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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Jul 13. 2015

책방에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

없는 이유를 만들어 드립니다

10% 할인도 되고 무료 배송까지 되는 데다가 없는 책이 거의 없는 인터넷 서점을 놔두고 아담한 규모의 책방에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 뭐,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음원으로 듣는 것과 라이브 공연으로 듣는 것이 다르듯이, 여행책을 읽는 것과 직접 여행을 떠나는 것이 다르듯이 둘 사이에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결과는 똑같은 책이겠지만 굳이 밖으로 나가  낯선 공간으로 걸어간 후 그 공간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과 말을 섞으며 인생의 한켠을 채운다.


장소: 대전 도어북스

모든 작은 책방에 『미란다처럼』이 진열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책방들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책방에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를 지어내 보았다.


1.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필요한 책만 검색해 구매하다 보니 우연히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점차 잊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른 사람의 책 추천이나 리뷰를 읽으며 새로운 책에 대해 알 수 있지만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누구의 개입도 없이 책 그 자체와 첫만남을 시작할 수 있는 경험은 오로지 책방에서만 할 수 있다.


장소 : 망원동 책방 만일


2. 독특한 매력의 서점 주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서점 주인의 시야 안에서 책방을 구경하는 것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용기를 내서 책을 하나 집어 들고 서점 주인에게 질문을 던지자. (매우 높은 확률로 서점 주인은 심심해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서점 주인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고 자신을 닮은 공간을 채운 책들에 대해서 기꺼이 수다를 떨며 즐거워 했다.


장소: 슬기로운 낙타 ⓒ방낙타

3. 책을 만지며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존 서점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실험적인 독립출판물들을 맛볼 수 있다. 가끔은 너무 어설퍼 보여서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직접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출판물을 만드는 과정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아이디어로만 머물던 자신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실체로 만들어내고 책방이라는 공간에 팔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책방에 놓인 한 권, 한 권의 책이 겪었을 그 광경을 떠올리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 일단멈춤


4.만약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다면 직접 만들어서 팔아볼 수 있다. 정말 쉬운지는 해봐야 아니까. 능력껏 책을 만들었다면 책방을 들락날락하며 눈도장 찍었던 서점 주인에게 책을 맡겨보자. (책방 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서운해 말기.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지, 뭐.)

장소: 퇴근길 책한잔

5. 인터넷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미란다 에코백처럼! (그렇다. 이 글을 쓴 이유는 100%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뭐, 인터넷 서점에서 10% 할인도 받고 예쁜 이벤트 굿즈도 받고 싶다면 굳이 뜯어 말리고 싶진 않다. 어차피 알라딘으로 팔리나 책방에서 팔리나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똑같은 걸. 하지만 알라딘 굿즈만큼 정성스럽게(?) 준비한 KEEP CALM and WATCH MIRANDA 에코백은 오직 책방에서만 받을 수 있다.


딱 100개만 만든 에코백이니 나름 한정판이다. 나중 되면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프리미엄 빽(!)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책방에서 책을 사고 에코백을 받자. (아니면 에코백을 사고 책을 받든가?)

장소: 북앤일러스트

현재까지 『미란다처럼』을 팔아주는 (고마운) 책방은 다음과 같다.


서울 : 일단멈춤, 퇴근길 책한잔, 북앤일러스트, 책방 오후다섯시

대전 : 도어북스

대구 : 슬기로운낙타

강릉 : 물고기이발관

속초 : 동아서점

포항 : 달팽이북스앤티


2014년 도서정가제 이후 서점에서는 정가의 15% 내에서만 금전적 할인+경품+마일리지 등을 지급할 수 있다. (그래서 책 사면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주든가 추첨 방식으로 주든가 뭐 그런 방식으로 경품을 주는 듯하다.)


아, 왜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을 해주는데 책방에서는 할인을 안해주냐고? 그것은 출판사에서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가격을 달리하여 팔기 때문이다. 대부분 온라인 서점에는 정가의 60~65%에 책을 팔고 오프라인 서점에는 정가의 70%~75%에 책을 판다. 쉽게 말해 온라인 서점에 더 싸게 준다는 뜻.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제도 빨리 해주고 더 많이 팔리니까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


책덕은 대형서점에도 65% 오프라인 서점에도 65% 공급률을 기본을 잡았다. 물론 대형서점이 더 많이 팔아주지만 그렇다고 공급률에 차등을 주면 도서정가제를 하는 의미가 없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면 당연히 책 팔아줄 곳도 없어지는데 5%라도 동네 서점에 이익을 나눌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봤다.


공급률 이야기나 에코백 이야기를 하면 몇몇 출판사 사장님들은 약간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럼 나는 그냥 "마음대로 하려고 시작했으니까 마음대로 해보려구요." 라는 대답만 남기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속으로는 '뭐? 그렇게 이상한 건가? 젠장 이래 놓고 금방 망하면 내 그럴 줄 알았어 눈빛을 받겠구만'하고 생각하며 후들후들 떨고 있었지만.)


다시 원래 글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여러분, 이번 주말엔 동네 책방 나들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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