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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Jul 22. 2015

탱자탱자 출판인의 '스마트'한 하루

먹고 살 만큼은 일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잠만 충분히 자면 왠만한 병은 다 치유가 되는 몸을 가지고 있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앞뒤 말이 별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아침잠이 많다는 뜻.) 시계가 오전 9시를 넘어 10시로 달려갈 때쯤 슬쩍 눈꺼풀을 들추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교보문고에서 아침 8시쯤 날라오는 주문 문자

교보문고에서 주문이 있다면 문자가 와 있고, 알라딘에서 주문이 있다면 팩스가 온다. 요즘엔 세상이 참 편리해져서 팩스 기계가 없어도 팩스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책덕은 '엔팩스'라는 인터넷 팩스 서비스를 쓰고 있다. 스마트폰 앱도 있다. (세상, 참... 빨라!)

짠- 팩스 앱의 모습

컴퓨터 안 켜고 누운 자리에서 주문을 확인한 다음 물류(배본) 창고 대표님에게... '까톡'을 한다. 

항상 깨알 같이 이모티콘을 보내주시는 대표님 ><

아침 인사도 나누고 배본 나갈 곳과 수량을 알려드린다. 원래는 책 종수가 많으면 물류 창고에서 사용하는 주문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비가 월 3만원이 들어간다. 아직 책이 한 종뿐이니 편하게 카카오톡으로 알려달라고 물류 창고 대표님께서 배려해주셔서 이렇게 카카오톡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한 주문 업무가 끝이 나면 SNS를 통해 책덕의 새로운 소식을 올리고 다른 출판사에서 맡긴 편집 일이나 글 쓰는 일을 한다. 


가끔은 어떻게 알았는지 지역 서점에서 '도서관 납품용'으로 책을 주문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대체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는 겁니까? 도서관 납품 과정에 대해 알려주실 분?) 아무튼 그러면 팩스로 주문서를 받고 입금을 확인한 다음 다시 물류 창고 대표님께 까톡을 보낸다. 


그리고 소규모 책방에 책을 입점하기 위해 문의 메일을 보낸 후 입고 요청이 들어오면 책을 등에 지고 거리로 나선다. 개성 있는 책방들을 방문하는 것은 일이라기 보다 설레는 소풍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남는 시간에는『미란다처럼』을 어떻게 하면 재밌는 방법으로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내 시간과 몸은 조금 축나겠지만 그래도 소울리스한 마케팅보다는 나도 재밌고 독자도 재밌는 방법들... 상상하다 보면 가끔은 무리수 아이디어(말달리기 마라톤;)가 떠오를 때도 있긴 하지만, 상상만 해도 재밌을 때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실현하지 못한 무리수 마케팅 아이디어를 정리해볼까나.)


이렇게 스마트한 (주문이 없으면 상백수나 다름 없는) 책덕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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