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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Jun 09. 2022

우리집 부엌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다고?

아워플레이스에서 부엌을 빌려주니 생긴 일

우리집은 아주 작고 낡은 빌라다. 얼마나 낡았냐면 지난 겨울 정전이 돼서 수리기사님이 교체해준 누전차단기가 30  부품이었다. (버틸 때까지 버티다 전사 누전차단기를 위해 묵념.)


수고하셨습니다, 누전차단기 님


10평 남짓 아담한 집 안에서 나는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일도 한다. 이 작고 낡은 빌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처음 집을 봤을 때부터 결정적 한방이 되어준 것은 바로 부엌이다. 상부장이 없어서 큰 창으로 빛이 촥 들어오는 풍경이 보기가 참 좋았다. 그릇이나 집기가 많지 않아서 수납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이 집에 살게 되었다.


처음 집을 발견했을 때의 부엌 모습


3년 전쯤 나는 N잡과 부업의 미로를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뭔가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한 일이 없을까? 에어비앤비 같은 공간 공유 서비스도 괜찮아 보였지만 집이 너무 작은 데다가 거주 중이라 숙박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게다가 에어비앤비에 대해 알아보던 중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어느 날, '아워플레이스'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위해 생활감이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직접 촬영 공간을 등록할 수도 있었다. 들어가보니 정말 다양한 공간들이 등록되어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집부터 깔끔한 아파트, 소주병이 굴러다닐 것 같은 자취방까지. 인테리어가 훌륭한 공간도 있었지만 정말 생활감이 느껴지는 공간도 꽤 있었다.

아워플레이스 https://hourplace.co.kr/


'이거라면...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부엌은 나름대로 사진빨이 꽤 잘 받는 곳이니까 스냅 촬영을 하는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진을 찍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자신감에 근거가 되어준 것은 얼마 전에 오늘의집에 실린 '온라인 집들이' 덕분이었다.


오늘의집 집들이에 실린 우리집


오늘의집 집들이 코너를 볼 때마다 크고 아름답고 깨끗한(!) 집들이 대부분이라 잔뜩 주눅들어 있었는데, 우리집 온라인 집들이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나만 좋다고 생각했던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세상에는 내 생각보다 많다. 그래, 그럼 해보자!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반을 달고 조금씩 물건이 증식하고 있다


당장 아워플레이스에 내 플레이스를 등록했다. 집에서 일을 해야 하니 부엌만 대여하기로 했다. 고양이가 있다고 주의사항도 적어놔야지. 장소를 등록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공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부분인데, 다행히 오늘의집에 올리느라 대대청소를 한 후에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런 대대대청소는 2~3년에 한 번만...)



등록하고 얼마 안 있어서 스냅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는 요청부터 유튜브 컨텐츠, 웹드라마 촬영 등의 요청이 들어왔다. 첫 촬영이 기억난다. 이 좁은 집에서 촬영 각이 나오려나 걱정을 하며 청소를 하고 사진작가님과 모델을 기다렸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는 작업실에 들어가 있을 테니 편하게 촬영하시라 말씀드렸다.


작업실에서도 신경이 어쩔 수 없이 촬영하는 곳으로 쏠렸는데, 촬영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싶어 유튜브 BGM도 작게 틀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 내가 또 스냅 촬영하는 과정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살짝 학구적인 모드가 되기도 했다. 우리집이 나온 결과물은 어떨까 궁금해서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작가님에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어머 우리집에서 이렇게 예쁜 사진이! 싶은 결과물을 보니 괜히 뿌듯하고 내가 한 것도 없는데 작가님들 작품 활동에 숟가락이라도 하나 얹은 느낌이었다.


몇 달 전에는 인디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촬영 요청이 들어왔다. 작은 규모로 찍는지 촬영작가 1명, 모델 1명(아마 가수분 본인)이라서 요청을 수락했다. 사진이 아니라 영상 촬영이라니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장비가 어마어마했다. 부엌을 멀리서 풀샷으로 찍는 모양이었다. 작가분이 연기를 지도하고 이런 저런 연출을 하는 소리를 들으니 또 공부가 되었다. (대체 본업도 아닌 공부를 왜케 열심히 하는지?ㅎㅎ) 가수분 목소리가 편안하고 좋아서 배경음으로 틀어놓은 것이 거슬리지 않고 좋았다. 미역국도 끓이고 가셨는데, 아마 뮤직비디오 내용이 생일과 관련된 것이었나 보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TY5cQ9rV7p8


촬영이 끝나고 얼마 후 가수 play kim 님을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익숙한 썸네일이 보였다. 우리집 부엌이야!! 반려인에게 보내주며 함께 신기해 했다. 영상으로 보는 우리집은 참 낯설고 묘했다. 남의 집 같기도 하고...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우리집을 담아내는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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