>라는 제목을 떠올리는데... 씁쓸한 책덕의 표정이 포인트임. 무척 허접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
얼마 전에 심심할 때 다시 만들어본 책표지. "가라~" 하고 있는 저 허접한 생물체가 마음에 든다. '이것도 출판이라고? 이게?!'라는 느낌도 있고 '이것도 출판이라고!!'라고 대답하는 느낌도 있고 뭐 그런 중의적인 느낌적인 느낌이다.
만들면 만들수록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지면서, 동시에 멀어진다. 별 시답잖은 내용을 책이라고 써서 종이 낭비하는 데 일조하고 싶진 않다. 내가 읽으면서 재밌어야 할텐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사실 그냥 대충 쓰고 싶지만 낙서를 하면 '나의 진심'이 드러나버려서 대충 할 수가 없네.
뭐, 언젠간 만들어지겠지. 만들어지지 않을 책표지, 더 그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