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16편의 웹소설을 연재했다
나에게는 나름 오랫동안 궁금한 문제였다. 과연 소설이라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무지렁이가 정말 쓰고 싶은 대로 쓴 웹소설로 치킨값이라도 벌 수 있을까? 뭐, 웹소설 소비자로서의 경력은 꽤 된 참이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이나 장르소설을 좋아해서 인터넷 소설도 꽤 읽었다. 물론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통 취미로 쓰더라도 조아라에 무료 연재를 하는 경우 50편, 100편까지 연재를 하던데 나에게 그럴 지구력은 당연히 없었다. 먹고사는 일 등 이것저것 다른 일도 해야 해서 질질 끌며 연재를 할 수도 없었다. 뭔가를 하기 전에 후기를 찾아보는 게 습관이라 검색을 해보니 웹소설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작가는 생각보다도 더 소수였다. (대박이 나도 다음 해에도 계속 그런 판매고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웹소설 트렌드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신간에 밀려나는 속도도 빨라 보였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참 많았는데, 어는 날 갑자기 그냥 쓰고 싶어졌다. 이건 이성이라기보다는, 음... 그렇다고 감성도 아니고 충동이었다. 아마 본업으로 하던 일이 생각보다 안 풀려서 에라이 욕망에 충실한 소설이나 써보자,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자신하는 클리셰 소설을 나도 직접 써보자,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써버렸다. 5편 정도를 한꺼번에 써서 올리고 반응을 봤다. 조회수가 올라갔다. 선작(선호작품) 수도 조금씩 생겼다. (선호작품은 독자 입장에서 구독/즐겨찾기라고 보면 된다.) 도대체 이걸 읽고 뭐라고 생각했을지 궁금했지만 댓글창을 닫아두었기 때문에 독자의 의견은 들을 수 없었다.
취미로 츄라이해보는 일에 댓글로 멘탈붕괴까지 겪을 순 없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달리는 매운맛, 이상한 맛, 또라이(?) 맛 댓글로 이미 간접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써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순간' 소설을 쓰게 되는 걸까? 갑작스레 궁금해졌다. 아마도 과거 어느 순간 마음속에 심긴 씨앗이 살아있었던 게 아닐까? 나의 경우에는 그런 것 같다. 그런 욕망 내지는 꿈이 재밌는 작품을 보면서 씨앗이 되었고 나이를 먹고 먹고 또 먹고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 날, 그 위로 물이 엎질러진 것이다.
정성스레 물을 준 게 아니라 엎질러진 것이라니! 타인이 엎질렀든 내가 실수로 엎질렀든 아니면 상황이 엎어져서 물이 엎질러졌든 그 물이 씨앗 위로 스며들면 어쩔 수 없이 자그마한 창작력이 샘솟는가 보다.
한동안 웹소설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지금도 거세게 불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 세계에 발가락 끝이라도 담가보니 웹소설 작가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싶은 마음, 의자와 기꺼이 한 몸이 되어 매일 5 천자씩 쓸 수 있는 엉덩이력(!), 어느 정도의 생활 기반(이게 없으면 절박함때문에 소설 쓰기 전에 사람이 먼저 상하는 꼴이 많다고) 등이다.
돈만 보고 웹소설을 "꾸준히" 쓰고 시장에 남아있는 작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할 때는 얼마 전에 본 테드 강연이 떠오른다. '동기부여의 비밀(The puzzle of motivatioon)'라는 제목의 강연이다.
이 영상을 요약하자면(그러자면 연사의 논지가 살짝 왜곡될 위험도 있지만 일단 시도하자면) "경제적 인센티브가 전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일에는 당근과 채찍 따위보다 내적인 동기부여가 훨씬 더 중요하며 실제로 높은 성과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이기 때문에, 내 인생에 중요한 문제라서, 내가 정말 좋아해서, 재밌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의 일부이기 때문에 등 자기 주도, 전문성, 목적(대의)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축으로 할 때 월등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
사실 웹소설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분야에서 일을 한다면 어디에서나 통할 얘기일 것이다. 20분이 안 되는 영상이니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나는 연사가 'I mean...' 'you know' 'um...' 'well' 같은 군더더기 말버릇 하나 없이 말하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나도 이 동기부여가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진다면 다시 새로운 웹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날이 오긴 오려나?
아, 치킨값은 벌었냐고? 그게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 싶지만 벌긴 벌었다. 자세한 결과가 궁금한 분들은 <츄라이, 츄라이, 민츄라이>에서 확인해 보시길.
조아라에서 웹소설을 연재하고 이북으로 만들어 판매한 수익에 대한 후기는 <츄라이, 츄라이, 민츄라이>에 담았습니다.
조아라, 유페이퍼, 크몽, 크라우드픽, 아워플레이스, 네이버 스티커...
여러 가지 N잡을 경험한 민츄라이의 수익 대공개 및 꿀팁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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