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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Oct 11. 2024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침실 한구석에는 돌돌 말아놓은 여름 대자리가 세워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문득 그 존재를 발견할 때마다 '집어넣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부엌으로 나간다. 거실에는 전기난로와 선풍기가 나란히 서 있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계절에 서서 멍 하니 생각에 잠긴다. 

누군가 아주 교묘한 손길로 내 심장을 간지르는 것만 같다. 몸이 아픈 김에 책이나 마저 읽자 하고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과학자가 쓴 책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과학과 종교가 맞닿는 장면을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자역학, 제로 포인트 필드, 자의식과 초월의식... 뭐 그런 내용이다. 과학과 종교의 공통점: 맹신하는 사람이 많다. 불완전한 구석이 많다.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닌 이상 불완전한 게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마음이 편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가 책을 쓴 이유는 그렇다고 했다. 내 마음은 편해졌다기보단 느긋해졌다고 해야 할지 느슨해졌다고 해야 할지 그랬지만 어쩌면 매우 깊은 상실의 상처가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마음 한편이 편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월을 생각하면서도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기, 그런데 자의식이 초월의식으로 돌아가는 거라면 무로 돌아가는 것과 특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물질 환원주의적 과학'에 입각한 '물질'이라는 존재는 실은 대단히 애매한 존재이며, 도리어 현대의 최첨단 과학은 이 세계의 본질이 '물질'이 아니라 '파동'과 '에너지'라는 사실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으며 드라마 <데브스>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미래 예측 장치가 양자 얽힘을 이용한 파동 역추적(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을 이용한 것으로 보여서. 과학무지랭이라 뭐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이해할 뿐이지만. 


"세계는 당신이며, 당신은 세계이다"(위의 책에서 인용한 J. 크린슈나무르티의 말)


인류는 어디까지 깨달을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진실, 어른이 되면 삶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삶의 조리법이 참 다양하고 나는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만 명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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